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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로 사는 것과 현실

 

< 최에스더 사모 · 남서울평촌교회 >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 볼 수 있어”

 

 

젊다못해 어린 나이에 담임목회자의 아내 자리에 서게 되면서 나는 이제까지 참 많은 부부들을 보아왔다.

  

고작 내 집안의 어르신들을 보거나 아니면 교회에서 만나는 다양한 연령의 부부들의 겉모습만 볼 수 있는 나이였는데 담임목회를 하면서 보다 깊고 보다 현실적이고 보다 진한 부부의 모습을 옆에서 참 많이 지켜볼 수 있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모자식간의 정은 내가 이미 경험하고 있는 바이고 문학과 문화를 통하여 많이도 보고 배워왔으나 부부 사이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내 부모의 모습 외에는 전무하였다.

 

근래에 들어 새롭게 알았다는 것이 그저 젊어서는 자기 일과 생활에 바빴던 남편들이 나이가 들면서 부인 뒤를 졸졸 따라다니게 되는 때가 온다는데 그 때의 남편들을 한 번 붙으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젖은 낙엽이라고 부른다는, 누구나 아는 농담 정도이다.

 

우리 교회는 유난히 가족중심의 교회이다. 부인 혼자서 교회에 다니는 경우가 아직도 한국교회에 흔한 모습일 것인데도, 우리 교회에서는 잘못하다가는 이런 분들이 소외감을 느끼기 십상일 정도로 부부가 함께 신앙생활, 교회생활을 하며 자녀들까지 한 울타리 안에서 한 교회를 섬기고 있는 가정이 많다. 우리 교회 가정 출신의 신학생, 목회자, 선교사들도 짧은 교회 역사에 비해 꽤 많은 편이다.

 

이런 분위기여서 내가 더욱 연세 지긋한 부부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내가 이런 부부들의 모습을 더욱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들에게 위급한 일이 닥쳤을 때이다.

 

배우자가 중한 병에 걸렸다는 의사의 통보를 받았거나, 큰 수술을 앞두고 있거나, 수술 후 경과를 기다리거나, 회복과 재발이 반복되고 있거나, 혹은 힘든 투병을 거쳐 소천하였거나 하는 다양한 순간들마다 함께 울고 함께 기도하기 위하여 우리 부부는 그들과 같이 있었다. 그럴 때 부부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깊은 감동과 깊은 생각에 동시에 빠지게 된다.

 

부부라는 것이 뭘까. 우리가 타인이자면 얼마나 먼 타인인가. 마음이 안 맞을 때는 얼마나 낯선 타인인가. 함께 아이를 낳고 키우고 있지만 서로 자란 환경이, 그래서 각자 안에 자리잡은 가치관은 얼마나 무섭도록 다른가. 그런데도 부부라는 것은 어떤 관계이기에 차라리 자기 자신에게 일어났으면 좋았을 일이라며 이토록 서럽게 울고, 이토록 안타까워하고, 이토록 몸부림치며 우는 것인가.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의 눈은 오직 한 사람, 자신의 배우자만을 애타게 찾고 기다리는 눈이었다. 완전한 의지. 또 그 의지를 조금도 버거워하지 않고 기쁘게 받아내는 바로 그 사람, 배우자!

 

한 사람과 또 한 사람이 하나님의 계획안에서 만나 부부가 되어 서로 측은히 여기며 한없이 서로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그 순간 정말 하나님의 사랑의 그림자를 조금은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쩌다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다 텔레비젼으로 드라마라도 보게되면 아직 벽에 신혼부부 사진이 크게 걸려있는데도 만나자마자 정말 원수처럼 으르렁대며 싸우는 부부의 모습을 볼 때, 나는 그 모습이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지 모른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세상의 부부와 저 텔레비전 속의 부부의 모습 사이의 간극이 너무나 엄청나서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싸우고 있는 그 부부의 모습이 마치 코메디처럼 느껴져서 대사를 들으며 실소를 금치 못한다.

 

어떤 것이 현실이고 어떤 것이 비현실일까. 나도 알고 있다. 내가 보고 있는 드라모 속의 부부 모습이 비현실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것을. 현실은 참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러나 어쩌랴. 내가 말하고 있는 이 병상에서 보고 있는 부부의 모습은 가상이 아니라 내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진 바이거늘. 우리가 다 그런 존재라고 생각한다. 비현실을 현실에서 사는 존재. 죄뿐인 이 세상에서 천국을 이미 소유하고 있는 존재.

봄이다. 만물이 또다시 살아나는 계절.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이 계절에 결혼을 꿈꾸겠는가.

 

젊은이들이여!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이 비현실의 세계로 어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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