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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2 (18:31:51)

 

생  명

 

< 조병수 목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

 

내가 누리는 모든 경험들은 나만이 지니는 위대하고 유일한 가치

 

어느 여름날 아침 내 집무실을 방문한 중년신사는 열린 창문으로 쇠파리가 날아들자 순식간에 신문지를 둘둘 말아 때려잡더니 바닥에 떨어진 쇠파리를 무참하게 발로 짓이겼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저럴 수가 있는가!”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아연실색했다. 나 같으면 유리컵을 덮어씌우고 그 아래 빳빳한 종이를 끼어 넣어 컵 안에 갇힌 쇠파리를 살며시 이동시켜 창밖으로 날아가게 해주었을 텐데. 쇠파리는 크게 해를 끼치는 생물이 아니니 말이다. 살아있는 것은 얼마나 귀한가.

 

누군가가 도토리는 다이아몬드보다 훨씬 낫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둘 사이에는 생명과 무생명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살아있는 개가 죽은 사자보다 나은 법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생명까지도 허투루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자살이 이곳저곳에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입시에 성공하지 못한 학생, 실연한 젊은이, 사업에 실패한 사업가, 인기를 잃은 연예인, 정치에서 몰락한 정치인, 사는 것이 재미없어진 노인, 온라인 댓글에서 받은 모욕을 견디지 못한 교수 등등...

 

사람들은 별별 자기만의 이유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살은 자신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무서운 행위일 뿐 아니라 지금까지 맺어온 가족과 동료와 이웃이라는 모든 인간관계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악한 행위이다. 자살하는 사람은 자신의 문제에서 벗어나겠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은 누구의 것이든지 유일한 것이다. 눈동자의 색깔이건 손가락의 길이건 나처럼 생긴 사람도 없고, 밥 먹는 것이나 잠자는 것이나 나처럼 사는 사람도 없다. 각 사람의 생명은 그 나름대로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다른 사람의 생명과 비교할 수도 없고 비교해서도 안 된다. 세상에는 나 외에는 나와 같은 존재가 없다는 사실이 나 자신만이 가지는 놀라운 가치를 말해준다.

 

나의 생명은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만나는 모든 일도 나에게만 유일하다. 아주 더운 어느 여름 날 내가 입안에 작은 얼음조각을 하나 물고 있으면, 그것은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과 달리 나 자신만이 누리는 기쁨이다. 그래서 그것이 비록 작은 기쁨이라도 나만의 것이기에 가치가 있다.

 

어느 날 선반을 고치려고 망치질을 하다가 그만 손가락을 세게 내려쳐 혼절할 정도로 아찔한 고통을 느낄 때 그것은 나만이 맛보는 아픔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은 달갑지 않은 고통일지라도 신기하게 나만의 것이기에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나에게 찾아온 행복은 나만의 행복이기에 유일하고 그래서 가치가 있고, 내가 당하는 고난은 나만의 고난이기에 유일하고 그래서 가치가 있다.

 

게다가 내 생명은 온 세상을 통틀어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것이건 부정적인 것이건 나와 관계하는 모든 것은 나에게만 유일하게 그 가치를 가지고 관계된다. 모든 것은 나에게만 나에게처럼 다가온다. 내가 오랫동안 사용해서 안경테가 헐거워지고 도수도 시력에 맞지도 않는 안경이 있다고 하자. 나는 그 고물 안경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안경 자체가 아직도 비싼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이 나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나에게만 나에게처럼 다가온다. 예를 들어, 바람은 다른 사람에게처럼 나에게 느껴지지 않는다. 바람은 나에게만 나에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바람은 다른 사람이 덥다고 느낄 때 나는 포근하다고 느낄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시원하다고 느낄 때 나는 춥다고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한 여름에 에어컨을 돌리다보면 어떤 이는 더우니 온도를 더 내리라고 주문하고 어떤 이는 추우니 온도를 더 올리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나에게만 나에게처럼 느껴지는 것은 온도 뿐 아니라 맛도 색깔도 밝기도 모든 것이 그렇다.

 

나의 생명은 나에게만 유일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때, 내가 아니라면 그런 사랑을 받지 않는다. 내가 그런 사랑을 받는 것은 오직 나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만이 지니는 위대한 가치이다. 역으로 내가 어떤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때, 내가 아니라면 그런 미움을 받지 않는다. 내가 그런 미움을 받는 것은 오직 나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에게만 주어진 놀라운 가치이다.

 

사랑이건 미움이건 내가 받는 것은 나 자신에게만 유일한 것이기에 가치를 지니며 명화 속의 밝은 색과 어두운 색처럼 나의 유일한 인생을 그리는 색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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