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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2068
2014.09.02 (13:13:28)

 

손자바보

 

< 전정식 장로, 남포교회 >

 

일상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이 진정한 지혜

   

나이가 들면 아침잠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새벽이 되어 눈이 떠지면 다시 잠들기 어렵습니다.

 

그런 어느 날 새벽녘에 전화벨이 울립니다. 근처에 사는 아들네 집에서 손자가 열이 나서 힘들어 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맞벌이 부부인 아들네는 출근해야하니 손자가 아프거나하면 돌보는 일은 우리 몫이 됩니다.

 

얼른 대충 씻고 가보니 세 살 된 손자녀석이 열이 높아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손자가 아프게 되면 옆에 있어주며 병원에도 데려가고 약도 먹이고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여러 가지 일 때문에 힘든 것보다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활발하고 밝은 녀석이 아프다고 기운 없이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정말로 내가 대신 아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요즈음은 소아과 진료실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이를 데려 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일하는 엄마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경우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육아를 담당하는 경우 부모가 담당하는 경우보다 아이를 조금은 자유롭게 길러 아이들이 응석을 더 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대 간 차이도 있겠지만 부모였을 때 자식을 대하는 경우보다 손자를 볼 때 더 사랑으로만 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들이 손자를 자유롭게 기르며 그렇게 사랑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핑계는 사람마다 매우 특이 합니다. 저는 이 녀석이 교회 복도에 걸려있는 여름 수련회 전교인 기념사진 속 수 백 명의 사람들 속에서 할아버지를 찾아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일곱 살 된 손자를 둔 한 목사님은 그 손자가 할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말해서 그럼 둘째는 누구냐고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세상에 둘째는 없다는 손자의 대답을 듣고 자기 눈을 빼 주어도 아깝지 않은 손자라고 말하며 이 손자는 목사님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위로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할아버지들은 온갖 이유를 갖다 붙여 손자들을 사랑하며 또 그들에게서 큰 위로와 기쁨을 갖습니다. 어쩌면 할아버지들은 손자들에게 매여 있지만 가장 행복한 존재이며 손자들을 대할 때 사랑이외의 다른 척도는 가지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느 수요일 저녁예배 때 중국에서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의 설교를 들었습니다. 청년이었던 때 회심하고 소명을 받아 목사가 된 후 선교사가 된 분입니다. 회심할 때부터 선교 활동을 하는 동안 하나님의 구체적인 간섭 사건을 통해 하나님이 늘 같이 하심을 간증하였는데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신앙적으로 온실 같은 환경에서 모태신앙으로 자란 저 같은 사람은 이런 분들을 보면 큰 부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성인이 되어 회심 사건을 겪은 사람들은 그 확실성 때문에 삶 속에서 실감나게 신앙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은 사람들의 눈에도 참 열심 있는 하나님의 일꾼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많은 사랑과 함께 큰 상급을 받을 것이며 또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모태신앙으로 곱게 신앙생활을 하게 된 저는 하나님의 살아 계심과 창조론 그리고 교회의 가르침을 너무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의문을 갖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신앙생활에서 사랑과 긍휼이 많으시고 또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칭찬과 사랑을 받으려면 삶 속에서 하나님과 교회를 위해 좀 더 열심을 내고 또 눈에 보이는 성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적지 않은 노력도 했습니다.

 

그러나 가정에서 손자들을 사랑의 눈으로 보며 배운 것은 참으로 공의의 하나님이시고 모든 만물을 다스리시는 권능과 영광의 하나님이시지만 인간을 보실 때는 존재론적인 사랑의 척도로 보시는 사랑의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입니다. 그런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할 일은 그분 앞에 먼저 존재론적으로 바로 서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는 하나님과 교회를 위해 사람들에게도 칭찬 받는 업적을 위해 애쓰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하나님을 더 알아가는 잔잔한 성화의 길을 걸어가고자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하나님께서는 이런 평범한 성도들과 함께 하시는구나 하는 고백이 가까이에 있는 혈육과 영적 후손들에게 넘치는 시간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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