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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8 (00:00:00)
무능을 불쌍히 여기시는 하나님


| 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열림원, 2010년 |


“70평생 살아온 삶은 잿불과 같다는 것 알게 돼”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무능에 대하여 별 의식 없이 살아가거나 그냥 회피하
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도 인생에서 한두 번쯤은 전 존재를 흔들어대는 절
망 앞에서 그 무능을 뼈저리게 경험하는 실존이 되기도 한다.



사람은 실존 앞에서
절망 느끼기도



그 때가 언제일까. 어린 시절, 청년 시절, 장년 시절, 노년의 시절. 이어령
교수에게는 그 날이 노년기였다. 팔팔한 청년이 아닌 쓴맛단맛 다 겪은 인
생 황혼기에 딸이 당하는 온갖 고통 앞에서 자신의 무능이 두둥실 뜬 보름달
처럼 커다랗게 보인 것이다.
“암에 걸렸던 너의 아픔으로, 시력을 잃어가던 너의 어둠으로 나를 영성의
세계로 이끌어주었다. 네가 애통하고 서러워할 때 내 머릿속의 지식은 건불
에 지나
지 않았고 내 손에 쥔 지폐는 가랑잎보다 못하다는 걸 알았다. 70평
생 살아온 내 삶이 잿불과도 같은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 것이다.”
무신론자였다던 이어령 교수의 이 고백은 존재론적 회개가 아닐 수 없다. 그
는 때로 신념이 자신을 광기로 몰아넣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니체도
예수님도 다 같이 믿을 수 없다던 사람이다. 20대에는 반기독교적인 글도 많
이 썼고 소설가로서 창작도 했지만 그건 하나님이 만들지 않은 것들을 자신
이 만들겠다는 오만한 생각에서였다. 그는 이제 인간은 뛰어봐야 벼룩이며,
이 단순한 사실을 아는 데 시간이 걸렸노라 부끄러워한다. 알량한 자존심조
차 내다버리는 어린아이의 언어다.

그가 30대에 쓴 글에서 밝혔듯이 신에 대해서, 인간에 대해서도 기성의 모
든 권위에 대해 거부하는 몸짓으로 살아온 무신론자였다. 인간이란 이 세상
에 아무런 희망도 구제도 없이 내던져진 존재라는 것을 알았기에 무신론자
실존주의자가 되었다고 자변한다. 그가 써왔던 저항의 글들은 인간이 얼마
나 비참하며, 이 세상이 얼마나 허무한가를 증거하는 무신론자의 생산물이었
다.
이 무신론의 웅대
한 포부도 갑상선암에 걸려 망막 파열로 시력을 잃어가는
딸의 안쓰러운 현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아버지로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사실에 그가 이제껏 의지해 왔던 기반들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지
는 장면이다.

“만약 민아가 어제 본 것을 내일 볼 수 있고, 오늘 본 내 얼굴을 내일 또
볼 수만 있게 해주신다면 저의 남은 생을 주님께 바치겠나이다. 아주 작은
힘이지만 제가 가진 것이라고는 글을 쓰는 것과 말하는 천한 능력밖에 없사
오니 그것이라도 좋으시다면 당신께서 이루시고자 하는 일에 쓰실 수 있도
록 바치겠나이다.”
딸을 문병 갔던 하와이의 작은 교회에서 그가 드린 생의 첫 기도였다. 지상
의 아버지도 해주지 못한 그 이상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자신의 딸을 구해준
하늘 아버지께 귀향한 것이다.
물론 딸로 인해 하나님을 만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기적 때문에 기독교
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적은 목적이 아니다. 지금 하나님께
서 병을 고쳐주셔도 언젠가는 누구나 죽게 된다. 그러므로 이 지상의 진짜
기적은 단 하나, 곧 ‘부활과 영원한 생명이다’고 알토란 같은 고백도 한

다.

그동안 온갖 자유를 누리며 살았는데 이제 자신을 가두는 벽이 생겼고 그에
게 새로운 문이 열린 것인지, 벽이 생겼는지는 아직 모르겠다는 불안한 심정
도 드러낸다. “나처럼 먹물에 찌든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백 퍼센트 신자는
못 됩니다. 하루에도 몇번 밤에 자다가도 회의와 참회를 되풀이하면서 살지
요. 문지방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는 자신이 딱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
만 빛과 어둠 사이의 황혼이 아름답듯이 크리스천과 비크리스천의 문지방에
는 긴장의 노을이 있습니다.” 건강한 신앙에는 회의가 일절 없는 것도 아니
어서 그의 말은 진실로 들린다.

딸 민아의 서원은 아버지와 함께 교회에 나가서 기도하고, 은총 받고, 아버
지가 크리스천으로 남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이 소원을 받아주심으로
무신론자인 아버지는 이제 하늘 아버지의 두 팔 안에 안기게 되었다.



구원은 하나님의
두 팔에 안기는 것



보이지 않는 무엇이 이끌고, 들리지 않는 무슨 소리가 그를 부르지 않았다
면 무인도 같은 상황에 처박히기 위해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찾아간 일본의
연구소생활의
금기를 깨고 서울로 다시 돌아올 수나 있었겠는가! 하나님은
우리의 무능을 불쌍히 여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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