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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어디에서 경험할 수 있는가

죄책감과 은혜


폴 투르니에 지음| IVP| 331면


“용서는 대가 없이 은혜로 주어지는 것”사람끼리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용서를 베풀면 용서가 일어난다. 이 용서란 상대의 허물을 덮고 그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아직도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은 게 하나 남
아 있다.

용서는 주고받는 실체 있어야

과연 우리가 하나님의 용서를 어떻게 감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설령
하나님께 용서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 용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또 진짜라
면 그것을 내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하는 이런 궁금증들이다. <밀양>
을 본 후 이런 의문들은 더 늘어갔다. 이런 의문의 문턱을 넘어서야 확신의
거리로 나갈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어느 날 학교 구내 서점을 들렀는데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전에
도 몇 번 시선은 갔지만 그냥 무시했던 <죄책감과
은혜>였다. 이 책은 나온
지 칠 년이 넘었고, 작년 오월에 8쇄를 찍었으니 아직도 독자들에게 유용하
다는 증거다.
지은이인 폴 투르니에(1899-1986)는 스위스의 일반 가정의에 불과했으나 그
의 명성은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다. 부친은 칼빈이 목회했던 제네바의 상
피에르 교회에서 오십 년 동안 목회한 분이기도 하다. 생후 삼 개월만에 그
는 아버지를 여의었고 모친도 유방암으로 여섯 해 후 폴만 홀로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나갔다.
이 책은 죄책감과 회개와 은혜라는 내용을 다룬다. 그는 이런 성경의 큰 주
제들이 심리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죄에 대한 기
독교적 경험과 병리적 현상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동일한 것이다.
죄책감은 사람에게 널리 퍼져 있는 보편적 현상이다. 이 죄책감에서 벗어나
려면 그것을 은폐하는 것으로는 해결이 없다. 이 은폐는 양심을 억압하고 자
기를 정당화시키고 자기 의를 내세우는 것으로 표현된다. 사람들은 이런 식
으로 해결하려 하나 거기엔 위장된 해결만 있을 뿐이다.
해서 있는 그대로 그것을 드러내야 한다. 외부를 통해 참된 죄책감을 느껴
야 한다. 이런 변
화는 심리 치료나 기독교적 경험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하나는 전환이라는 방식으로 다른 하나는 회개라는 삶의 형식으로 표현된
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도 사람에게서 죄책감이 제거되는 건 아니다. 여전히 죄
책감을 느끼고 산다. 단지 거짓된 죄책감에서 참된 죄책감으로 전환만 있을
뿐이다. 유아적 죄책감에서 벗어나 어른다운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고, 하나
님 앞에서 거짓된 죄책감이 아니라 참된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회개란 자신의 죄책을 인정하는 것이요, 우리를 하나님께로 인도하
여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를 알게 하는 죄책의 자각인 것이다. 그렇다면 회개
란 우리가 하나님의 용서를 경험하고 감지하는 거룩한 영역이 아니겠는가.
이는 바울의 경험과도 일치한다. 그가 구원을 받았을지라도 원하는 바 선은
행치 아니하고 악을 행한다고 절규한다. 하지만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에게
는 결코 정죄함이 없다고 선언한다. 은혜가 제거하는 것은 정죄였지 결코 죄
책감이 아니었다. 죄책감은 점점 더 깊이 느껴가나 정죄함은 없었다. 이 거
룩한 신앙 정서가 참된 죄책감이요 건강한 신자의 영적 바로미터다.
그런데 우리
를 늘 괴롭히는 문제가 하나 있다. 공짜는 없다라는 의식이다.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어떤 잘
못을 했는데 뭔가 자신의 것으로 직접 어떤 대가나 희생을 치러야 하나님께
서 용서하실 것같이 생각한다. 하나님에 대한 이 거짓된 생각이 하나님의 자
녀들 가운데 만연해 있고 또한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생각을 떨쳐버
리지 못하는 한 값없는 용서의 기쁨은 결코 누릴 수 없다. 용서는 내 것으
로 따내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선물인 까닭이다.
죄책감이라는 문제는 심리학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한다. 프로이트 전기를 쓴 어니스트 존스 박사가 그렇게 지적한 바 있다. 투
르니에는 이 어려운 문제에 도전했고 심리학으로 성경을 조명하여 그것을 상
당히 풀어냈다. 신학과 심리학의 통합을 주도한 게리 콜린스의 평가가 그것
을 담보한다.

선물로 주어진 하나님의 용서

본서는 그의 저서 중 가장 훌륭한 책이요 후대의 다른 작가들이 널리 인용하
는 권위 있는 진술이다(폴 투르니에의 기독교 심리학, IVP). 정말로 한 번
목회자들이 꼼꼼히 읽어봤으면 하는 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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