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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0 (20:11:20)

지혜롭고 거룩한 길

 

< 정요석 목사, 세움교회 >

 

“자기 욕심 구하는 것은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것”

 

어떤 사람이 가장 지혜로울까? 나는 중학교 때까지 신앙생활을 했지만 그 이후로 10년 동안은 모든 사람이 결국에는 죽고 만다는 깊은 허무감에 빠져 고생했다. 그 때 사귄 친구들은 대부분 비그리스도인들이었다.

 

10년 만에 다시 교회로 돌아와 죽음과 반복의 지루함을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를 인하여 전과 다른 매우 활력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러니 예전과는 관심이 틀려지고, 그 친구들과의 만남도 점점 줄어들었다.

 

아마 기독교인이 된지 삼사 년이 지났을 무렵에 한 친구 아들의 돌잔치로 오래간만에 친구들이 모여 저녁을 먹으며 정을 나누었다. 저녁을 먹고도 헤어지기 싫은 친구들은 카드를 하며 놀게 되었다. 카드라는 것이 처음에는 정으로 시작할지 모르나 돈이 왔다갔다 하다보면 진지한 노름의 성격을 띠게 된다.

 

나도 한 때 좋아했던 카드인지라 그들과 섞여 놀았지만 이미 기독교의 물이 든 나에게는 노름의 진지함보다는 친구들과의 정이 더 좋았다. 도통 카드에 집중할 수 없었다. 대신 친구들의 얼굴을 더 보게 되었다.

 

나는 이미 전의를 잃은 채 돈 얼마쯤은 기꺼이 잃겠다는 마음으로 카드를 받아든 친구들의 희노애락을 보며 웃음을 짓곤 했다.

 

그런데 바로 그 때에 친구들의 희노애락에서 그들이 들고 있는 카드가 어떤 내용인지 눈에 들어왔다. 미국에서 2009년부터 방영된 “나에게 거짓말을 해봐”(lie to me)라는 드라마가 있는데, 주인공은 순간적인 근육의 움직임과 미세한 표정의 변화로 사람의 거짓말 여부와 내면의 상태를 알아내곤 한다. 그런데 바로 이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다.

 

친구들은 좋은 패가 들어오면 순간적으로 눈을 깜박이거나, 어금니에 힘을 주거나, 발을 잠시 흔들거나, 엉덩이를 살짝 올리거나 했다. 패가 나쁘면서도 과장을 할 때는 목젖이 순간적으로 움직이고, 음성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판돈에 초연하게 되면서 내 카드를 보지 않고, 친구들을 보니 오히려 나는 그들의 카드를 읽게 되면서 판돈을 모두 딸 수 있었다. 나는 그날 그전까지 그리고 그이후로도 결코 이루어보지 못한 완벽한 싹쓸이를 해버렸다.

 

예수님께서 떡 일곱 개와 생선 두어 마리로 사천 명을 먹이신 후에,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은 예수님께 하늘로부터 오는 표적 보이기를 청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날씨는 분별할 줄 알면서 시대의 표적은 분별할 수 없느냐고 탄식하셨다.

 

이들을 떠나 제자들과 같이 배를 타신 예수님은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의 누룩을 주의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제자들은 자기들이 남은 떡을 가져오지 아니해서 예수님이 이 말씀을 하셨다고 서로 수군거렸다.

 

바리새인의 누룩과 떡 일곱 광주리를 가져오지 않은 것 사이에 굳이 연관성을 찾는다면 “누룩과 떡”이다. 누룩(yeast)은 발효와 부풀리는 기능이 있어 떡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하지만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의 누룩을 주의하라”는 말씀에는 도저히 떡을 연상할 수 있는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제자들은 이 문장에서 “누룩”이라는 단어 하나를 인하여 바로 떡을 연상한 것이다. 제자들이 평소에 무엇을 지향했고, 어떤 지혜를 갖고 있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제자들 또한 날씨는 분별할 줄 알면서 시대의 표적은 분별할 수 없는 바리새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주의 우편과 좌편에 앉는 것에 관심을 가진 제자들이기에 더 많은 떡을 확보하고, 더 높은 자리에 앉는 지혜는 있을지 모르나 하나님께 대하여는 아직 부요하지 못한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은 3장 ‘작정’과 5장 ‘섭리’를 말하며 “가장 지혜로우시고 가장 거룩한”(the most wise and holy)이라는 단어들을 사용한다. 2장에서 하나님의 속성을 말하면서도 “지극히 지혜로우시며, 지극히 거룩하시며”(most wise, most holy)라고 나란히 말한다. 지혜로움과 거룩함은 같이 가는 것이다. 가장 지혜로움은 가장 거룩할 수밖에 없고, 가장 거룩함은 가장 지혜로울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속성들은 절대로 나누어지지 않는다. 하나의 다른 면들이고, 하나의 여러 이름들에 지나지 않는다. 지극한 지혜는 지극한 거룩과 자유와 절대와 불변과 사랑과 은혜와 오래 참음 없이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 하나님의 지혜에는 사사로운 잔꾀가 없고, 우리를 향하신 절대적인 사랑으로 가득 차고,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거룩함으로만 물들어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할 때 어떻게 하면 가장 거룩할 가를 생각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길이 되는 것이다. 거룩함은 지금 당장은 손해 일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익이 된다.

 

우리는 퍼뜩 떠오른 아이디어의 기발함에 만족하고 기뻐할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에 거룩함이 있는지를 숙고해야 한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 그 생각이 연관된 상대편도 기뻐하게 하는 것이고, 이 일이 진행되는 것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도 편안하게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 생각을 할 줄 아는 것이 어쩌면 꾸준한 새벽기도와 며칠의 금식기도보다도 더 힘들지 모른다.

 

진정 지혜로운 자는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는 줄 알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족할 줄 아는 자이다. 이러한 자는 얼마나 자유로워지고, 얼마나 사랑이 풍성해질까?

 

이러한 자는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기뻐하는 자이다. 더 높은 자리와 명예와 돈을 인하여 이곳저곳 기웃거리지 않을 것이고,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이런저런 행동도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재승덕(才勝德)한 자가 아니라 거룩이 지혜와 같이 가는 자가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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