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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1 (12:31:52)

(병상 에세이)  

제10병동 1010호

                                                                            인천영광교회 김승식 목사

성탄절과 년말이 코앞으로 다가온 이 때 나는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오래 전 부터 고생하던 발목수술을 하고 퇴원하여 집에서 요양하던 중, 수술 부위에 염증이 생겨 재입원하여 벌써 보름 째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중이다.

금방 치료가 되겠지 생각하며 2인실을 사용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염증을 잡지 못하여 치료가 더뎌지자 하루 십사만원짜리 병실사용은 만만찮은 짐이었다. 생각 끝에 한 주간 만에 6인실로 옮기기로 했으나 한두 가지 걱정에 사로잡혔다. 목사란 존재가 일반인들에게 노촐 되어 함께 지낸다는 것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고 오래 전 복막염으로 입원했을 때 일도 기억되어서였다. 당시 다인 실에 입원했다가 이틀 만에 독방으로 옮겨야했는데 문병객이 하도 많이 찾아오니 그것조차도 환우들에게도 폐가 되어서였다.

 

첫째 날.

휠체어를 타고 6인실에 들어서니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해서 조금은 멋쩍었다. 알고 보니 간병인 아주머니 두 분이 나를 맞는 것이었다. 다행히 창가 쪽 침대를 배정받을 수 있어서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자리를 잡았다. 오늘 손가락 수술을 받은 환자가 한 명, 내일이나 모레 발가락 절단 수술을 받을 환자가 한 명, 그리고 장기 환자가 두 명이었다. 나머지 한 명은 나랑 입실 동기로 나보다 시차를 두고 입실을 했는데 무릎 수술을 받은 사람으로 이 분도 이인 실에서 다인실로 옮겨오는 경우였다.

이제 목사로써 이 병실에서 어떻게 처신을 할 것인가. 이것이 과제이다. 내 신분을 밝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기야 문병객들 때문에 내 신분이 곧 드러날 테지만 -.

이 병실 환자들은 어떤 환자들일까. 고고한(?)내가 다인 실에 연착 할 수 있을까? 우려 섞인 생각을 하면서 첫 날 밤을 맞게 되었는데 과연 밤늦도록 잠을 이룰 수 상황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환자들의 신음소리. 밤새도록 틀어놓을 작정인양 꺼질 줄 모르는 텔레비전. 한 밤중임에도 들락거리며 혈압이며 혈당 수치를 재는 간호사들. 시도 때도 없이 북북 질러대는 방귀소리. 움직이지 못하는 중환자가 배출하는 대소변 냄새… 역시 만만찮은 날들이 되겠구나! 각오를 다져야했다.

 

황홀한 첫날밤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악몽 같은 밤이 이어졌다. 그것은 겨우 커튼 하나로 가림막을한 옆 침상의 노부부 때문이었다. 사람이 어렸을 때는 기운이 다리에 있고 다음엔 허리로 올라오고 나중엔 입으로 올라와 입만 살아있고 죽을 때가 되면 눈만 살아 껌뻑인다더니 그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77세 된 할아버지 환자와 간병 차 붙어있는 할머니가 아예 철야를 작정한 듯 잡담을 하는데 비쩍 말라빠진 노인네 환자와 할머니가가 어찌 그리 입심이 그리 좋은지! 새벽 두 세 시가 되기까지 그칠 줄 몰랐다. 그것도 계속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한 5분 정도 잡담을 하고 10여분 간격을 두고 쉰다. 이제 끝났거니 생각하고 잠을 청해보지만 고장난 LP판 마냥 되풀이 된다.

"저 노인네들의 잡담을 무시하고 잠을 자자 잠을 자!" 고 다짐하면 할수록 저들의 목소리는 악마의 속삭임처럼 내 영혼 깊은 곳 까지 파고 들어왔다. 목소리나 곱다면 그런대로 참아주겠으나 가래 섞인 것 같은 탁 쉰 목소리를 들어줘야 하는 일은 고역 중에 고역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아주 희한한 부부들이었다. 때론 제법 철학 냄새가 풍기는 말을 한다. "할아버이는 나와 맞지 않은 인생을 살아서 아직까지 내 말을 듣지 않는가 봐요. 그렇죠, 할아버이?" 사뭇 존대를 하며 제법 살갑게 말했다. "할아범 똑 바로 누워 봐요. 그렇게 구부리지 말고 똑 바로 누워 보라구요." 이렇게 부드럽게 나가던 할머니의 다음 말은 그 누구도 예측불허였다.

"이 망할 놈 같으니라구… 이렇게 내 말을 안 들어 먹으니 츳쯔."

조금 전에 존칭은 온데간데없고 금방 말이 180도 돈다.

"네 놈이 오늘 이 때 까지 내 말 들은 게 뭐 있어? 그러고도 뭐 잘났다고 지랄이야 지랄이" 평소 얼마나 잘못한 게 많은지 아니면 앙칼스런 할머니의 기세를 감당 못해선지 제대로 된 대꾸 한 마디 없이 할아버지는 "끄응" 하고는 꼬리를 내렸다.

이윽고 건너편 환자가 "끄응-" 하고 싫은 소리를 하는가하면 누군가 "거 잠 좀 잡시다" 거친 항의소리가 건너와 박혔다. 그러나 그 정도 항의론 노인들의 입심을 단 10분도 잠재우지 못했다.

한 30분 후에 대화도 계속 나를 웃기고 있었다.

"할아버지, 병이 낫고 나면 뭐가 드시고 싶어요."

역시 부드러운 질문으로 시작됐다.

"으응, 연안부두 가서 회를 먹고 싶기도 하고, 아님 보신탕…?"

할머니 제안에 기분이 좋아진 모양으로 탁 쉰 목소리 톤이 조금 높아졌다.

그러자 이어진 할머니의 답변은 내 귀를 의심케 했다.

"이 미친 새끼 네 놈이 뭐가 이뻐서 사주냐? 꽤나 이뻐서 사주겠다."

개그 콘서트가 이보다 웃길 수 있을까?

생각다 못해 나는 mp3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이 곤경에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허사였다. 그래도 거리가 좀 떨어진 침대에선 코고는 소리들이 들려왔으나 나만 홀로 노인네들의 잡담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있으니 이거야 미칠 노릇이 아닌가.

"주여, 이걸 어쩌면 좋겠습니까? 주님 제가 어찌해야겠습니까?"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이는지 이러다간 병 고치는 게 아니라 없는 병 까지 얻어서 나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밤은 깊어 가고 잠은 오직 않네"

윤형주 씨의 노래는 낭만이나 있겠으나 겨울밤은 깊어가고 나 홀로 야곱의 씨름을 벌리고 있어야 하다니!

그런 내게 주님의 은혜가 임하기 시작했다. 우리 주님께서는 높고 높은 보좌를 버리시고 이 낮고 낮은 세상에 오셔서 33년을 계셨는데 난 단 하루도 못 견뎌하다니! 얼마나 내가 부족한 놈인가? 주님의 도성인신을 생각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이인실에서 다인실로 내려와 단 하루를 못 참겠다니!

또 한 가지, 복음을 전파하다 붙잡혀 모진 고초를 당하고 차가운 감옥에 내동댕이쳐졌던 믿음의 선조들과 비교해보니 병실에서 겪는 고난을 어찌 고난이라고나 하겠는가! 어느 덧 나는 은혜의 물결 속에 잠기며 잠이 들었다.  

 

제대로 된 사건은 새벽 5시에 터지고 말았는데 사실 빌미는 어젯밤에 제공된 것이맞다고 본다. 밤새 노인의 잡담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건너편 이 씨의 시한폭탄 성질이 한계점을 맞아 폭발을 했는데 다치기는 엉뚱하게도 옆 침대 서 씨가 다쳤다.

병실에 불이 켜지고 간호사가 들어오더니 양 무릎 수술 후 아직 화장실 출입을 못하고 누워있는 서 씨에게 채혈을 하러 왔다. "왜 피를 또 빼고 난리냐? 어제도 뺀 것 같은데." 간호사와 두런두런 주고받는 소리에 모두 잠이 깼다. 그러자 바로 옆 침대의 이 씨가 다짜고짜 고함을 질렀다. "x 같은 병원 같으니라구 - 무슨 놈의 병원이 채혈을 왜 한 밤중에 하나? 낮엔 뭐하다가 한 밤중에 이 난리냐구! 에이 xx 잠을 자게 해줘야 할 게 아냐."

그러자 서 씨가 뭐라고 반박을 했다.

"뭐야 이 xxx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그 이후부터 이 씨와 서 씨가 치고받는 욕설은 어린 간호사가 듣고 있기엔 차마 어려운 말들이었다. 우리 병실뿐만 아니라 이웃 병실까지 다 깰만한 폭음이었다.

"xx! 내가 많이 참는 줄이나 알아. 내 성질대로 하면 그냥 확 -."

눈을 부라리는 이 씨는 예순 두 살, 해병대 선임하사 출신 같은 외모를 했다.

"야 이 xxx야, 니가 못 참으면 어떡할 건데?."

아직 하반신을 못 쓰는 서 씨는 예순 하나, 비쩍 마른 몸에 기운도 없어 보이는데 입씨름에서만큼은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듯 대들었다.

그러자 서 씨가 결정적인 KO 펀치를 날렸다.

"이 xxx가 하반신도 못쓰면서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그냥 콱 짖밟아 버릴까 보다. xx xx."

그 결정타에 의해 승부가 판가름 나서 그 이후론 잠잠해 졌으나 마치 동물들의 세계에 존재하는 주도권 쟁탈전을 보는 느낌이었다. 감방에서 짱이 있듯이 설마 병실에서도 주도권을 잡으려는 걸까, 설마 그건 아니겠지.

폭탄이 터진 후의 자욱한 연기는 시간이 좀 지나자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이 정도에서 멈추길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소등이 된 병실엔 정적이 감돌고 있었으나 한 시간여 남아있는 잠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이게 병실인가 아니면 전쟁터인가? 평생 소설에서도 본적이 없는 못한 광경이 겪고 나니 아직 수양이 부족한 나로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

인간의 존재근원에 대한 염증이 느껴지고, 시궁창 냄새가 나는 듯도 하고 하더니

포연 자욱한 전쟁터가 연상되기도 했다. 아, 큰 일 이로구나! 이런 병실에서 목사인 내가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그 날 새벽엔 그 난리를 피웠으나 낮 동안은 불행 중 다행으로 별 다른 으르렁거림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그러나 2라운드는 다음 날 새벽 5시에 벌어졌다.

이번엔 욕설의 달인 이 씨와(어제 이후로 나는 속으로 그를 "욕설의 달인"이라고 명명키로 했다) 건너편 침상의 할머니가 한판 붙은 사건이었다.

욕설의 달인 이 씨는 무릎수술을 하고 발목보호대를 찬 환자로써 걷는 것이 불편했다. 휠체어가 필요했으나 병원에서 제공되는 휠체어는 턱없이 부족해서 나를 비롯한 장기 환자들은 개인적으로 렌트를 해서 사용하는 편이었다. 새벽에 화장실을 갈 요량으로 마침 혈압 체크 차 병실에 들린 간호사에게 휠체어를 부탁했나보다. 착한 간호사가 어디서 하나 구해다 줬는데 욕설의 달인이 오물이 묻어있다고 좀 투덜댔다. 그러자 내 옆의 할머니가 죄와 벌에 등장하는 수전노 노파 같은 쇤 목소리로 쓸데없는 참견을 해왔다.

"휠체어는 보호자가 구해 오는 거지. 응응… 간호사 선생을 시키는 게 어딨나. 구해주면 감사할 일이지 불평은 왜 해?"

그러자 단 일초도 지나지 않아 이 씨가 거칠 것 없는 육두문자를 날렸다.

"야 이 xx년아 뭐가 어때"

열 살도 더 되는 노인에게 저런 상욕을 하다니! 하도 어이가 없어 지켜보고만 있었노라니 산전수전 다 겪어온 할머니의 반격도 만만찮았다.

"뭐야, 이 xx놈이 말을 함부로 하네." 주저 없이 맞받아치는 것이었다. 이쯤 되니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그만 병실은 어제처럼 욕설의 난무 속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그 사단이 좀 진정되자 병실에 불이 꺼지고 정적이 찾아왔다. 그러나 꺼진 줄로 알았던 불씨가 30분 뒤에 다시 살아날 줄이야.

화장실에 다녀오는 욕설의 달인을 향해 할머니가 소총을 들고 먼저 시비를 걸었다.

"왜 사람을 째려 봐?"

그러자 욕설의 달인답게 이 씨가 기관총으로 응수했다.

"이 xx년이 왜 시비야 시비가. 내가 언제 널 째려봤다구그래. 째려보긴 네 까진 늙은이가 뭘 볼 게 있어서 째려보냐?"

잠시나마 잠을 청했던 사람들이 다시 깨어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번엔 내 침상 건너편에 김 씨가 와락 성질을 내며 일어섰다. 그는 모 교회 집사라 했는데 오늘 낮에 손가락 수술을 받은 터였다. 식식거리며 일어나더니 텔레비전을 켜서 최대음량으로 올려버렸다.

 

자,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분 이게 뭡니까? 병실 분위기가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하고 나섰다가 자칫 저 무뢰한들에게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었다. 병원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나 아님 병실을 옮겨야 하나… 도대체 답이 나오질 않았다. 그래도 내가 명색이 목사인데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힘이 없다니! 최선책은 상황 도피라는 생각만이 맴돌고 있었다. 어제 받은 은혜는 이미 바닥이 난 상태고 -.

 

고심 속에 하루를 지낸 나는 모종의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

저녁식사들 마친 나는 휠체어를 타고 병실 통로에 섰다.

"여러분, 잠간만 제 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그러자 보호자들, 간병인 까지 눈이 커졌다.

"여러분 왜 이 병원에 오셨죠? 병 고치시려고 오셨죠? 그러려면 제일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 무엇인줄 아십니까? 바로 안정입니다. 의사선생님들이 누누이 강조 하는 게 안정 아닙니까? 그러나 우리 병실 분위기라면 안정은 커녕 없던 병도 생기겠습니다.

안정을 찾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이해입니다. 우리 모두는 환자들이라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 잘못하면 폭발합니다. 그러므로 신음소리가 들려도 저 사람이 나보다 힘들겠구나! 이렇게 서로 이해를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배려입니다. 여긴 내 집이 아니고 공동체 삶을 사는 곳입니다. 내 집에서야 내 맘대로 자고 싶으면 자고 깨고 싶으면 깨지만 이곳은 여러 사람이 함께 지내야하는 공간입니다. 그러니 말을 할 때도 작은 목소리를 내고 밤11시가 넘으면 텔레비전도 꺼야 합니다.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웃사촌입니다. 여러분 중에 무슨 일을 당하면 누가 도와주겠습니까? 간호사실도 멀리 떨어져 있고 의사는 볼 수도 없습니다. 바로 옆의 환자가 도와줘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안정된 병실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그래서 빨리 퇴원을 해야죠. 여러분이 제 말에 동의하신다면 모두 박수를 쳐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모든 사람이 짝짝짝 박수로 화답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이들이 내 말대로 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었다. 과연 오늘 밤을 무사히 지낼 수 있을까?

그런데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그 날 밤 점수를 매긴다면 90점, 그 다음날은 100점을 줘도 모자라는 밤이었다. 그런 밤이 계속 이어졌다.

옆 침대 노인네들도 알아들을 수 없도록 아주 작게 소곤대더니 다음 날은 아예 정적을 유지하고 모두 포근한 잠에 빠졌다. 밤 11시가 되기도 전에 텔레비전도 꺼졌다.

욕설의 달인 부인은 교회 신실한 권사였는데 아침마다 병실에 출근하면 연실 감사의 말을 건넨다. "다 목사님 때문이예요. 목사님께서 기도 많이 해주신 덕분입니다." 그런가하면 자기 남편을 곁에 세워 두고도 이런 말을 했다.

"목사님, 제 남편 위해 기도해주세요. 이 사람이 욕을 잘해요. 어서 주님께 돌아와야 하는데."

하루 이틀 지날수록 어느 덧 모두 나를 향해 "목사님, 목사님" 하며 존경을 표하는 눈치다. 놀라운 일은 욕설의 달인 서 씨와 이 씨가 아주 화목하게 지내는 일이었다. 서로 음식도 나눠먹고 농담도 주고 받는다. 마치 십년지기 같아졌다.

"목사님, 커피 한 잔 타드려요?"

그들이 청해오면 싫으면서도 무조건 "그러죠" 하며 다 받는다. 내가 그들보다 연상이지만 "이형, 서 형" 하고 불러주면 싫지 않은 표정들이다.

"잘 들 주무셨습니까?" 아침 인사를 해도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고 식사시간이 되면 내가 먼저 "맛있게들 드세요." 한다.

지금 우리 병실은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다. 수술 후 고통스러워하던 신음소리도 점차 잦아들었다. 아! 이렇게 평화가 찾아오다니 꿈만 같다.

 

낮 시간이면 나는 신기한 일을 보며 혼자 웃고 또 웃는다.

그렇게 막말로 치고받고 하던 두 사람이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믿기지가 않아서이다.

"이 사람아 자네처럼 그렇게 꼼짝 않고 누워만 있으면 안 돼. 일어나 앉아 책도 좀 보며 마음의 수양도 쌓고 그래야 병도 빨리 낫는거야."

욕설의 달인이 충고를 하면 한 살 아래 이 씨는 순순히 받아들인다. 욕설의 달인은 생긴 외모나 거친 입담과 달리 종종 책을 들고 있다. 알고 보니 두 사람 다 배와 관계된 직업을 가진 분들이라 그렇게 입이 거친 것이었고 의외로 단순한 사람들이었다.

요즘 나는 젊은 집사를 비롯해 두 남자에게 흡연 크리닉을 하는 중이다.

"이번 기회에 병도 고치고, 흡연도 병이니 이 병도 고칩시다. 또 앞으로 교회도 나갑시다. 그리고…"

 

아직 퇴원 날자는 모르지만 오늘도 나는 목사인 내가 얼마나 행복한가를 느끼며 주님을 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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