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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5.07 (00:00:00)
<정창균 칼럼> 말 한마디의 위력

재작년 이맘 때 였습니다. 50대 중반의 한 여인을 만났습니다. 결혼 초 부
터 부부 문제로 많은 상처와 응어리를 가슴에 안고 지난 세월을 살아온 분 이
었습니다. 남편 때문에 상하는 속을 더 이상 감당해낼 재간이 없어서 법원에
가서 이혼 수속을 위한 서류를 가져 왔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했습니
다. 차라리 죽어버리려고 마음을 굳혔던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도 했습니
다. 그러나 늙으신 자기 아버지를 욕되게 할 것이 두려워 차마 그리 할 수가
없었노라 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지금은 행복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밝은
눈 빛을 지으며, 어린 아이 처럼 천진스러운 말투로, 사는 것이 즐겁노라 했
습니다.
얼마 전, 심각한 병이 들어서 고통을 당하였는데 하루는 남편이 그러더라
는 것입니다. “당신 죽지 말어. 당신이 죽으면 내 가슴에 한이 맺혀서 나는
살 수가 없어.” 몸이 망가진 아내를 보며 남편은 사죄하 듯, 비통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그렇게 쏟아 놓은 것이었습니다. 다행
히 건강이 많이 회복 되
었습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이 남편이 자기
를 백화점으로 데리고 가서는, 사양하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비싼 옷 한벌을
사주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아내의 손을 꼭 쥐면서 하는 말이, “그동안
잘 참아주어서 고마워. 예수 믿는 사람들은 역시 어딘가 다르더라고!” 하더
라는 것 입니다.
이혼 서류를 찢어버린 것이 몇 번이고, 차라리 세상을 떠나버리고 싶은 충
동을 늙은 아버지 때문에 짓눌러버린 것이 몇 차례나 되는 줄 알기나 하느냐
고 쏘아부치고 싶기도 했으련만, 이상하게도 이 한 마디 말에 지난 이십 여
년 동안 쌓여 온 모든 응어리가 눈 녹 듯 녹아 없어지더라는 것입니다. 그리
고 지금은 행복하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까짓 말 한 마디에 이러는 자기 자신
이 유치해 보이기도 하고, 어린 애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러나 사
실이 그런 걸 어떻게 하겠느냐며 그 부인은 행복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리
고 마지막 한 마디를 멋적은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습니다.“여자는 그런 건
가 봐요. 말 한 마디에 그렇게 변하는 것을 보면...” 저는 빙그레 웃으며 속

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여자가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이란 게 그런 거지
요. 유치해서도 아니고, 어린 애 같아서도 아니라, 손을 꼭 쥐며 속삭이는 따
스한 말 한 마디가 수십 년 엉기고 쌓인 응어리를 녹여내는 위력이 있어서 그
런거지요.”
지난 해 5월말,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저는 이 부인에게 전화를 해보았습
니다. 일년 전의 그 행복이 지금도 여전한지를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부
인은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남편은 온 가족을 차에 싣고 꼬박꼬박 교
회에 잘 나가요. 성경공부 모임에 좀 참석했으면 좋겠는데 그것까지는 아직
안해요.” 또 다른 아쉬움을 털어놓고는 있었지만, 그러나 그 부인은 여전히
행복해 보였습니다. 또 다시 가정의 달이 돌아왔는데, 저는 이 년 전의 그 행
복이 지금도 여전한지 또 다시 전화라도 해 볼 생각입니다.
우리는 이 한 마디 말의 위력을 때로 너무 무시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
이 듭니다. 그렇게 서로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될 것을 가지고, 우린 너무 무섭
고, 지겹게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 가정의 달에는 누군
가의 손을 꼭 쥐며 이“한 마디 말”을 나누어 보
고 싶습니다. 남편의 손, 아
내의 손, 부모님의 손, 자녀의 손, 형제의 손, 그리고 목사님의 손, 또 교인
들의 손을 이렇게 한번 꼭 쥐며 서로에게 따스한 한마디 사랑의 말을 건네보
면, 제가 만났던 이 중년 부인의 마음을 우리도 알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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