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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1.04 (00:00:00)
-정창균 칼럼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저는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이제는 다른 조건 없이, 굳이 사랑의 이유를
붙임이 없이 그냥 사랑합니다.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사랑합니다. 이것이 만
인 앞에서 고백하는 저의 양심 선언입니다. 저는, 아무런 조건을 붙임이 없
이 그냥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제가 하나님을 알았던 처음 순간부터 그렇게 하나님을 사랑한
것은 아닙니다. 여름철 소나기 지나가 듯, 어느날 갑자기 하나님을 그렇게
사랑하게 된 것도 아닙니다. 산 꼭대기에 서니 헤매며 올라온 등산로가 내
려다보이 듯, 이제 지난 날들을 돌아보니 제가 통과해 온 하나님 사랑의
오솔길이 보이는 듯 합니다. 처음 저는 이유를 모르고 하나님을 사랑하였
습니다. 그렇게 얼마를 지나다가, 나는 왜 하나님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가
하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이유를 알고 하나님을 사랑 하였
습니다. 그렇게 얼마를 살다가 저는 이유 없이, 그냥, 조건 없이, 하나님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유를 모르고 사랑하다가, 이유를 알
고 사랑하다가,
이제는 이유 없이 그야말로 무조건적으로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처음 제가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 저는 “그래야 되
는가보다”하여 사랑하였습니다. 제 어머니는 저를 품에 안고, 무릎에 앉혀
놓고 마치 제게 최면술을 걸 듯 “너는 하나님을 사랑해야 된다”고 반복
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제 아버지는 제가 아직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기
전부터 마치 훈련소 병사 훈련시키 듯이 “너는 하나님을 사랑해야 한다”
고 가르치며 훈련을 시키셨습니다. 그리고 교회에서 만난 선생님들과 집사
님들도 “너는 하나님을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법 나이가 들 때 까지도, 나는 하나님을 사랑해야 되는 것인 줄 알고 자
랐습니다. 사랑해야 된다고 하니 사랑한다고 하는 그런 사랑이었습니다. 하
나님을 사랑해야 된다고 주입을 받았던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하나님을
사랑한 처음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은 아니었습니다. 나 자신도
모르는 말을, 실감도 없는 사랑을, 이유도 모르는 사랑의 고백을 그냥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그렇
게 해야 된다고 하니 그렇게 하는 사랑이
었습니다. 그것은 제 어머니의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었고, 제 아버지의
하나님, 제 선생님의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 이었습니다. 나의 하나님을 사
랑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제 어머니께서 하나님을 좋아하시는 만
큼, 제 아버지께서 하나님을 사랑하시는 만큼, 저는 하나님을 좋아하지도,
잘 섬기지도 않고 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이유도 모르면
서 하나님을 사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내놓고 보니 그 “다른 사람들”이 그때 제게 있었다는 사실
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너는 하나님을 사랑해야 한다”고 그렇
게 나를 몰아준 그분들이 없었다면 저는 영영 하나님을 사랑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불현듯 그분들이 사무치게 그리워지고, 고기 근이라도 들고 찾아
가서 이렇게 고마와하는 저의 속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집니다. 제가 하나
님 곁을 떠나려고 몸부림을 칠 때, 기다려주며, 참아주며, 등을 도닥여주며,
마치 용하다는 의사 찾아다니는 중병 환자처럼 저를 데리고 이 목사님 저
목사님 찾아다니며 애쓰시던 제 어머니 생각도 불현 듯 살아
납니다. 그 어
른이 영영 제곁을 떠난 후인 지금에야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이렇게 답답
하고 한심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사실 오늘(12월29일)이 그 어른이 떠난지
꼭 5년이 되는 날 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을 더 사랑하며 사는 것이 새 천년의 문턱에서 품
는 저의 새 소원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에 나 자신의 새로와
짐이 없고서야 새 천년이 백번을 새롭게 온다 하여도 인생도 역사도 결국
아무것도 새로운 것이 없이 끝나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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