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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2.12 (00:00:00)
-목회자의 자녀들
정창균 목사
2년 반쯤 전 주일 날 아침, 결혼을 앞둔 저의 조카가 예비 신부를 데리고
인사차 교회로 저를 찾아왔었습니다. 예배 후 두 사람은 우리 아이들과 오
후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나중에 그 아가씨가 의아스럽다는 둣이 말했습
니다. “목사님 자녀들 같지가 않아요. 참 발랄하고, 밝고, 자기 표현도 잘
하고…” 우리 부부는 그렇게 말하는 그 자매의 말이 의아스러웠습니다.
한편으로는 서글프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나라 교인들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목회자 자녀다움의 이미지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꾹 참아내고, 왠지 주눅이 들어 있는 듯하고, 왠지 눈
치를 보는 듯 하고, 등등이라는 것이 생각나서 서글퍼졌고, 우리 아이는 그
렇게 자라지 않았다는 확인인 것 같아서 위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옛날
부터 목회자의 자녀들이 부모와 교인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이게 들어 온
말은, “목사의 자녀이면서 … 수 있는가?” 혹은 “목사의 자녀이니까 해
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아이
들 말로 하면, 목사의 자식이라는 것 때문
에 교회와 가정에서 엄청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야 한 것입니다. “우리
아버지가 목사지 내가 목사냐? 나는 죽어도 목사 안 될 거야!” 중학교 때
저와 아주 친하게 지내던, 아버지가 목사님이시던 저의 친구가 때로는 혼
자 중얼거리는 독백처럼, 때로는 내게 털어놓는 하소연처럼 자주자주 쏟아
놓던 말이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첫 아이를 낳은 후 아이들 기르는 것과 관련하여 서로 약속한
것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첫째, 절대로 아빠가 목사라는 것을 내세워서 아
이들을 꾸짖거나, 일을 시키지 말 것(목사의 자녀가 아니라 신자로 키울
것). 둘째, 절대로 아이들 앞에서 아이들 선생님을 흉보거나 욕하지 말 것
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은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유학을 떠나서 6년 이상을 외국에서 산 덕분에 교인들로부터
목사 자녀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받을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저희 부부도
첫 약속을 지키기가 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작년 언젠가, 목사님들을 상대
로 강의하면서, 한국의 목회자 자녀들이 자신들이 단지 목사의 가정에 태
어났
다는 사실 때문에 받는 고통의 심각성을 알아서, 목사님의 위신과 체
면을 기준으로 아이들을 괴롭히는 일을 조심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나누
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야기 도중에 한 목사님이 손을 드셨습니다. “그
문제와 관련하여 저의 이야기를 좀 해도 되겠습니까?” 그리고 그 목사님
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우리 큰 아들은 교회를 잘 다니지 않습니다. 체격이 얼마나 크고 주먹도
센지 누구도 비위에 거슬리면 가만 놔두지를 않습니다. 한번은 이 아들이
와서 말했습니다. ‘나는 목사의 아들이라는 것만 가지고도 충분한 스트레
스를 받고 있으니까 저를 상관하지 말고 그대로 놓아두세요.’ 그 아들이
지금은 군대에 갔는데 많이 변해서 제대하면 새생활을 할 것 같습니다. 문
제는 둘째 아이입니다. 이 딸 아이는 국민학교 때부터 가출을 했습니다. 저
는 제 아내와 이 아이 찾으러 정신 없이 다니면서 성경이 말씀하는 한 영
혼의 귀중함을 체험했습니다. 매주 라면 값으로 돈 만원씩을 통장에 넣어
주는데, 그것을 꼬박꼬박 찾아가는 것을 보고 아직 우리 아이가 어디엔가
살아있다는 확인을 합니다. 목사들끼리 모인 이런 자
리가 아니면 내가 어
디가서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고 하겠습니까?”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적지도 않은 데다가 그 목사님께 너무 죄송해서 그
분이 이야기한 대로 정확하게 옮기지는 못하였습니다. 여하튼 그 목사님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여기저기서 공감과 탄식의 한숨소리가 터져나왔고, 저
와 몇분의 목사님들은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 땅의 목사의 자녀들에게 격려와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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