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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9 (00:00:00)
김병혁의 vivavox (4)

로마인가? 제네바인가?

김병혁 목사_에드먼톤 개신개혁교회


지난달 말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한국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의 거의 모든 언론 매체들은 연
일 그에 관한 특종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가 전달되고
각 당 대표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해당 교파인 카톨릭 교회는 물론 정
치권과 각종 사회 단체 심지어 타 종교 단체에서조차 앞 다투어 칭찬과 기대
일색의 논평을 내놓고 있다.
과문한 탓에 또 한 명의 추기경이 과연 카톨릭 교회와 한국 사회에 어떤 긍정
적인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추기경 서임을 두고 그리스도
의 몸된 교회요 형제 된 개신교인으로서 ‘국가적인 경사’로까지 여겨야 한
다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백도웅 총무의 호들갑스러운 권면은 왠지
찜찜하다.

1. 카톨릭 교회는 변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이번 일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중세 시대의 카톨릭 교회와 비교
해 볼 때 현재의 카톨릭 교회의 변신은 가히 성공적이다 할만하다. 중세의 카
톨릭 교회가 억압과 쟁투로 얼룩진 종교 난장판을 연상시킨다면 오늘날의 카
톨릭 교회는 관용과 연합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절대 권력과 절대 독재의
깃발 아래 천년의 역사를 지배해 오던 부패한 독재 종교가 어느덧 민주주의
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호소력 있는 종교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카톨릭 교회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분명 카톨릭 교회의
외관에는 큰 변화가 있었지만 정작 그들을 지탱하고 있는 내용에는 전혀 변화
가 없었다. 돈으로 외모는 바꿀 수 있지만 마음은 성형할 수 없는 것처럼 말
이다.
새로운 추기경에 대한 관심과 기대만큼 염려와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이유이
다. 종교 개혁의 후예임을 자부하는 개신교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역사적으
로 볼 때 카톨릭 교회 내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변화는 종교 개혁에 대한 일종
의 반작용이었다. 카톨릭 교회는 1540년대 시작된 트렌트 종교 회의를 비롯해
서 1962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종교 회의를 통해 자신

들의 신학과 신앙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성경과 전승에 의해 만들어지고 계승
된 대부분의 카톨릭 교회의 신학과 신앙은 많은 부분에서 반종교개혁적이며,
반성경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2. 카톨릭 교회는 반개혁주의적이다

이것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나 현재에나 변함 없
지만 늘 타락과 부패의 원형으로 남아 있는 그들의 주요 교리를 전통적인 장
로교회의 교의학 구도에 맞춰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신론: 카톨릭 교회는 하나님에 관한 지식을 기록된 말씀 외에도 자연 세계
(일반 계시)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② 성경론: 카톨릭 교회는 신구약 66권 이외에 외경 일곱 권과 교회의 전승
과 전통에 관한 기록인 성전(聖傳, tradition)을 성경 범주에 포함시킨다.
③ 기독론: 동정녀 마리아는 하나님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로서 무죄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에 동참한다.
④ 구원론: 그리스도께서 교회 안에 일곱 성례(사)를 제정하셨는데, 이것 자
체는 하나님의 생명의 은총에 참여하게 되는 수단으로 구원을 성취하는 은총
의 효력을 지닌다.
⑤ 교회론
: 교황은 베드로의 사도권을 잇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성경 해석
과 적용과 도덕에 관하여 오류가 없으므로 그에 대해 반박하거나 비난하는 것
은 반그리스도적이다.
⑥ 종말론: 신앙이 완전한 자들은 죽어서 천국에 이르지만 완전히 정화되지
않은 대부분의 신자들은 연옥에서 정화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이 곳에서의
기간은 신실한 자들의 기도와 선행에 의해 단축되어질 수 있다.

하지만 1960대 이후 카톨릭 교회의 이러한 전통 신학은 커다란 전환기를 맞이
하게 된다. 카톨릭 교회는 구원의 영역을 타 종교에까지 확장한 포괄주의, 다
원주의 신학을 공식화함으로써 포용과 연합의 상징인 에큐메니칼 운동의 명실
상부한 선두주자로 등극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오늘 반종교개혁적 카톨릭 교회는 내적 변화 없는 외
적 변신을 통해 종교적 이미지를 극대화해 가는 반면 종교개혁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개신 교회는 내용과 외형에 있어서 심각한 변형이 나타나고 있
다. 카톨릭처럼 종교개혁적인 신학적 엄밀성을 포기한 채 할 수 만 있다면 인
간과 이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신학과 교회가 개신교 안에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3. 우리의 냉엄한 현실과 냉정한 물음

그럼에도 오늘날 개혁주의를 추구한다는 교회와 신학교의 강단에서조차 이토
록 위험천만한 카톨릭 교회를 향한 확신에 찬 경계와 경고의 음성을 들을 수
없을뿐더러 카톨릭 교회와 불온한 동거 관계를 유지하는 개신 교회를 향한 냉
철한 반성과 절박한 충고의 메시지를 찾기 어렵다. 숨길 수 없는 우리의 슬
픈 현실이다.
자문한다. 새 추기경의 로마 입성을 앞두고 환호작약하는 무리 틈에서 우리
의 갈 길을 돌아본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사람들의 환호와 선
망만이 가득한 로마인가? 아니면 진리를 위해 고난과 순교도 두려워하지 않
는 제네바인가? 진정 로마인가? 진정 제네바인가?
* vivavox(비바복스)는
‘살아있는 목소리’란 뜻의 라틴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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