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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4 (00:00:00)

위험한 만남


김병혁 목사_에드먼톤 개신개혁교회


1. 개신교와 로마 카톨릭과의 모종의 만남

최근 들어 세계 교회 내의 ‘교회 연합과 일치’ 운동의 양상은 새로운 국면
을 맞이하고 있다. 어느덧 개신교내의 ‘교회 연합과 일치’ 운동은 보수와
진보 신학의 연대(連帶)를 뛰어넘어 로마 카톨릭과의 적극적인 연정(戀情) 형
태로 발전하고 있다. 모던 레포메이션(Modern Reformation)지에 따르면 2004
년 10월 미국 버밍험에서 열린 에큐메니칼 회의에서 카톨릭과 개신교를 대표
하는 16인의 신학자들이 서명한 “기독교 연합을 위한 프린스톤 제안"(The
Princeton Proposal for Christian Unity)이라는 선언문이 채택된 바 있다.
이 선언문은 오늘날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로마 카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위험
한 관계가 어떠한 형태로 발전해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가지 예
에 불과하다.
리처드 존 뉴하우스(Richard, J. Neuhaus)는 루터교 신학자에서 카톨릭 사제
로 전향한 자로 이 모임을 주도한 대표적인 인
물이다. 현재 “First
Things"의 편집인으로 복음주의권과 카톨릭계 안에서 얻은 폭넓은 인맥을 바
탕으로 두 교파간의 실질적인 연합과 일치 운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는
1994년 복음주의 베스트 셀러 작가인 동시에 미국교도소 선교회 이사장으로
미국 복음주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찰스 콜슨(Charles Colson)
과 같이 “복음주의자들과 카톨릭 교도과 함께(Evangelicals and Catholics
Together)”라는 문서를 발행하여 미국 전역에 배포하였다. 두 사람은 이 문
서를 통해 그동안 역사 속에서 복음주의와 로마 카톨릭 사이의 불편했던 신앙
적 관계를 청산하고,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와
부패를 대처하기 위한! 양자간의 협력과 양보를 다짐하였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복음주의와 카톨릭과의 연정을
넘어 아예 동침을 선언한 이 문서의 작성 이면에는 현재까지 세계 복음주의
권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과 영향을 끼치고 있는 신학자들과 교회 지도자들의
숨은 공로(?)가 있었다는 점이다. 영미 복음주의 신학의 상징이 된 제임스 패
커(J. I. Packer), 트리니트 포럼의
오스 귄니스(Os Guinness), 대학생 선교
회의 창설자 빌 브라이트(Bill Bright), 미국 보수우익 복음전도자 팻 로버트
슨(Pat Robertson), 풀러 신학교의 기독교철학 교수 리처드 모우(Richard
Mouw), 복음주의 기독교 역사가 마크 놀(Mark Noll), 제네바 대학의 존 화이
트(John White) 등이 그들이다. 이쯤이면 복음주의와 로마 카톨릭은 한 지붕
한 가족이라 할 만하다. 카톨릭 교회와 안방 살림을 차렸는데 에큐메니칼 신
학을 문 밖에 세워둘 이유가 있겠는가?

2. 결코 로마 카톨릭과 하나될 수 없는 명백한 이유들

이 문서를 작성하는데 동참한 한 복음주의 신학자는 자신이 개신교인이면서
도 카톨릭 교회와의 연정 문서에 동참하게 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
다. ① 카톨릭 교회와 개신교는 오래 전부터 사도 신경이라는 공동의 신앙고
백을 갖고 있었다. ② 개신교는 로마 카톨릭으로부터 발생했으므로 주 안에
서 하나가 될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이 있다. ③ 작금의 로마 카톨릭은 중세의
카톨릭이 아니며 많은 부분에서 부단한 자기 개혁을 통해 개신교와 가까워지
려고 노력하고 있다. ④ 이미 빌리 그래함이나 오순절 교회
와 같이 많은 개신
교 지도자들과 교회들이 로마 카톨릭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⑤ 제3세계
선교 사역에 과도한 경쟁과 중복 투자를 피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구원 사
역의 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 ⑥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 사회 문제를 해결
하는데 있어서 로마 카톨릭과의 직간접 연대는 피해갈 수 없는 선택 사항이
다.
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결코 로마 카톨릭을 신앙 동
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록 위의 주장들이 사람을 설득시
킬 수 있을지언정 성경과 종교개혁의 정당한 변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① 사도 신경에 언급된 “거룩한 공회”(the Holy Catholic Church)는 로마
카톨릭을 가리키지 않을뿐더러 로마 카톨릭의 중심 교리는 비성경적이이며 반
종교개혁적이다. ② 개신교는 로마 카톨릭이 아니라 성경으로부터 탄생한 종
교이다. ③ 오늘날 외형적으로 중세의 로마 카톨릭을 극복하고 있지만 내용
(신학과 신앙)면에서는 그 어떤 개혁도 없었다. ④ 로마 카톨릭과 연정을 꿈
꾸는 개신교에 속한 인물과 교회는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다.
⑤ 선교는 오로지 삼
위일체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이다. ⑥ 바람직한 사회 개
혁이란 인위적인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성경적인 종교 개혁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분명히 말해두자. 수 천 년 간 어떤 내적 변화의 조짐도 없는 그들의 교훈과
가르침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들은 명백히 다른 종교이며 다른 형제이다.
하지만 그들의 변신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들의 유혹은 더욱 강렬해지고 있
다. 그들 앞에선 신학적 차이나 교회사적 구별은 더 이상 의미 없는 몸짓이
되어 버렸다.
자유주의자든 보수주의자든, 진보주의자든 복음주의자든 심지어 개신교인이
든 타종교인이든 상관이 없다. ‘교회의 연합과 일치’라는 먹음직한 먹이를
내놓고 덥석 집어삼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화려한 자태와 음흉한 몸짓으로
먹이를 유인하는 식충식물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교회의 연합과 일치’
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며 몸부림치는 한국 교회의 현실이
남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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