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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18 (00:00:00)
안목의 선물


성주진 교수/합신 구약신학


하나님께서 그의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주신 아름다운 선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안목의 선물일 것입니다. 이러한 안목의 선물을 하나님께서 주시지 않았
다면 우리는 순간마다 다양한 어두움을 경험하면서 영적 흑암 가운데에 앉아
있게 되었을 것입니다. 우선, 제가 받은 안목의 선물을 대략이나마 펼쳐 보여
드리는 것이 순서일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자연을 바라보는 안목을 새롭게 발견한 것은 몇 해 전이
었습니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변화산 기도원에서 열린 한 집회에 참석하
고 있었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뒷산에 올라가 이른 아침의 싱그러운 공기
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구부러진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문뜩 저 앞쪽에서 무엇인가 번쩍하고 빛나는 것이 보였습니다. 혹시 다이
아몬드가 아닐까? 호기심과 기대에 가득 차 가까이 다가가 보았습니다. 그것
은... 그것은 이슬방울이었습니다. 길가 웅덩이 옆 이름 모를 잡초의 이파리
끝 부분
에 이슬방울이 하나 달려 있었고,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이슬
방울을 오색이 찬란한 다이아몬드로 만드는 신비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각
도를 약간씩 바꿔 이리저리 살펴보니 한 다발이나 되는 다이아몬드들이 제각
각 빛의 향연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황홀한 광경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말대로 저는 당시에 "땅은 구석구석마
다 하늘로 빽빽이 들어차 있다. 사실 모든 떨기나무는 하나님의 불꽃으로 타
오른다. 하지만 오직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만이 그 앞에서 신을 벗는" 경험
을 한 셈입니다. 그 날 이후 자연은 제게 전혀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길가에서나 산 속 어디에서나 아침 이슬과 아침 햇살이 있는 곳에서는 이런
이슬방울 다이아몬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저 각도를 맞추어 바라
보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지금도 이러한 자연을 보는 안목은 마음에 큰 즐거
움과 삶에 위안을 가져다 줍니다.

신학교 시절, 성경에 대한 안목은 제한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구
약을 더 공부하면서 저는 그 안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시각에 대하여 몹시 당
황한 적이
있었습니다. 같은 사건을 기술한 것인데도 출애굽기와 신명기가 다
르고, 사무엘-열왕기와 역대기가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변증에 주력하여 어떻
게 조화시킬까 고심하였지만 지금은 다 초점 렌즈를 통해 보여주시는 말씀의
온전함을 오히려 기뻐하고 있습니다.

신약을 읽을 때에도 특히 신약 저자들의 시각이 부활 이후의 관점이라는 사실
을 체감하게 되었을 때 신약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되었다고 기억합니다. 부
활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 신약뿐만 아니라 삶의 내용과 고통, 그리고 사역이
전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어두울 때의 방황과 회의까지도 부
활의 안목에서는 믿음의 발판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믿음의 형제를 바로 바라 볼 수 있는 안목도 분명히 하나님의 커다란 선물
인 줄 압니다. 어쩌다 어떤 형제와 주고받은 상처는 쳐다볼수록 생생하고 그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또렷해져 갔습니다. '잊어버리자, 무시해 버리자' 되뇌
며 노력했던 많은 시도도 무위로 돌아갈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그 형
제를 위하여 기도하기로 작정하였을 때, 그 형제를 보는 각도가 조금씩 바뀌

어지고 달리 볼 수 있는 안목이 점차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눈은 내 눈이지
만, 나는 내가 보고자 하는 대로 볼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안목의 자유는 오
직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는 선물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에 대한 좁은 안목을 넓혀 준 것은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안
경을 통해서였습니다. 처음에는 믿는 사람에게만 하나님의 형상이 있고 영혼
이 있는 줄로 잘못 알아서 믿지 않는 사람들을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곤 했
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제한된 의미에서나마 하나님의
형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였을 때, 사람과 세상을 보는 안목이 바
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독생자를 주시기까지 사랑하신 사랑의 대상으로
서의 '세상'에 대한 안목은 왠지 불편했던 마음에 많은 자유를 가져다 주었습
니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믿음과 사랑의 안목으로
하나님과 성도, 교회, 세상과 역사를 함께 바라보고 그 은혜의 경험들을 서
로 나누면서,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의 형제와 자매된 독자들을 만나 뵙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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