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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7.20 (00:00:00)
사기꾼과 형사
정창균 목사

아이들을 키우거나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은 자기가 저지른 잘못이 드
러나면 여러 가지 다른 태도를 나타내는 것을 보게 됩니다.
분명히 지갑에서 만원 짜리 한 장을 꺼내간 것을 알고서 잡고 물어보는
데, 오히려 “만원 짜리가 어떻게 생겼는데요?” 하고 묻는 아이가 있습니
다. 고단위 거짓말을 하는 것이지요. 이게 가장 얄미운 아이입니다. 또 어
떤 아이는 “싫다는 데도 옆집 형이 자꾸 가져오라고 해서, 그 형 때문에
꺼내갔어요” 하는 아이입니다.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그 책임을 지
는 것은 거부하는 아이입니다. “만원 짜리가 어떻게 생겼는데요?” 하는
아이가 “내가 아벨을 지키는 자니이까?” 하고 대든 가인 타입이라면,
“옆 집 형 때문”이라는 뒤의 아이는 선악과 먹은 책임을 남에게 돌려대
던 아담과 하와, 혹은 하나님께 좋은 것으로 드리려고 불순종했다고 억지
를 부리던 사울 왕 같은 타입입니다.
요즘 새롭게 등장하는 신세대 타입도 있습니다. “왜요, 뭐가 잘못됐어
요?” 하
면서 고개를 쳐드는 아이입니다. 급해서 좀 갖다가 썼기로서니 그
게 그렇게 큰 잘못이냐는 것입니다. 참 화나게 하고 한심하게 하는 타입이
지요. 그런데 딱 잡고 “너 지갑에서 만원 꺼내갔지?” 하면, 그 자리에서
“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런 짓 하지 않겠습니다. 용서해주세요” 하
면서 맞을 준비를 하고 스스로 종아리를 걷는 아이도 있습니다. 희귀하기
는 합니다만, 이런 아이를 보면 종아리를 치긴 하면서도 왠지 고마운 생각
이 들고, 와락 껴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 두어 달쯤 전부터, 저는 글을 읽다가, 또는 어떤 사람을 생각하다가,
또는 어떤 이야기를 듣다가 찔끔찔끔 눈물이 나오곤 하는 체험을 하고 있
습니다. 정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많은 것을 희생하면서도 진실하
고 솔직한 모습으로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 죄를 거부하는 데 있어
서는 실패하였을지라도 죄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그 대가를 당당히 치루어
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별안간 그렇게 눈물이 찔끔거려지는 것입니다.
제 자신은 그렇게 진실하고 정직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픔의 눈물이기도
하고, 두엄자리 같은 세상
에서 진주를 주은 것 같은 감격의 눈물이기도 합
니다.
정직한 것, 진실한 것, 솔직한 것, 거짓이 아닌 것을 보기가 그렇게도
힘든 세상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 자신에게서도, 이웃 속에서도, 세
상에서도, “정직” 혹은 “진실”이라는 것을 글자가 아닌 삶의 모습으로
보기가 그렇게 어렵다는 말입니다. 진실을 비웃을 줄 알지, 진실에 감동할
줄을 모르는 세상. 아무도 정직을 행하지도, 정직을 믿어주지도 않는 세상.
그래서 모두가 속이려 드는 사기꾼과 속지 않으려는 형사의 심리를 가지고
살아가는 세상. 아무에게도 나를 드러낼 수 없어서 덩그라니 혼자 있다는
외로움과 자칫하다가는 당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과 경계심에 싸여 살다보
니 결국 사람 대하기가 피곤하고 고달프고, 그래서 세상 살이가 맛도 없고
재미도 없는 세상, 우리는 지금 그런 세상을 살고 있는 것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돌아가신 박윤선 목사님께서 신학교 강의 시간에 하셨던 말씀이 생각납
니다. “교역자는 교인 앞에서 정직해야 합니다. 모르는 것을 물어오면 모
른다고 하시오.” 그리고 물으셨습니다. “열 번쯤 모른다고 했는데
또 모
르는 것을 물어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습니
다. 한참 있다가 하시는 말씀이, “또 모른다고 하시요.” 끝까지 정직하고,
결코 거짓되지 말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대해서 뿐만이 아니라, 우리 서로에게도 거짓되지 않
으려 몸부림을 치며 사는 신자들, 좀더 정직하고 진실하고자 살이라도 떼
어내는 신자들이고 싶습니다. 우리는 사기꾼과 형사의 심리로 서로를 대하
며 살아야 될 사람들이 아니라, 서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받아들이며
서로 얼싸안고 살아야 될 사람들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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