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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14 (00:00:00)
<정창균 칼럼>

목자 없는 설움

정창균 목사 / 본보 편집위원, 새하늘교회

어쨌든 교회에 목회자가 없다는 사실은 교인들에게는 큰 설움입니다.

흔한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요즘에도 싸우는 교회들이 종종 있습니다. 정치
판에 흔해빠진 표현대로,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지만 교
회 안에서도 드러내 놓고 편을 가르고, 맞붙어서 충돌을 하는 그런 ‘쌈박
질’이 가끔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주간에도 지방에 있는 어느 교회 교
인들이 교회 문 앞에서 서로 치고받는 난장판 격투 장면이 그 지방 TV 뉴스
에 방영되어 신자나 불신자를 막론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
니다. 그런데 이런 싸움은 대부분의 경우 교회 지도자들 사이의 싸움이기 일
쑤입니다.

저는 역사가 꽤 오랜 교회에서 자랐습니다. 사실은 아랫녁 지방에서는 가장
오래된 교회입니다. 30년도 훨씬 전인 60년대 중반, 제가 중학교 2-3학년 때
우리 교회는 큰 싸움을 하였습니다. 일간 신문에 교회의 싸움이 중계되고, 교
회는 큰 아픔을 겪었습니
다. 제가 중2 이던 여름 어느 주일날 이었습니다. 예
배를 드리러 11시 예배에 갔는데 가서 보니 그것은 예배가 아니었습니다. 목
사님이 강단에서 기도를 시작하려 하는데 어디서 난데 없이 찬송이 터저나오
고 한 젊은 집사님이 나와서 손을 휘저어 지휘를 하면서 그 찬송을 인도하였
습니다. 소위 장로파 사람들이었습니다. 목사님이 그 방해의 찬송이 끝나기
를 기다리며 가만히 서 계셨습니다. 그런데 찬송을 마친 그분들이 기도를 하
려하자 이번에는 또다른 데서 찬송이 터져나왔습니다. 소위 목사파로 분류되
는 무리들이었습니다. 서로 자기 파 사람들에게 찬송가 장수를 알려주기 위
한 수신호가 오갔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서로 상대방에 대한 악감정에서 터
져나오는 여러 행동들이 행해지고 예배는 모독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양쪽 모
두가 자기들 나름대로는 교회를 지키기 위하여 하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었습
니다. 차라리 ‘굳세어라 금순아’를 불러대든지, 아니면 ‘눈물 젖은 두만
강’을 불러댈 일이지 왜 이런 목적으로 이런 찬송가들을 불러대는가? 분노
와 두려움이 범벅이 되어 석고상처럼 굳어있는 저를 저의 학교에서 윤리도덕


을 가르치시던 염 선생님께서 어깨를 툭툭치며 불러내시더니, “오늘은 그냥
가거라” 하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저는 왠지 서럽고, 분이 차서 통곡을
하며 눈물 범벅이 되어 걸었습니다. 중2 어린 것이 뭘 알아서 그랬을 거냐구
요? 저는 그랬습니다. 그 충격이 그렇게 컸길래 30년도 더 세월이 흐른 지금
도 이렇게 또렷이 그 경험을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이후 상당한 기간을 목사님이 안계신 채로 우리는 지내야 했습니다. 물론
머리 허연 연세 드신 목사님이 주일마다 손님 목사님으로 오시기는 하였습니
다. 그러나 우리 아버지와 같은 우리 목사님은 아니었습니다. 학교에 가서
도, 교회 연합행사에 가서도 우리는 내놓고 이야기 할 우리 목사님이 없었습
니다. 목자 없는 교회 교인의 사무치는 서러움 이었습니다. 교회 안에 있었
던 목사님 사택에는 쥐가 질주를 하였습니다. 후에 미국으로 가신 최 선생님
께서 우리 고등부 학생 몇 사람을 모아서 주일 새벽이면 그 사택 방에서 개인
적으로 가끔씩 코피를 쏟으시면서 성경공부를 시켜주셨는데, 그 집에 들어갈
때마다 저는 목사님이 안계셔서 비어있는 그 집이 얼마나 썰렁하
게 느껴졌던
지…. 제가 고2 때인가, 드디어 목사님이 오셨습니다. 처음 목사님이 오셔서
강단에 서시고 가족을 불러내어 교인들에게 소개하실 때 제 속에서 터져나온
탄성이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도 아버지가 있다!”

4년전, 제가 외국에 갔다가 한 달만에 돌아오니 여러 교인들이 “목사님이
안 계시니 주일날 교회를 와도 왠지 쓸쓸하고 허전하고 그랬어요” 하면서 그
렇게 반가와 하였습니다. 어렸을 때의 그런 경험 탓인지, 저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 얼른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필리핀 단기선교를 마치고 돌아와서,
“이번에 가서 피곤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서 왔다갔다 하시는 목사님 장로님
을 보면서 저 분들이 나의 아버지다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고 간증하
던 한 청년의 말을 들으면서도 그것이 무슨 말인지를 저는 알아들었습니다.
싸우지 마십시오. 죄 없는 양들의 가슴에는 피멍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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