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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04 (00:00:00)
<정창균 칼럼>

딸 아이 생각


“아이가 주님께서 정하신 때가 이르면 하나님을 사랑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경건한 배우자를 만나 경건하고 복된 가정을 이루게 하시고, 이 아이가
이루는 가정을 통하여 경건한 자손이 대를 이어 태어나게 하옵소서.”
이것은 저희 부부가 3남매 아이들을 키우면서 해오고 있는 기도 가운데 하나
입니다. 큰 아이 태어나고 육개월 되었을 때, 저는 문득 이 아이의 결혼을 위
해서 지금부터 기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부가 함께 그
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둘째와 셋째는 엄마 태 속에 있을 때부터 이 기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기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큰 아이가 이제
스무살이니 이십년 가까이 이 기도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아이가 금년에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대학생이 되자 제법 어른 티를 내
고, 재미있어 하고, 발랄하게 지내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한편으로는 행복해
보이기도하여 감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2학기 들어서면서 왠지 쓸

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힘들어 하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때로
는 뭔가 불안해 하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너무 바쁜 아빠여서 예전처럼 다
정한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원인인가 하여 드라이브를 같이 해보기도 하
고, 같이 음식점에 가서 마주 앉아보기도 해보지만 별효과가 없어보였습니
다. 눈치를 살피고 말을 시켜보기도 하였습니다. 엄마는 엄마대로 나란히 누
워서 마음을 열고 이야기도 해보았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딸아이에게는 고민
이 있었습니다.

자기 주위에는 이미 짝이 생겨서 데이트를 시작한 친구들이 있는 모양이었습
니다. 자기도 맘이 끌리는 선배가 있었는데 살펴보니 아니다 싶어서 잊기로
한 모양이었습니다.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관심을 보여 오는데, 신앙이 달라
서 아예 관심을 가질 수도 없는 형편이고, 같은 과의 선배 한 분이 의도적으
로 접근을 하는 것 같은데 왠지 마음이 없고…. 그러다 보니 뭐가 뭔지 모르
겠고, 그러면서 애인과 잘 지내는 다른 친구를 보면 자신이 왠지 쓸쓸해 보이
기도 하고, 자신은 뒤쳐지는 것 같고, 관심을 갖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려고
해도, “야, 2학년 지나기 전까
지 짝을 못찾으면 영영 못찾고 마는 거야”라
는 선배의 말이 생각나서 장래가 불안해지고 그러는 모양이었습니다. 게다가
많은 남자들이 자기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은 싫어해서 결혼을 잘하는 사람
이 드물다는 떠도는 소문까지 있어서 우리 아이는 더 불안해지기도 하는 모양
이었습니다. “다른 대학교에 갈 걸, 괜히 이 학교에 왔나봐요” 하는 말이
완전히 농담같지만은 않았습니다. 데이트를 해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어
서도 아니고, 자기만 짝이 없어서 친구에게 기가 죽어서도 아니었습니다. 이
러다가 혹시 결혼을 못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장래에 대한 순진한 고민이
이 아이를 사로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아이는 어릴 때부터 “나 결혼하면
엄마 아빠를 모시고 살거야”라는 말은 했어도, 결혼을 안한다는 말은 결코하
지 않았었거든요.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저는 비로소 이 아이의 고민을
알아차렸습니다. 벌써 그런 고민을 진지하게 할 만큼 이렇게 컸구나 하는 생
각이 새삼스럽게 들면서 대견스럽기도하고, 이제는 나의 슬하에 있는 아이가
아님을 인정해야 할 때가 가까왔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못된 이기심
r
의 발로인지 몰라도 왠지 설명하기 힘든 쓸쓸함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였습니
다. 그러나 힘주어 말했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너 태어나서 6개월 되었을 때부터 엄마 아빠가 기도했는데
하나님이 가만히 계시겠니? 하나님께서 가장 좋은 사람 만나서 멋진 결혼하
게 해주실테니 염려하지 마라.” 사실 저는 우리 아이들의 결혼에 대하여 믿
는 바가 있습니다. 태속에 있을 때부터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모른 체 하시
랴 하는 베짱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도를 시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
을 가끔씩 합니다. 그래서 아이를 가진 젊은 엄마들에게 저는 꼭 그 이야기
를 합니다. 그 아이의 결혼을 위해서 지금부터 기도하라고.

가을이 되니 여기저기서 결혼 소식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저에게도 벌써 세
번의 주례가 줄을 서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는 단풍이 그렇게도 예뻣었는
데…. 이 가을에는 만사를 제쳐두고라도 저렇게 훌쩍 커버린 딸아이를 옆자리
에 태우고 연인처럼 다정하게 인생을 이야기하며 이계곡 저계곡 단풍 구경이
라도 하루 다녀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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