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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5.25 (00:00:00)
<정창균 칼럼> 김상분 권사님저에게도 꼭 한번 찾아보고 싶
은 분이 있습니다. “TV는 사랑을 싣고”에라도 나가서 수소문을 하여 이 땅
에서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은 어른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른의 연세를
생각하면 한낱 부질 없는 소망일 뿐입니다. 벌써 오래 전에 주님께로 가셨을
것이 분명하니까요. 김상분 권사님. 제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는 이 어른을
지금까지 뭐하느라고 이렇게 잊고 살다가 때 늦은 이제야 문득문득 생각이
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김상분 권사님. 제가 초등학교 5-6학년 꼬마일
때부터 저를 위하여 기도하셨던 분입니다. 가끔씩 새벽기도회에 나가서 보
면 그 분은 마치 하나님을 눈 앞에 모셔놓고 이야기 하듯이 그렇게 기도 하
셨습니다. 때로는 애원하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따지며 대들기라도 하
는 것처럼 그렇게 기도를 하시는 그 분의 모습이 어린 제게는 참 인상적이
었습니다. 그 작은 체구의 어디에서 그러한 음성이 나오는 것인지, 그 카랑
카랑한 목소리는 때로는 두려움마저 갖게 할 정도였
습니다. 한번은 저의 부모
님도 다소 염려스러우신 듯 말씀을 하셨습니다.“하나님께 화가 난 사람처
럼 그렇게 기도해도 괜찮은지 몰라!”부끄러우신 듯, 수줍으신 듯, 조용조용
속삭이 듯 기도하시는 제 어머니의 기도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권사님은
기도하셨습니다. 30년도 훨씬 더 지난 지금도 저는 권사님이 기도하시던 모
습과 어투를 그대로 흉내낼 수 있습니다. 집을 떠나 하숙을 하며 중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매 주일 이분을 만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
끔씩 부모님을 뵈러 시골 집에 갈 때면 거의 언제나 권사님을 찾아가서 인사
를 드렸습니다. 토요일에는 왔다는 인사를 드리러 갔고, 주일 오후에는 다
시 간다는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인사를 드리러 가면 권사님은 언제나
제 손목을 끌어잡고 부엌으로 끌고 가셨습니다. 아무도 몰래 나만 뭘 먹이기
라도 하실 것처럼 부엌으로 끌고 가서는 아궁이 앞의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
는 부엌 바닥에 쪼그려 앉게 하신 후 저를 위해 기도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권
사님의 기도를 받고(?) 돌아가는 제 마음은 언제나 힘차고 즐거웠습니다.
그 맛에 저는 권사님
을 더 찾게 되었고, 마음으로부터 이 어른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눈이 쌓인 겨울 새벽이면 저는 이 어른이 기도를 마친 후에 집
에 돌아가셔야 할 길이 걱정스러워서 그 긴 기도가 끝날 때 까지 뒷자리에
서 기다리곤 하였습니다. 권사님의 팔을 끼고 눈길을 헤치며 집에 까지 모셔
다드리고 돌아오는 길은 어찌 그리 흐뭇하고 보람되고, 즐거웠던지요. 그
런데 고등학교 때 한두번 뵙고, 그 후 서울 딸네 집으로 가셨다는 말을 들
은 뒤로는 그만 지금까지 그 분을 잊고 살아 온 것입니다. 그리고는 재작년 4
월, 그동안 하루에 두번씩 나를 위해 기도하시던 제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제
가 국민학생, 중학생일 때 이미 나를 위해 그렇게 기도하시던 김상분 권사님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시멘트 바닥보다도 더 단단하게 굳
어지고, 타이르 바닥보다도 더 반질반질 윤이 나보이던 부엌 흙바닥에 손을
잡고 쪼그려 앉아 진지한 기도를 드리던 나이든 권사님과 중학생 사내아이
의 모습이 문득문득 떠오르고, 그 사내아이였던 저는 그 권사님이 그렇게 감
사하고, 그립고 또 죄송한 것입니다. 권사님도 가끔씩 제 생각을 하
시다가
가셨을지... 그 시골 교회 마루바닥에 엎드려서, 그리고 그 부엌 흙바닥에 쪼
그리고 앉아서 그렇게 기도를 해주던 그 녀석이 지금 이렇게 사십대 후반을
바라보는 목사가 되어 당신을 그리워하며 고마와 할 것을 생전에 상상이라도
해보셨을지... 권사님이 그리워지다가 문득, 이제는 내가 그 일을 해야겠다
는 다짐이 새로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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