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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1.16 (00:00:00)
-지난 해 초가을 어느 주일 아침 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때보다 일찍 교회
에 나왔습니다. 강단에 올라가기 전에 주님께 드리고 싶은 간절한 기도가
있어서였습니다. 구겨진 흰 봉투 속에 들어 있던 돈 3만원을 꺼내어 감사
헌금 봉투에 옮겨 넣은 다음, 두 손으로 그 봉투를 들고 저는 정말 간절한
기도를 주님께 드렸습니다. 3만원 밖에 안되는 돈이었지만, 그 돈을 제게
가져온 그 분을 생각하면, 그 돈은 단순히 “돈 3만원”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나 자신을 위해서 써서는 안될 기가막힌 돈이었습니다.
목요일 오후였습니다. 연세가 높으신 집사님 한 분이 사무실로 저를 찾아
왔습니다. 참 죄송하다는 듯이 당신의 그간의 사정을 털어놓으셨습니다. 매
달 몇 푼씩 당신 몫으로 들어오던 수입이 여러 달째 끊기고, 자녀들이 보
내주던 용돈마저도 IMF가 닥치면서 몇 달째 끊어져서 전혀 수입이 없이
어렵게 지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자녀 중 하나가 오랫만에 돈 10
만원을 용돈으로 주고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집사님은 그 10만원을 받자

자, 여름을 나느라 헉헉대던 목사가 애처로와 보였던지, 아니면 당신께서
말씀하신 대로 “말씀을 잘 가르쳐 주시는 목사님이 감사”하였던지 그 10
만원 가운데서 3만원을 뚝 떼내어 흰 봉투에 넣어 꼬깃꼬깃 접어서 손에
움켜쥐고 저에게 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먹고 자픈(싶은) 것” 사 드
시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너무나 기가막혀서 그 3만원에 제가 조금 더
얹어서 돌려드리려 하였습니다. 집사님은 펄펄 뛰셨습니다. 그렇다면 가져
오신 그 돈만이라도 그냥 가져가시라고 저도 펄펄 뛰어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고집을 꺾지 않고 봉투를 집어던지고는 도망가듯이 사무실을 나가
셨습니다. 저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몇 달만에야 드
디어 만져본 돈 10만원, 그 귀한 것을 손에 쥐자 목사 생각이 나고, 그래서
한 토막을 뚝 잘라내어 가지고 와서 “말씀을 잘 가르쳐주시니 감사”하다
며 먹고 싶은 것을 사 먹으라는 어머니 같은 이 어른의 그 마음이 저의 눈
물을 뽑아낸 것이었습니다.
집사님이 던지고 간 봉투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자니, 부하 장군들이 떠
온 물을 받아들고 차마 마실 수가 없
어서 그 물을 여호와께 부어드렸던 다
윗 왕 생각이 문득 났습니다(삼하13:14-17). 다윗은 원수들에게 빼앗겨버린
베들레헴 성문 곁의 우물물이 그리워 한번 마시고 싶었고, 왕의 이러한 심
정을 헤아린 장군 세 사람이 목숨을 걸고 적진에 달려들어가서 그 우물물
을 떠다 왕에게 드렸습니다. 그 물을 받아든 다윗은 차마 그 물을 자신이
마실 수 없어서, “이것은 (물이 아니라) 생명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갔던
사람들의 피”라고 하면서 그 물을 여호와께 부어드렸던 것입니다. 그 물
을 주께 부어드리는 다윗의 그 심정으로 저도 그 돈을 주께 드리고 싶었습
니다. 그래서 그 주일날 아침, 강단에 올라가기 전에 그 돈을 두 손으로 들
고 주께 드리듯 그 기도를 드린 것이었습니다.
우리 교회의 여러 지체들이 그렇게 애틋한 마음과 사랑과 신뢰와 그밖의
모든 호의적이고 자상한 배려로 저와 함께 교회를 세워가는 모습을 저는
자주자주 확인합니다. 그때마다 저는 큰 힘과 용기를 얻곤 합니다. 이것은
참으로 크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만일, 그러한 지체들이 하나도 없다면
저는 한없이 기가 꺾이고, 자기 환멸과 회의에 빠져 엉뚱한
길로 가버리고
말 것입니다. 저도 깨어지기 쉬운 질그릇이니까요. 그러나 가끔씩은 찌르고
아프고 고달프게 하는 지체들이 있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만일 그
렇지 않다면, 저는 한 없이 방자해지고, 황제병 환자처럼 자기 착각과 도취
에 빠져 역시 엉뚱한 길로 가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역시 미
혹을 받는 죄된 인생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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