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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자존심

 

베드로전서 1장 1-6절

 

< 정창균 목사, 합신교수, 남포교회 협동목사 >

 

 

“우리는 갈 곳이 너무 분명하고 가는 곳도 확실해”

 

 

50대 이상 된 사람이면 한번쯤 들어보거나 혹은 불러보았을 한 때 유명했던 흘러간 노래 가운데 이런 노래가 있습니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지나온 자욱마다 눈물 고였다.”

   

그 노래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나그네 흐를 길은 한이 없어라.” 인생은 나그네라고 말하는 노래입니다.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 가면서도 가는 곳을 모르는 나그네, 그래서 서러움이 많은 나그네라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이 노래 제목이 ‘나그네 설움’입니다.

 

인생은 나그네입니다. 우리가 다 나그네입니다. 유명한 대중가요 가수만 인생은 나그네라고 말하는 게 아니고,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인 성경도 인생은 나그네라고 말합니다. 불신자만 나그네 인생인 것이 아니고, 구원받은 우리 신자들도 나그네 인생입니다.

 

사도 베드로가 여러 지역에 흩어져서 고난 가운데 살아가는 신자들을 생각하며 그들에게 편지를 써 보내고자 붓을 들었을 때 처음 떠오른 단어는 ‘나그네’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렇게 자기의 편지의 말문을 열고 있습니다. “본도, 갈라디아, 갑바도기아, 아시아와 비두니아에 흩어진 나그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 편지를 받는 당신들, 곧 흩어져 있는 나그네들인 당신들에게 내가 이 편지를 씁니다.” 그리고 곧 이어서 곳곳에 흩어져서 핍박 가운데 힘든 인생길을 가고 있는 이 나그네들이 실상은 어떠한 존재들인가를 사도는 차근차근 진술하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하나님 아버지와 성령과 예수 그리스도가 총동원 하셔서 이루어낸 ‘택하심’을 받은 나그네들이요, 그래서 은혜와 평강이 보장된 나그네들입니다(2절). 하나님의 긍휼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근거삼아 주어진 살아있는 확실한 소망을 가진 나그네들입니다(3절). 썩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유산이 확보된 나그네들입니다(4절). 이들은 하나님의 능력으로 보호하심을 받는 나그네들입니다(5절).

 

그러므로 사도는 지금까지의 말을 그렇게 끝맺습니다. “그러므로 당신들은 지금은 잠깐 근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지나가고 있으나 오히려 크게 기뻐한다!”(6절). 그리고 잠시 후에는 다시 그렇게 말을 이어갑니다. “예수를 너희가 보지 못하였으나 사랑하는도다. 이제도 보지 못하나 믿고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즐거움으로 기뻐한다!”(8절). 사도는 나그네 설움이 아니라, 나그네 기쁨을 노래하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이 나그네들의 자존심이 있습니다.

 

우리는 흘러간 유행가 가사가 말하는 그런 나그네하고는 전혀 다른 나그네입니다. 같은 말을 쓴다고 해서 다 같은 것이 아닙니다. 겉보기가 같다고 다 같은 것이 아닙니다. 산에 묻혀 있는 돌이라고 해서 다 같은 돌이 아닙니다. 깨보면 그 속에 보라색으로 번쩍이는 자수정이 석류 알처럼 들어박혀 있는 돌이 있습니다.

 

나그네라고 해서 다 같은 나그네가 아닙니다.

 

사도가 이 세상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 신자들을 나그네라 부르면서 편지의 서두를 이렇게 감격에 찬 내용으로 시작하는 데는 분명한 의도가 있습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어떠한 나그네인지를 알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나그네에 걸맞게 고난 가운데 사는 세상을 살라는 것입니다. 사도는 힘든 인생길을 살고 있는 우리 신자들을 그렇게 격려하고 응원하고자 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갈 곳이 없어서 떠도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나그네가 아니라, 갈 곳이 너무 분명하고 가는 곳이 너무 확실해서 이곳의 문제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나그네입니다. 우리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삶이어서 설움이 많은 나그네가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너무 귀하고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 너무 커서 근심거리 가운데서도 찬송을 불러대는 나그네들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지금 잠시 처한 현실적인 근심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과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갖게 될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의 습성에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 자신을 여전히 유행가 가수가 불러대는 그 나그네로 여기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신자된 우리의 나그네 자존심에도 걸맞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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