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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 (13)

히브리서 10:23-25

또다시 어버이날을 맞으며

정창균 목사_합신 교수


해마다 어버이날 즈음이 되면,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가만히
있지를 않고, 자식은 부모를 잘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가 기다려주지를 않는
다”(樹慾靜而 風不持 子慾養而 親不待)는 옛 사람의 이 시구 한 구절이 마
치 깊은 신음 소리처럼 떠오르곤 합니다.

오래 기다리지 않는 부모님

저는 우리 부모가 얼마나 훌륭한 어른들이신가, 내가 부모님께 얼마나 큰 은
택을 입었는가를 늦게 서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부모님께 고
분고분하고, 말상대도 해드리고, 목욕탕에 모시고 가서 등도 밀어드리고, 나
에게 일어난 일들도 소상하게 말씀드리고, 나의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상의
도 드려서 부모님을 외롭지 않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 했을 때는 부모님의 남은 연수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리
고는 얼마 안 있어
서 부모님은 내 곁에서 영원히 떠나가 버리셨습니다. 부모
님께 잘 할 기회를 빼앗겨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해마다 어버이날 즈음이 되
면 원망처럼, 탄식처럼 그렇게 그 시구와 함께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
는 것입니다. 특히 제가 아직 어렸을 적에 아버님께 저질렀던 한 가지 사건
은 지금도 종종 저의 아픈 기억으로 되살아나곤 합니다.
고등학교 1-2학년 사춘기 시절, 부모님에 대하여 심한 반항심을 품고 심한
대립을 하면서 지낸 때가 잠시 있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너무 답답하고 말
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버님에 대한 저의 불만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나
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발목을 잡아두려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습니다. 내가 부모만 제대로 만났다면 굉장한 사람이 될 수 있을
텐데 우리 아버지 때문에 나의 무한한 가능성이 날개를 펴지 못한 채 나는
별 볼 일 없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있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어머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때 내가 꼭 하
고 싶어하던 어떤 일을 말씀 드렸습니다. 돈이 좀 필요한 일이었고, 아버님
은 이미 그것을 반대하고 계셨
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어머니는 아
버지께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려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대뜸 내 입에서
한마디 말이 뛰쳐나갔습니다. “아버지하고 이야기하느니 차라리 산에 올라
가서 고목나무하고 이야기하는 게 낫지요!” 그리고는 문을 박차고 밖으로
뛰쳐나와 버렸습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습니다. 어머니께서 제게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너
의 그 말을 듣고 늬 아버지가 며칠을 우시더라.” 주무시는 것처럼 옆에 누
워 계시던 아버지께서 “아버지와 이야기하느니 차라리 산에 올라가서 고목
나무와 이야기를 하는 게 더 낫다”는 이 못돼 먹은 자식놈의 말을 들으신
것이었습니다. 자식이라는 놈이 아버지라는 분을 향하여 쏟아놓은 그 말이
사실은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그리고 얼마나 악독한 말인지를 저는 제가 부
모가 되어서야 절절하게 깨달았습니다.
아버님은 저의 그 말에 대하여 한 번도 어떤 내색을 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여전히 저를 사랑하셨고, 저를 위하여 기도하셨고, 다른 형제들이 드린 용돈
을 모아서 신학 공부한다고 고생하는 제 밑에 쏟아 붓곤 하셨습니다. 그러
나 내가 부모가 되어 곰곰
생각해 보니, 아무리 너그러우신 제 아버지라 하
여도 그 상처와 아픔은 평생 잊지 못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자식놈에게 들은 그 치욕적인 말이 큰 아픔이 되고, 지울 수 없는 상처
가 되어 문득문득 되살아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님 생전에 고
등학교 시절의 그 짓을 사죄하고 꼭 용서를 받았어야 하는데... 그냥 그대
로 헤어져버린 것이 지금은 얼마나 후회가 되고 아픔이 되는지...
아버님 떠나시고 두어 해 지난 어느 날 예레미야 29:11-13절의 말씀을 읽다
가 저는 한동안 넋을 놓고 펑펑 울었습니다. “너희를 향한 내 본심은 내가
안다. 너희에게 재앙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너희에게 절망과 좌절과 아픔
과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다. 내 본심은 너희에게 소망을 주는 것이요, 내
본심은 너희에게 평안을 주려는 것이다”(11절).
자기의 본심을 몰라주고 딴소리를 해대면서 숱한 아픔을 끌어안고 사는 자식
을 보는 아버지의 안타까운 마음이 실감났던 것입니다. “너희는 내게 부르
짖으며 와서 기도하면 내가 너희를 들을 것이요, 너희가 전심으로 나를 찾
고 찾으면 나를 만나리라.”(12-13절)는 말씀을 읽으
며, “우리 한번 만나
서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해보자, 아비인 나의 마음이 무엇이고, 자식인 너
의 아픔이 무엇인지 우리 한번 만나서 이야기 해보자. 나는 너를 만날 준비
가 되어있다”고 그의 자녀들을 향하여 손짓하며 부르시는 우리 아버지 하나
님의 안타까운 초청이 실감이 났던 것입니다.

언제나 자식 기다리는 부모님

그 날 아침은 “하나님이 나의 아버지”라는 말이 마치 난생 처음 들어 본
말처럼 새롭게 와 닿았습니다. 오랜만에 서로 깊은 마음이 통한 부자지간처
럼 하나님이 그렇게 친밀하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한 번 터놓고 이야기 해
보자!”는 아버지의 초청이 제게는 언제나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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