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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02 (00:00:00)
'야사’신앙을 넘어서

성주진 교수/합신구약신학

중고등학교 시절, 역사 시간에 선생님이 간간이 야사를 들려주시던 일이 기
억납니다. 조는 아이가 있다든지, 학생들이 이야기해 달라고 조를 때에 비방
약처럼 사용했던 야사는 지루했던 역사시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청량제 역할
을 하곤 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야사는 정사보다 재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교회와 성경 주변에도 야사가 끊이질 않습니다. 이러한 '기
독교적' 야사는 국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한국에도 토속적인 것뿐만 아
니라, 해외, 주로 미국에서 수입된 것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수입된 야사는 다양합니다. 상업주의적 영화의 재미를 등에 업고
유행하는 '수호천사' 야사는 이제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이야기가 되었습니
다. 미확인비행물체(UFO) 이야기, 엑스파일(X-file) 스타일의 각본들, 버뮤
다 삼각지역에 관한 전설, 환생과 결부된 이야기 등이 뒤덤벅되어 하나의 커
다란 정크 장르를 이루고 있는 듯합니다. 러시아 발
한 야사는 러시아 과학자
들이 지구 중심으로 땅을 파내려가다가 지옥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
다.

제법 학문적으로 멋지게 포장된 점술 야사도 있습니다. 몇 해 전 마이클 드
로스닌이 쓴 '바이블코드(Bible Code)'라는 책이 통계학이라는 학문과 컴퓨
터 프로그램의 기술, 그리고 성경의 권위의 옷을 입고 나타나 상당한 관심을
끈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인즉슨 히브리 모세오경의 글자를 컴퓨터를 이용하
여 특정한 방식으로 배열하면 미래 사건에 대한 예언을 읽을 수 있다는 것입
니다.

성경을 암호책으로 보는 이 같은 읽기 방식은 성경의 성격에 대한 오해,
사본의 문제, 문법적 역사적 해석의 무시, 퍼즐 맞추기식 성경해석, '숨은
뜻' 찾기 등의 온갖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
하였습니다.

토속적인 '기독교적' 야사들도 적지 않습니다. 무덤에 갇힌 처녀가 '부활했
다'는 이야기, 치유와 건강에 얽힌 미확인 보도들, 환상과 이상을 본 이야기
들이 아무런 사실확인이나 신학적인 검토도 없이, 다만 '은혜가 된다'는 이유
만으로 그저 받아들여지
고 있습니다. 이는 주님의 영광스러운 복음을 천박한
가십거리로 만들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교회사에도 기독교적 야사가 성경의 뒷받침을 받는다는 주장 아래 정사의
반열에 오른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중세 카톨릭 교회는 라틴어 불가타 번역
에 근거하여 결혼을 성례에 포함시키고, 제도적인 고해성사의 필요성을 교리
화하며, '성모' 마리아를 중보자의 자리에 올려놓았습니다. 이 신학적 야사
는 불가타 역의 오류가 밝혀진 후에도 거의 수정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내려
오고 있습니다.

성경의 오역과 관계된 야사는 역사가 깊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최대 걸작이
라고 일컬어지는 '모세상'을 보면 모세의 머리에 뿔이 나 있습니다. 또 뉴에
이지가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는 유니콘(일각수)도 성경의 오역과 관련이 있습
니다.

이와 같이 교회와 성경 주변에 떠도는 이야기를 아무런 확인 없이 너무 쉽
게 믿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앙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이 사실입니다. '내가 체험했다'는 일처럼 확신을 주는 것이 드뭅니다만, 체
험의 주관성과 한계를 겸손하게 인정하는 것이
건전한 신앙생활의 기본임이
분명합니다. '내가 보았다, 체험했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참이라고 주장하
는 '성급한 일반화'는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너무 쉽게 간증자를 세우지 않도록 주의해야 된다고 봅니다. 우리의 신앙
은 '느낌과 끼'라는 감정의 불연속선과 '카더라 통신'의 장애를 넘어 성경에
계시된 불변의 진리에 맞닿을 때에만 견고한 기초를 확보한다는 사실을 확인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야사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은혜만
되면 무엇이든지 좋다는 풍조를 반성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베뢰아 사람들처
럼 들은 것이 과연 성경에 부합한가 확인하는 일이 습관화되어야 될 것입니
다. 나아가서 순종과 실천의 삶을 통해 말씀의 깊은 맛을 체험함으로써 '정통
신학은 메마르다'는 잘못된 인식을 불식시키는 일이 필요한 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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