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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3 (00:00:00)
아내들의 휴가


김영자 사모_채석포교회



“평생을 함께 하면서도 남편 곁 떠나지 못해”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자동차들의 행렬이 줄어든 것을 보니 무더위를 피하
기 위한 피서 휴가도 막바지에 이른 것 같습니다.

휴가의 계절도 막바지 다다라

레저문화의 발전으로 인하여 여행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은 여가를 즐기면서
생의 기쁨을 맛보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기름값 인
상으로 인하여 어느 해보다 피서지를 만족시킬 수는 없던 것 같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떠나 휴가를 즐기고 있을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게 되었
습니다. 며느리의 자리와 아내의 자리, 그리고 어머니의 자리를 잠시 내려놓
고 한 인간으로 살고 싶어 집안의 어른에게 휴가를 허락 받았습니다. 그리
고 남편과 같이 혼자 생활할 집으로 가기 위해 이삿짐을 싣고 가는 차 안에
서 미소를 짓던 모습이 내 뇌리 속에 큰 충격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나”를 찾고 “여자”로 살고 싶어하는 그
모습 속에서 카타르시즘을 느꼈
습니다. 밤 예배 시간과 맞물려 그 연속극을 잘 볼 수는 없었지만 나 또한
가끔씩 자유를 그리워 할 때가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문학을 갈망하며 아름다운 인생을 꿈꾸던 그 시절에 보헤미안과 집시를 그리
워 해 보기도 했었습니다. 남보다 조금 일찍 운전을 배워 자동차를 구입했
을 때만 해도 혼자서 여행을 하겠노라고 다짐했지만 그 생각은 꿈이었습니
다. 결혼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여행하는 것도 재미있고 행복했지만 여자 혼
자 여행하면 참 멋지게 보일 것 같았습니다.
어느 시인의 시에서처럼 나의 노래를 부르며 나를 위해 미소를 짓고, 나를
위해 노래도 부르면서 시간의 흐름 속을 걷고 싶었습니다. 나이가 든 지금
어머니의 자리, 아내의 자리에서는 휴가를 얻을 수 있다손 치더라도 사모로
서의 휴가는(?) 하고 생각해 보면서 몇 해 전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남편과 심한 말다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 마음을 몰라주는 남편이 너무
야속해서 남편을 가장 화나게 하는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 가출이었
습니다. 목사에게 사모의 부재를 묻는 성도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 당
황할 남
편을 생각하면서 막상 집을 나가 보려고 했지만 나갈 수가 없었습니
다.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친정의 식구들이 미국에 있기도 했지
만 마땅한 친구도 없었습니다.
사모의 위치에서 누구에게 하소연 할 곳도 없고 여자 형제가 없음이 너무나
슬펐습니다. 그리고 가출해서 돌아 온 다음에 성도들과의 만남에서 구차한
변명을 생각하고 있을 때 남편의 사과에 그만 슬그머니 주저앉은 기억이 이
제 추억이 되었습니다.
나이 들어 직장을 가졌던 친구들이 명퇴를 원하면서도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고 합니다. 두려움이라는 것이 경제적인 것보다 퇴직을 한 남편과 한 공간에
서 하루 종일 같이 있어야 할 것을 생각해 보면 견딜 수 없을 것 같다고 말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내게 물었습니다. 남편과 하루 종일 얼굴
마주하며 어떻게 보내느냐고 하면서 장하다고 하기까지 했습니다.
대형 교회나 활동이 많은 목회자들의 사모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목회자들
은 부부가 같이 많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부부
는 아무도 모르는 둘 만의 긴 세월을 같이 살았던 익숙함 때문에 같이 하지
않을 때는 옆구리
가 시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남편을 보면서 보르테르가
“동성간의 우정은 혼의 결혼이다”라고 했던 것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아내의 약속에 가끔 부도를 내기도 합니다. 그러한 내
게 미안해하며 외출을 하는 날이 나에게는 자유입니다. 남편이 나에게서 자
유를 느끼며 지인들과 만나는 그 시간들이 내게 큰 기쁨을 주기도 합니다.
번거로움을 싫어하는 남편이 잠시 집을 비울 때 가구도 옮겨 놓을 때도 있
고 혼자서 차를 마실 때도 있습니다. 남편과 같이 마시는 커피의 향도 좋지
만 혼자서 마시는 차의 향도 기가 막힐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연속극의
주인공처럼 휴가를 그리워하며 며 꿈을 꾸기도 합니다.
어질러진 화장대 위를 정리하면서 거울에 비친 눈가의 주름과 이마의 깊은
주름을 보며 세월의 흔적에서 우울할 때도 있습니다. 태양은 예나 지금이나
떠오르고 시계는 거꾸로 돌릴 수 있어도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없음을 봅니
다.
그러나 외출해서 돌아올 남편을 기다리면서 잠시 자유를 느끼면서 행복하다
고 생각해봅니다. 나에게 있어서 휴가는 남편과 같이함에 익숙해서인지 혼자
만의 여행이 왠
지 청승맞게 보이는 것은 무슨 조화일까 하고도 생각해봅니
다.

상상으로 끝난 혼자만의 여행

나는 항상 혼자만의 휴가를 꿈꾸어 보지만 그것은 꿈일 것이라 생각을 하며
늦은 휴가를 남편과 같이 손잡고 전나무 숲을 걸으면서 또 미래의 아름다운
석양의 붉은 노을을 그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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