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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다에게 필요한 것은?

< 김진옥 목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교수 >


“사본 선택에 따라 성경의 뉘앙스 및 핵심적 의미까지도 달라져”


어떤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데는 중요한 계기가 있다. 필자가 처음으로 사본비평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주 오래 전 설교를 준비하면서 만난 마르다 때문이었다(눅 10:38-42).


잘 아는 바와 같이 마르다는 예수님과 제자들을 영접하고 이들을 대접하기 위해서 매우 분주하였다. 하지만 함께 도와야 할 동생인 마리아는 예수님의 발아래서 말씀을 듣고 있었다.


분주해진 마르다는 마리아가 자기를 돕도록 예수님께 요청하였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마르다에게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 하거라”고 훈계하셨다. 이 일화가 성경을 읽는 독자들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예수님의 훈계에 집중된다. 그러나 개역성경의 본문을 근거로 볼 때 예수님께서 마르다에게 주신 훈계의 의미가 표류하고 있다.


“몇 가지만 하든지, 혹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눅 10:42). 예수님께서 마르다에게 주신 훈계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일까? 성경을 묵상하는 분들, 특히 이 본문을 설교하려고 했던 분들은 한 번 쯤은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이 부분의 해석이 표류하여 불분명하게 된 이유는 사본들 상의 다른 본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두 종류의 이문들로 대별할 수 있을 것이다.


1.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들로 염려하고 분주하나,
   몇 가지 혹은 한 가지만 필요하다:

2.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들로 염려하고 분주하나,
   한 가지만 필요하다

김진옥.jpg

Codex Sinaiticus 눅10:41-42                                      <출처: www.codexsinaiticus.org >


첫 번째와 두 번째 본문 모두 유력한 사본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몇 가지와 한 가지” 모두를 포함한 사본들은 P3 과 시나이사본이며, “한 가지만 필요하다”라고 기록한 사본은 P45, 75, 알렉산드리아사본과 다수사본(Mehrheitstext)을 포함한 대다수의 사본들이다. 중요한 점은 서로 계통이 다른 알렉산드리아 계와 비쟌틴 계의 사본들이 여기서 일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평본문인 NA28도 공인본문과 같이 “한 가지만 필요하다”를 선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이 단락의 해석에서 개역성경이 놓치고 있는 두 번째 본문을 유효하게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본문의 문맥은 “몇 가지” 대신에 “한 가지”를 선택할 것을 우리에게 호소하고 있다.


두 번째 본문은 여러 가지 점에서 첫 번째 본문보다 더 분명하고 정합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마르다가 예수님을 영접하여 대접하는 이 단락은 예수님께서 마르다를 훈계하시는 41-42절에서 결론적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마리아가 선택한 한 가지를 칭찬하며 마르다에게도 필요한 한 가지, 곧 말씀을 들을 것을 요청하신 것이다. 마르다에게 필요한 것 한 가지는 다름 아닌 말씀을 듣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르다에게 주신 예수님의 훈계를 “몇 가지 혹은 한 가지”로 확대한다면 말씀의 의미는 산만하게 흩어져 표류하게 된다.


이 본문은 필자에게 사본비평학의 필요와 본문 선택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본문이었다. 어떤 본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성경의 메시지는 분위기와 뉘앙스, 심지어 핵심적인 의미까지도 달라질 수 있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들로 염려하고 분주하지만, 정작 네게 필요한 것은 한 가지이니라”


이 말씀 속에서 예수님께서는 마리아가 선택한 좋은 것 단 한 가지를 마르다에게 말씀하고 계신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고 많은 분주함 가운데 살아가는 오늘날 이 같은 주님의 말씀은 더욱 절실하다. “몇 가지”가 아니라 “한 가지”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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