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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타(Vugata)의 위력

< 김진옥 목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교수 >


“원문을 확정하는 사본학에서 ‘오직 성경으로’는 가장 중요한 원리”


헬라어로 기록된 신약성경은 그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언어로 번역되었다. 사본학에서 이러한 번역본들은 헬라어사본들에 버금가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번역본들은 그 언어에 따라 서방계(교회)와 동방계(교회)로 대별할 수 있다. 서방계로는 라틴어, 고트어, 슬라브어 번역들이 포함된다. 동방계는 라틴어 번역보다 시대적으로 먼저라고 평가받는 아람어 계통의 번역들로 시리아어나 콥트어 번역이 여기에 속한다. 신약성경이 먼저 아람어로 기록되고 그 이후에 헬라어로 번역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아람어 신약성경의 중요성은 매우 지대하다.


여러 언어들 가운데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번역본은 라틴어 번역본이다. 5세기 초 교황 다마수스(Damasus) 1세의 요청으로 제롬(Hieronymus)이 번역하고 집대성하여 내놓은 라틴어 성경은 시간이 흐르면서 헬라어성경 이상의 권위를 가지고 군림하게 되었다.


교회는 제롬의 라틴어 성경을 “백성들 가운데 널리 퍼진(대중적인)” 뜻의 불가타(Vulgata; Vulgate)로 불렀다. 이 이름은 주후 4세기 이후로 16세기까지 교회의 역사에서 라틴어 성경이 가진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심지어 트렌트 종교회의(1546)는 불가타를 교회의 공식적 성경으로 결정하기까지 하였다.


16세기 불가타 성경이 교회에서 절대적으로 군림하던 때에 헬라어 신약성경이 편집되어 출판된다는 것은 매우 개혁적인 일이었다. 헬라어 성경을 편집하여 처음으로 출판한 사람은 당대의 유명한 석학 에라스무스였다. 불가타의 위력에 맞서 헬라어 사본들을 취합해 신약성경을 출판한 그의 업적은 교회의 개혁에 큰 유익을 가져왔다.


에라스무스의 신약성경 출판과 관련하여 자주 회자되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일화는 요일 5:7-8(증거 하는 이가 셋이니, 성령과 물과 피라, 이 셋이 하나이니라)의 사본비평과 깊이 연결된다.

김진옥.jpg

에라스무스의 초상 -  그림: Hans Holbein der Juengere.


당시 교회에서 사용하던 라틴어성경에서는 요일 5:7절에서 “하늘에서 증거하는 이가 셋이니, 아버지와 말씀(로고스)과 성령이니, 이 셋이 하나이니라. 땅에서도 증거하는 이가 셋이니”의 부분이 추가적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다소 길고 조화로운 비쟌틴계의 다수사본 속에서도 없는 것이다. 이 부분은 제롬의 초기 번역 속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 구절의 흔적은 후대에 교황 식스투스 5세와 클레멘트 8세 때 공식적으로 인정된 라틴어성경(불가타 클레멘티나)에서나 추적해 볼 수 있다.


이 구절은 당연히 에라스무스가 사용한 사본들 속에도 없었기 때문에 그의 헬라어성경 초판은 이것 없이 발행되었다(1519).


하지만 이 구절을 헬라어 편집에 끼워 넣기 원하였던 사람들은 이것이 추가된 헬라어 사본을 만들어서 에라스무스에게 가져왔다.


결국 1522년 개정판에는 삼위일체를 교리적으로 변호할 수 있는 이 부분이 덧붙여지게 되었다. 오늘날에도 이 부분은 공인본문(textus receptus)을 토대로 번역된 킹제임스 번역성경 속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주후 5세기 이후 중요한 성경본문으로 군림했던 불가타의 후기 버전 속에 추가된 이와 같은 추가 본문은 개혁주의 사본학에 있어서 꼭 집고 넘어가야 할 화두를 던진다.


교회의 필요에 의해서 성경 말씀을 덧붙일 수 있는가? 혹은 말씀보다 교회가 먼저인가? 이러한 물음은 ‘오직 성경으로’라는 개혁신학의 위대한 표제를 다시금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교회는 말씀보다 앞설 수 없다. 아무리 중요한 교리이더라도 말씀을 더하거나 빼면서 방어할 수 없다.


개혁주의 신학의 핵심적 모토인 ‘오직 성경으로’는 원문을 확정하는 사본학에서도 중요한 원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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