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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0 (15:56:05)


금식 논쟁

< 김진옥 목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교수 >


“한국교회는 기도와 금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건의 중요성 회복해야”


원문확정을 위해서 서로 다른 이문들을 진지하게 드려다 보자면, 신학 논쟁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서로 다른 본문들이 보여주는 차이는 단지 단어나 문장의 차이에 그치지 않고, 그 사본의 신학적(신앙적) 입장을 대변할 때가 많다.


사실 원문확정에 대한 논의는 치열한 신학적 논쟁에 가깝다. 객관적인 사료로 여겨지지만 중요 사본들은 모두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신학적 색깔을 가지고 서로 대치하고 있다. 사본들은 어려운 문맥과 문장, 단어들 굽이굽이마다 서로 맞서서 대립하고 있다. 그 대립은 심지어 같은 사본을 기록하고 있는 필사자들 사이에서도 발견된다.


사본들 간의 논쟁적 대립의 예를 기도와 금식에 관한 말씀인 마 17:21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 17:21은 현재 비평사본학자들의 손에서 편집삭제가 된 구절이다. 개역성경은 이를 ‘없음’으로 대체하고 있다.


삭제된 구절은 귀신들린 아이를 제자들이 고치지 못하고 데리고 오자, 예수님께서 아이를 고치시며 가르치신 내용이다. 생략된 마 17:21은 ‘기도와 금식’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이런 종류의 것은 기도와 금식이 아니면 나갈 수 없느니라.”


사본들은 이 구절에서 논쟁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어떤 사본들은 이 구절의 삭제를 통해서 귀신들린 아이를 되돌리는 데 있어서 기도와 금식을 의도적으로 배제시켰다. 서로 입장이 달랐던지, 시나이 사본의 수정자는 원본의 난외에 보란 듯이 가필도 하였다(사진참조).


개역성경은 비평본문을 따라 이 구절을 생략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21절을 생략하고 있는 사본들은 의외로 소수이다. 반면 21절을 생략하지 않은 사본들은 여러 중요한 사본들과 비쟌틴사본들을 포함하여 압도적으로 다수이다. 그럼에도 비평학자들은 이 구절을 삭제하고 있다. 수정의 흔적 때문이다.

김진옥1.jpg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찰하기 원하는 이들은 마 17:21이 막 9:29과 평행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마 17:21은 막 9:29과 의미의 진행과 단어의 배열에서 평행을 이루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막 9:29에서도 마 17:21에서 보이는 사본 상의 이문이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막 9:29의 사본비평에서 비평학자들이 ‘기도’는 남겨놓고 ‘금식’만 삭제했다는 점이다. 마 17:21에서는 기도와 금식 전체를, 막 9:29에서는 ‘기도’는 남기고 ‘금식’만 삭제한 것이다. 그러나 막 9:29에서 기도와 금식 모두를 지지하는 증거들은 금식을 삭제한 사본들보다 더 우월하며, 다수이다.
비평학자들이 최고의 가치를 두고 있는 파피루스 사본(P45)도 ‘기도’와 ‘금식’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들은 ‘금식’을 누락시키고 있다.

김진옥2.jpg

P45의 막9:29 1)


귀신을 쫓아내는 행위를 기도와 금식에 연결하는 것은 신비주의에 대한 우려로 개혁신학에서 조금 꺼려지는 본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고 싶은 이유는 기도가 금식과 함께 연결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성도의 기도를 금식과 연결하는 것은 경건의 실천에 있어서 중요하다. 예수님께서도 공생애를 시작하시며 40일을 금식하셨는데 이는 기도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낸다.


성도들은 회개할 때 금식하며 기도했고(삼하 12:16; 욘 3:5-8), 교회는 직분자를 세울 때 금식하며 기도하였다(행 14:23). 중요하고 위급한 순간마다 금식과 기도는 짝을 이루어 성도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하였다. 이 본문에서도 예수님께서는 기도를 금식과 깊이 연결시키고 계시다. 기도와 금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건의 중요성을 이곳에서 말씀하고자 하신 것이다.


금식에 대한 폄하는 개역성경의 번역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고후 6:5과 고후 11:27에서 사도 바울은 자신의 사도직의 수고로움 가운데 ‘금식’(네스테이아)을 언급하고 있는데, 번역자들은 이를 ‘굶주림’이나 ‘배고픔’으로 번역하였다. 사도의 영광스럽고 거룩한 기도 사역은 이렇게 평가절하 되었다.


‘금식’이란 단어는 명사로 신약성경에서 모두 8차례 나타나지만, 편집비평에서 두 곳이, 한글 번역에서도 두 곳이 이와 같이 사라졌다.


성경본문 속에서 기도와 금식의 자리가 사라지고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말세가 되니 사람들이 계속해서 기도의 자리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금식하며 기도하는 사람들은 더욱 희귀해졌다.


오늘날 우리는 곳곳에서 기독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 이유가 기도와 금식을 포함한 경건의 부재 때문은 아닌지, 비평학자들의 손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기도와 금식의 흔적들이 자꾸 아른거린다.


1) P45에서 막9:29은 파피루스의 파손으로 온전하지 않다. 위의 사진을 보면 기도의 흔적은 분명하게 보이지만, '금식'이란 단어는 훼손되어 찾아볼 수 없다. 이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지만, 판독자들은 '금식'이란 단어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였다(P45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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