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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띄어쓰기(Scriptura Continua)


< 김진옥 목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교수 >


“성경은 다양한 해석의 방향 속에서 하나의 진리 가르치고 있어”


사본들의 기록방식 가운데 중요한 특징은 이들이 모두 ‘띄어쓰기’와 ‘구두점’(문장부호) 없이 기록되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띄어쓰기와 문장기호 없는 기록방식은 고대의 사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학자들은 이것을 “글자가 연속적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에서 ‘스크립투라 콘티누아’(scriptura continua 혹은 scriptio continua)로 규정하였다.


특별히 헬라어로 기록된 글들은 산문인지 운문인지에 따라 읽는 방식이 다르며, 띄어쓰기와 구두점이 없는 글을 읽기 위해서는 많은 숙달과 연마가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헬레니즘 시대의 학생들은 헬라어를 습득하기 위해서 많은 교육을 받았으며, 주로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아를 교과서와 같이 암송하였다.

김진옥.jpg

예) 전형적인 Scriptura Continua(P46)


신약성경을 비롯한 그리스어로 기록된 글들의 띄어쓰기는 중세에 이르러서야 도입이 되었다. 그리고 신약성경의 장과 절을 구분하여 나눈 사람은 스테파누스이며 근대적 의미의 문장부호가 성경에 도입된 것도 역사가 오래지 않다.


사실 띄어쓰기와 구두점이 없는 본문을 해독하는 일은 해석과 번역에 관련된 작업이기도 하지만, 이 분야는 일차적으로 사본비평학에서 다루고 있다.


파피루스나 양피지 코덱스에 쓰인 성경말씀들도 띄어쓰기와 구두점 없이 기록된 사본들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구절에서는 해석이 난해한 경우가 발생한다. 간단한 문장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으나, 복잡한 문장일수록 그 어려움은 배가 된다. 때로는 띄어쓰기가 어려운 문장 속에 신앙의 교리와 관련된 중차대한 내용이 담겨지기도 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간과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구절은 요한복음 7장 37b-38절이다. 너무도 유명한 이 구절은 요한복음의 암송구절기도 하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 하시니.” 그러나 이 구절은 구두점을 달리하면 아래와 같이 읽을 수가 있다.


누구든지 목마른 자는 나에게 오며, 나를 믿는 자는 마실 것이니,
성경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그의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


이러한 띄어쓰기는 헬라어의 일반적인 문법과 구조를 고려해 볼 때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오히려 이와 같이 읽는 경우 상반절에서 ‘목마른 자’와 ‘나를 믿는 자’가 구조적(의미적)으로 대구를 이룰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매우 파격적으로는 38절의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생수’(살아있는 물)를 38절에서 잘라내어 39절에 연결하여 읽을 수도 있다.1) 이 경우에 ‘생수’는 절대소유격으로 해석하여 39절에 연결된다. 하지만 이러한 읽기는 ‘옛 지계석’을 옮기는 것과 같은 급진적인 것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원문이 기록된 고대의 사본들은 띄어쓰기와 문장부호 없이 기록되었다. 이러한 기록방식은 오늘날의 해석자들에게 많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이들은 성경 말씀의 유연성을 간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다양한 해석의 방향 속에서 하나의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 성경 말씀이 아니겠는가?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하나의 진리 속에는 많은 다양함이 내재한다. 


1)누구든지 목마른 자는 나에게 오며, 나를 믿는 자는 마실 것이니, 성경에 이름 바와 같이 그의 배에서 강이 흘러나오리라. 물은 살아있으니, 이는 그가 성령에 대하여 말씀하신 것이라(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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