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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지는 파피루스의 위엄

< 김진옥 목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교수 >


“계시는 오래 전에 완료되어 오류 없이 정경으로 우리 손에 주어져”


사본학에서 파피루스가 가진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파피루스는 편집비평에서 제일 먼저 고려되는 사료이다. 파피루스가 사본비평학에서 이렇게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파피루스의 연대 때문이다.


양피지에 기록된 거의 모든 사본들이 주후 5세기 이후로 연대 측정되지만, 파피루스들은 현존하는 성경 사본들 가운데 가장 이른 연대의 기록으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가장 오래된 파피루스로 알려진 P52, P98과 같은 파피루스는 주후 2세기까지 그 기록 연대를 거슬러 올라간다.


고고학적인 탐사와 발굴에 기인하여 계속해서 새롭게 발견되는 파피루스들은 파피루스(Papyrus)를 뜻하는 알파벳 이니셜 ‘P’에 위첨자로 붙여지는 번호로 분류된다(예: P+1 = P1). 지금까지 성경말씀으로 128번(P128)까지 파피루스들이 분류되었다.


파피루스들은 약 2000년 이상의 세월을 사막의 건조한 날씨를 조건으로 견뎌왔기 때문에 심하게 훼손된 경우가 많고, 대부분 파편들만 남아 있다. 하지만 어떤 파피루스들 속에는 다행스럽게도 많은 부분들이 손실되지 않고 남아있어, 성경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본을 뽑으라면 단연 P45-47까지로 분류된 ‘체스터 베티 사본’이다.


1931년 11월 19일에 처음 공개된 체스터 베티 사본은 구리광산업으로 모은 재산을 고대 유물을 수집하는 데 바친 체스터 베티 경(Sir Alfred Chester Beatty)의 이름을 붙인 사본이다.


체스터 베티 경은 현재 값을 따질 수 없는 이 사본을 이집트의 골동품 상인으로부터 헐값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굴업자를 통해서 불분명한 경로로 매입된 체스터 베티 사본은 그 발굴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 사본의 유래나 역사에 대해서 논의할 수 없다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체스터 베티 사본의 위엄은 현존하는 파피루스들 가운데 가장 많은 분량의 성경 본문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연대가 3세기 이전으로 소급된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특별히 P46의 경우는 김영규 교수의 역량 있는 논증으로 그 연대가 1세기 후반까지로 고려되는 사본으로 평가받고 있다. 1)


체스터 베티 사본은 크게 P45, P46, P47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P45는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P46은 바울서신을, 그리고 P47은 계시록의 부분들을 각각 담고 있다.  이 가운데 사람들의 주목을 단연 한 몸에 받고 있는 P46은 사본학의 분야뿐만이 아니라 바울서신 연구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료로 여겨진다.


아래의 사진은 P46의 41번째 장의 윗부분이다(P.Mich.inv. 6238.2). 이 부분은 로마서의 끝부분과 히브리서의 처음을 기록하고 있다. 이 파피루스에서 우리는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P46이 로마서 다음에 히브리서를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P46이 보이고 있는 바울서신의 배열은 로마서-히브리서-고린도전후서-에베소서-갈라디아서의 순이다. 물론 이 배열이 성경 각 권의 분량에 따른 배열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으나, 사본의 기록자가 히브리서를 바울의 저작으로 염두하고 있다는 인상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김진옥그림.jpg

P46 로마서와 히브리서 사이 <출처: http://quod.lib.umich.edu>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P46의 로마서 본문이 16:27에서 끝나지 않고 16:23에서 일찍 종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P46의 본문에는 우리가 로마서의 종결에서 보는 ‘하나님께 드리는 송영(16:25-27)’이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성도들이 우리에게 익숙한 이 ‘장엄한 송영’을 빼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바울서신을 담고 있는 가장 이른 연대의 P46이 이를 누락시키고 있으니 어찌해야 할까?


이런 비슷한 문제들은 다만 롬 16장의 문제만이 아니라, 요 8:1-11에 나오는 간음한 여인에 대한 단락이나, 막 16장의 종결에서도 우리가 비슷하게 맞닥트리는 문제이다. 풀기 어려운 문제처럼 보이지만, 이런 질문을 한 번 던져보는 것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유익할 것이다.


‘만약 로마서의 마지막 송영을 포함하고 있는 P46보다 더 오래된 파피루스가 발견된다면 어찌해야 할까?’ ‘성경말씀은 새로 발견된 사본을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집 되어야 할까?’ 바로 이런 점에서 오래된 사본에 지나치게 편중하는 것을 재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계시는 이미 오래 전에 완료되어 오류 없이 우리 손에 주어졌다. 영원한 진리를 담고 있는 성경 말씀은 유동적인 시간의 차이를 기준으로 평가된 사본에 따라 확정될 수 없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말씀은 스스로 증거하여 자기를 규명하는 ‘자증성’을 갖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자신이 놓여있는 자리를 통해서 자기를 규명하지 않고, 그 무엇에도 깨지지 않는 높은 내구성과 강도로 자기를 증명한다. 하나님의 말씀도 이와 같이 스스로 자기를 규명한다.


말씀이 놓인 사본의 자리를 따라서가 아니라, 어디에 놓여 있든지 기록된 말씀이 자신의 말씀됨을 규명하도록 해야 한다.


1)Cf. Young Kyu Kim, “Palaeographical Dating of P46 to the Later First Century”, Biblica 69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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