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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1 (21:12:44)

 

에밀리와 맺은 사랑이야기

 

< 김영숙 사모, 일산새하늘교회 >

 

사연 있는 사람과 같은 감정을 자신에게서 찾을 때 함께 위로 받게 돼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에 있는 유치원 종일반(Daycare)에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그 곳은 대부분 맞벌이하는 백인 부부들이 1-6살까지의 자녀들을 맡기는 곳으로 아이들이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지내는 곳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아이들이 오기 때문에 낮 12시가 되면 모두 낮잠 자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 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나 먼저 등을 문질러 주세요라고 조르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손길이 바빠집니다. 그런데 그 중에 에밀리’(Emily)라는 이름을 가진 4살 여자 아이는 낮잠 자는 시간이 되면 선생님도 부르지 않고 소리 없이 울기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에밀리! 선생님이 등을 문질러 줄까?”하면서 조용히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No!"라고 짧게 대답한 에밀리는 엎드려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을 걸자 에밀리는 나를 쳐다보며 커다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 엄마 보고 싶어!(I miss mommy!), 엄마 보고 싶어하며 엉엉 우는 것이었습니다.

 

에밀리의 눈물을 보자 갑자기 나도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며 목이 메어 오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엄마 보고 싶어!(I miss mommy too!).”

 

사실 나도 한국에 계신 나이 드신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아들 여섯에 딸 하나 두신 어머니는 나를 만나면 하실 말씀이 너무 많았는데 그 많은 어머니의 이야기는 누가 다 들어줄꼬 생각하며 고국에 계시는 어머니를 향한 그리운 마음을 가슴속에 꽁꽁 묶어두고 지내고 있던 터였지요. 그런데 한 번 눈물이 나오기 시작하자 타국 생활의 서러움까지 몰려와서 눈물이 봇물처럼 터져버렸습니다.

 

내가 공들여 말을 했는데 못 알아듣고 고개를 갸우뚱 할 때마다 자존심 상했던 일, 음식점 운영하는 학부형이 교사들을 위해 보낸 음식을 언제 먹어야 하는지 몰라 뒤늦게 갔다가 빈 접시만 바라보고 온 일, 자기들끼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들 때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언제 웃어야 할지 몰라 일그러진 미소로 서있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가면서 외롭고 서러운 생각에 흐르는 눈물이 멈춰지지 않았습니다.

 

에밀리는 내가 눈물 흘리는 것을 의아한 눈으로 잠깐 쳐다보더니 곧 잠이 들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난 낮잠 자는 시간이 되면 에밀리 옆으로 가서 그 아이가 요청하지 않아도 등을 긁어주고 만져 주면서 속삭였습니다.

 

에밀리! 난 너를 사랑한단다. 아주 많이. 그리고 나도 나의 엄마가 많이 보고 싶단다. 너처럼.”

 

때로는 영어로 말하고 때로는 한국말로 그 아이가 잠들 때까지 그 말을 반복했습니다. 에밀리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잠들곤 했는데 차츰 우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얼마 후에는 아예 울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에밀리는 낮잠 자는 시간이 되면 나에게 눈으로 자기에게 오라고 사인을 보냈고 나 역시 행여나 다른 선생님이 그 아이 곁으로 갈 까봐 재빨리 에밀리 옆으로 가곤 했지요. 수업시간에도 에밀리는 늘 내 옆에 앉아 있어서 우리는 서로 사랑의 눈빛을 나누곤 했습니다.

 

어느 날 원장실에서 나를 급히 불러 가 보았더니 금발머리와 파란 눈을 가진 멋쟁이 한 분이 아기를 안은 채 장미꽃 화분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에밀리 엄마에요. 에밀리 동생이 젖먹이 아기여서 그동안 내가 유치원에 찾아오지 못했어요. 그런데 에밀리가 ‘Miss 이야기를 많이 해서 오늘은 꼭 만나고 싶어 찾아왔어요. 내 딸 에밀리를 많이 사랑해 주어 감사합니다. 에밀리가 그동안 종일반에 오는 것을 싫어했는데 지금은 아침부터 빨리 가려고 서두른답니다. 그것은 바로 당신 때문이에요.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장미꽃 화분을 나에게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갑작스런 그분의 방문에 놀란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지요.

 

에밀리가 있어서 나도 행복했습니다. 에밀리는 나의 좋은 친구이고 나의 위로자 였습니다. 에밀리가 있어서 나도 일터에 빨리 오고 싶었으니 오히려 내가 고맙습니다.”

 

유치원 원장이 뒤에서 우리를 보고 흐뭇한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그 순간 그동안 쳐져 있던 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지금 내 곁에 있는 에밀리는 누구입니까? 그들에게 눈물 한 방울도 내 놓을 수 없는 메마른 내 심령을 불쌍히 여겨주시고 내가 작은 사랑 베풀 때 내게 더 큰 사랑이 돌아온다는 그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하옵소서.”

 

우리는 지금 섬기고 있는 사역지에서 얼마든지 제2의 에밀리같은 사람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자기 자신도 바로 그 에밀리와 같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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