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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3 (18:23:21)

산골 목수

 

< 김영자 사모 >

   

 며칠간 라디오의 일기예보 시간에 중부 지역은 폭우로 인한 피해 사례와 또 남부 지역은 불볕더위 소식들이 계속되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산골은 며칠 동안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흐린 날에 습기만 가득했는데 마침내 늦은 밤부터 벼락 천둥과 함께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면서 장마철인 것을 실감나게 하는 여름날입니다.

 

남편은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지붕을 완성시켜야 된다고 하면서 미완성의 지붕을 마침내 완성시켰습니다. 연일 30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에 달구어진 지붕의 판넬 위에 안전띠를 메고 올라가 방수포를 깔고 그 위에 슁글을 입혀 완벽하게 지붕 공사를 끝냈습니다. 쏟아지는 장맛비에도 아무런 하자가 없는 지붕을 돌아보며 자신의 작품에(?) 매우 만족해하며 우쭐해 하고 있습니다.

 

이제 은퇴생활 3개월이 되었습니다. 은퇴 소식을 듣고 여러 곳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의 통화 내용 중에 거의 왜(?) 벌써(?)라고 묻는 말이 대부분이었고 기억에 남을 몇 분만 은퇴를 축하합니다.”라고 하면서 남편의 심중을 이해하는 듯 했습니다.

 

또 먼저 은퇴한 선배 목사님께서는 은퇴는 과일 나무를 본 가지에서 접 부치는 것이라면서 우리들의 산골생활이 머릿속에 그려진다고 하면서 참 잘했다고 격려의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또 친구가 은퇴했다고 해서 아주 먼 곳에서 이곳을 방문한 목사님은 이곳을 첩첩산중이라고 하면서 안타깝게 생각하기도 했고, 어떤 친구는 창 밖으로 보이는 산과 들을 보면서 자기는 농촌형이 아니고 도시형이라고 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일단은 병원이 가까이 있는 곳이 좋다고 첨언도 해주십니다.

 

친구 목사님들이 돌아가고 우리 부부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언덕 위의 하얀 집에서 땅을 밟아가며 자연과 함께 생활해 보는 것을 로망으로 꿈꾸어 보기도 하지만 어느 사모님의 말처럼 용기가 없고 도시의 문화와 편리함에 길들여졌기에 농촌생활은 항상 꿈과 바람 일 것이라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요즈음 은퇴 소식을 듣고 회사 생활을 하는 둘째 아들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주위의 은퇴하신 분들을 보면 3개월 정도는 자유로움에 즐거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할일이 없어서 무료한 시간 때문에 고민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과연 매일매일 즐겁고 행복한가? 하는 자문자답을 해 봅니다.

 

얼마 전에 후배 목사님 부부가 방문을 하고 가신 후 사모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내용은 그 사모님 눈에 보이는 내 모습과 주변 정리가 되지 않는 상황을 보고 짠한 마음이 들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항상 공식적인 모임에서 보아 왔던 모습이 아니고, 화장기 없고 햇볕에 그을린 얼굴과 작업복, 그리고 남편의 바짝 마르고 햇볕에 그을린 얼굴이 마음 여린 사모님의 눈에 짠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 사모님에게 나는 사모님이 생각한 것만큼 나쁘지 않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니 편안하고 나름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사모님 눈에 비치는 것은 미완성 된 집과 어설프게 보이는 주변만이 보이겠지만 남편과 내 눈에는 완성된 모습의 언덕위에 하얀 집이 그려져 있기 때문에 무료하거나 따분한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느 날과 똑같은 아침이지만 더더욱 감사와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제각기 풍기는 향기가 있듯이, 나무와 풀도 풍겨 내는 냄새가 서로 다른데 이것들을 구별하기 위해 눈을 감고 코를 벌름거리며 채소밭으로 가는 발걸음을 잠깐 멈추고 각기 다른 모습의 식물들의 냄새를 음미해봅니다.

 

요즘은 모종으로 심은 여러 가지 채소들이 잘 자라서 훌륭한 착한 밥상을 꾸미고 있습니다. 식사 때마다 텃밭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를 먹으면서 우리는 이렇게 행복해 해도 되나 모르겠다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습니다. 개구리들의 합창으로 잠들지 못한 밤도 있고, 또 어떤 때는 난파된 배에서 구출되어 무인도에 있는 것처럼 외로움에 상실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남편과 함께 매일매일 생활에서 부족하고 모자라도 감사하는 삶이 되기를 바라면서 우리들이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감사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뒷 베란다를 시공하기위해 각관과 C-형강을 구입하기위해 다니던 철강회사에 갔습니다. 물건을 구입하면서 그곳 사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남편이 기분 좋은 환한 얼굴로 내게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곳 사장님이 손수 집을 건축하는 것을 보고 그 정도의 집을 짓는 것을 보니까 노하우가 있겠다고 하면서 주문 받은 창고를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하면서 이제 철강회사 사장이 일거리를 맡길만한 목수가 되었다며 즐거워했습니다. 자기가 하는 일에 인정을 받은 남편이 집에 와서 하는 힘든 일에도 콧노래를 부르면서 목수로 인정받은 날이라며 힘들어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집 옆에는 가야산 골짜기에서 흐르는 개울이 있습니다. 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고 가재가 가끔씩 보이기도 합니다. 굵은 빗줄기가 소강상태를 보이며 잠시 햇살이 비칠 때 어디선가 산비둘기 한 마리가 마당에 내려와 벌레를 찾는 모양입니다. 산비둘기를 보면서 장 콕토의 시를 읊어보기도 했습니다. 두 마리의 산비둘기의 사랑의 시를....

 

마당에 조금 덜 마른 쑥으로 모깃불을 피워놓고 개울물이 흐르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의 불협화음 속에서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곳을 쫓아 다녀 보며 동심으로 돌아가는 산골에서 이제 목사의 아내이자 목수 아내로서 남편이 만들어준 싱크대 앞에서 감사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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