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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 흰 머리 

< 전정식 장로, 남포교회 >

 

환아의 부모는 쉽게 접근하여 마음 놓고 대화할 수 있는 의사 선호해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우리나라에서도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 못지않게 직장의 정년제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흰 머리로 대학병원에서 정년퇴임을 하고나서도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병원에 첫 출근하던 날 병원 경영자가 저에게 머리를 염색하면 어떠냐고 충고를 주십니다. 깜작 놀랐습니다. 저는 젊었을 때부터 희끗 희끗한 머리를 좋아했고, 아직 내가 노인이라는 생각도 없었고 지금의 헤어스타일이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로 일하게 된 작은 동네 병원은 비교적 젊은 가족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있어서 그런지 소아과 환자가 많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환자는 감기나 설사 또는 예방접종을 위하여 내원하는 가벼운 경우이며 응급하거나 중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중한 환자를 주로 취급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환자를 보고 있는 셈입니다.

 

대학병원에서는 중하거나 진단이 어려운 환자가 많아 크고 작은 문제에서 교수의 의사결정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의사의 결정에 잘 따르며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지 않아 주로 의사가 말하고 보호자는 듣는 편이었는데 새 병원에 와서 만나는 환자의 보호자들은 많이 달랐습니다.

 

특히 처음 아기를 기르는 엄마, 아빠들은 아기가 아픈 것에 관한 것은 물론이지만 그 외에도 아기가 잘 자라고 있는지와 또 자라면서 보이는 모든 것에 관하여 궁금한 것이 많고 물어볼 것도 참 많습니다. 그래서 진료를 마치고 진료실을 나갔다가도 다시 들어와 물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대학병원에 있을 때처럼 일주일에 삼일만 진료를 합니다. 처음에는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환자를 봤습니다. 왜냐하면 새 병원의 경영자는 그래도 스펙이 좋은 대학병원 교수 출신의 의사를 초빙했으니 환자가 늘어날 것을 기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환자들은 그 동안 낯이 익은 매일 진료하는 젊은 선생님만 찾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카로부터 다급한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두 살 된 딸이 열성경련을 일으켜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고 합니다. 알아보니 신경전문 교수님이 잘 진료하고 계셨습니다.

 

조카는 아기가 퇴원할 때까지 밤에도 낮에도 저에게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훌륭한 교수님이 돌보고 있는데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조카는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쉽게 물어보고 위로 받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새로 다니는 병원에서 환자들이 왜 젊은 선생님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기가 커가면서 안 아플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사회는 경제적으로 발달하여 아기들의 건강상태가 좋아지고 또 위생상태가 향상하여 과거보다 아기들이 아픈 경우가 적어졌습니다. 그리고 대가족보다는 핵가족이 많고, 아기들도 적게 낳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기들이 아프게 되면 경험이 없고 또 가까운 주위에 도와주고 상담해 줄 사람이 없어 당황하게 됩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병원에 오면 환아의 부모는 병이 낫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어 볼 것도 많고 또 심정적으로 의사로부터 병이 낫는다는 위로와 격려를 바라게 됩니다. 그래서 환아의 부모는 늘 쉽게 접근하여 마음 놓고 대화할 수 있는 의사를 선호하게 됩니다.

 

새로운 병원에 와서 이곳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하게 된 지금 출근 첫날 저에게 머리염색을 권유한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환자들에게 가까운 의사가 되는 한 방편을 소개 받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제가 가진 외적 모양을 일부러 꾸미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환아의 부모가 원하는 만큼 위로와 격려가 되는 대화를 충분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습니다.

  

오늘따라 한 사람, 한 사람 진료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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