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조회 수 : 2287
2013.09.10 (20:11:46)

 

뿌리 없는 열매

 

< 전정식 장로, 남포교회 >

 

자기를 소비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주인공 될 수 없어

 

한국 남자들이 모여서 담소할 때 빠질 수 없는 화제가 군대 이야기입니다. 저는 군복무 첫해를 전방에 있는 후송병원에서 군의관으로 지냈습니다.

 

더웠던 여름 어느 월요일이었습니다. 장교 숙소에서 늦잠을 자고 조금 늦게 진료실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환자 대기석에 앉은 전투복 차림의 환자들 중 어깨에 있는 계급장에 작은 별이 반짝 반짝 빛나는 환자가 한명 앉아 있었습니다.

 

순간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서열이 엄한 군대에서 아무리 환자라지만 장군이 사병들 속에 섞여 앉아 군소리 없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군복무 중 만났던 잊을 수 없는 존경스러운 분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최근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어 이제는 선진국 문턱에 가까이 왔습니다. 이에 힘입어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는 선진국에서처럼 소비문화에 젖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거나 스펙이 좋은 사람들이 명품을 쓰거나 고급 음식점, 고급 호텔을 다닐 때는 그 만큼 좋은 상품의 가치를 원하기도 하지만 그런 곳만 드나드는 상류사회의 이미지를 갖고 싶어 합니다. 이런 사회 풍조에서는 개인이 소비하는 물건의 상징을 통해 그 사람이 파악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소비 형태를 지닌 문화에서 일반 소비자가 상품을 살 때에는 그 상품의 효용성보다는 그 상품이 갖는 이미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명품을 살 때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그런 사람으로 대해주길 기대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병원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데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 중에는 우리 사회에서 지도층에 있거나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국가의 운영방침이 그러하지만 저명한 대형병원의 진료비는 상대적으로 비쌉니다.

 

대형병원에서는 환자들이 질환에 대해 설명할 때 쉽게 이해하며 치료방침에 잘 따르며, 또 돈이 없어 검사를 못한다고 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 진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참 좋습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대형병원은 시설이 좋고 첨단 진료를 받아 안심이 되기 때문에 좋고, 또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시설을 이용하는 만큼 자기 자신도 그런 위치의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 줍니다. 경영주 입장에서도 환자들이 몰려오는 만큼 큰 만족감을 갖게 됩니다.

 

세상 사람 모두에게는 아니지만 연관된 사람들에게는 다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 동안의 진료 경험을 돌아보면, 사실 환자에게는 자기 병을 잘 낫게 해 주는 의사가 명의이자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이지 치료해준 의사가 저명한 사람인지 병원이 큰 병원인지는 관계가 없습니다.

 

이런 사회에 존재하는 교회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회 관련 미디어의 기사를 보면 많은 성도들이 대형교회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대형교회에 다니는 성도들은 대개 자기 교회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릅니다. 특히 저명한 목사님이 있거나 사회활동을 많이 해서 사회에 이름 높은 교회의 성도들은 더합니다.

 

그런 교회의 신자들과 만나 교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담임목사님이나 교회의 이미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런 교회를 다니는 자기를 알아달라고 하는 느낌을 줍니다.

 

믿음 안에서 우리는 양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남에게 칭찬도 받고 대접받는 양자가 되고 싶다면 양자증명서를 어디서 받았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높으신 아버지의 이름에 걸 맞는 좋은 품성을 지닌 아들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르고 빠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소비자가 생활의 주인공이 되는 소비문화시대에 우리가 산다하더라도, 교회는 자기를 소비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될 수는 없으며 그런 신자들의 취향에 따라 교회가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 풍조에 휩싸이지 않는 것이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누구든지 참 포도나무에 접 부쳐져 있기만 하면 참포도가 열린다는 약속도 있고 또 주시는 영양을 공급 받기만 하고 있어도 열매 맺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기보다 그렇게 해 주시는 분이 고맙고 또 즐거워지는 때가 오기 때문입니다.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632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 <22>| 손자바보_전정식 장로
편집부
2002 2014-09-02
631 |치악골 아침사색| ‘저 들녘의 산들바람이 되어...’ _변세권 목사
편집부
1937 2014-08-05
630 |치악골 아침사색| 우리는 개혁주의 신앙으로 살아가야 한다_변세권 목사
편집부
2057 2014-06-24
629 |치악골 아침사색| 우리는 가야 할 길을 가야 할 뿐이다_변세권 목사
편집부
2060 2014-05-13
628 |서간문| 사랑하는 정남 형제에게_이예원 목사
편집부
2722 2014-04-15
627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 <21>| 착한아이 증후군_전정식 장로
편집부
2338 2014-03-11
626 |치악골 아침사색| 비관적 낙관주의의 모범으로 살아가자_변세권 목사
편집부
2229 2014-02-11
625 |들꽃향기처럼| 소형교회의 비애_윤순열 사모
편집부
2451 2013-12-17
624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 <20>| 보물 상자_전정식 장로
편집부
2067 2013-12-17
623 |치악골아침사색| 우리는 그 속에서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가?_변세권 목사
편집부
2287 2013-11-19
622 |치악골아침사색| 하나님이 일하시는 길_변세권 목사
편집부
2209 2013-10-08
Selected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 <19>| 뿌리 없는 열매_전정식 장로
편집부
2287 2013-09-10
620 |짧은 글, 긴 여운| 스펙(spec)인가, 스토리(story)인가?_장석진 목사
편집부
2440 2013-08-06
619 |치악골아침사색| 하나님의 일하심의 손길을 읽어내라!_변세권 목사
편집부
2436 2013-08-06
618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 <18>| 검은 머리, 흰 머리_전정식 장로
편집부
2523 2013-07-23
617 |가야산 골짜기에서| 산골 목수
편집부
2756 2013-07-23
616 |살며 생각하며| 두 남자의 눈물_김영숙 사모
편집부
2547 2013-07-23
615 |짧은 글, 긴 여운| 우주보다 크신 하나님_김영일 장로
편집부
2858 2013-07-09
614 |살며 생각하며| 에밀리와 맺은 사랑이야기_김영숙 사모
편집부
2540 2013-06-11
613 |치악골아침사색| 인생의 여정을 함께 걸으며..._변세권 목사
편집부
2285 2013-06-11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