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내 아이가 말을 시작하면”

 

< 전정식 장로, 남포교회 >

 

“어눌하거나 모자란 표현에도 그 말을 하는 아이가 귀엽고 사랑스러워”

 

어느 한가한 오후 진료시간에 집사님 한분이 2년 6개월 된 남자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는 아이가 아직 말을 못한다고 걱정이 커서 일부러 휴가를 받아 진료를 받으러 왔다고 합니다.

 

진찰해보니 아기는 건강상태, 인지능력이나 청력 등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식구들이 하는 말을 다 알아 듣고 단어도 꽤 표현하지만 단지 문장력이 없었습니다. 아기의 발달은 개인차가 크고 또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보다 늦는 경향이 있으니까 만 3살이 되어도 문장력이 없다면 그때 정밀조사를 하자며 안심시키고 보냈습니다.

 

저도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었는데, 6개월이 지나서 집사님이 환한 얼굴로 다시 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이번에는 진찰이 아니라 아이를 자랑하러 왔습니다. 지난번 진찰 후 2달쯤 지나고 나서 갑자기 말이 트이더니 어른 같은 표현을 자주해서 놀랬다고 합니다.

 

엄마는 아이와 대화가 가능해 진 이후 아이의 마음을 잘 알게 되어 아이를 더 이해하게 되고 또 아이도 엄마를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고 행복해했습니다. 진료를 하는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태어난 이후 모든 시기에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습니다. 그러나 유난히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시기는 아마도 아이와 대화가 가능하게 되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화가 가능해지면 부모는 아기를, 아이는 부모를 더 잘 알게 되어 인격적인 사랑이 깊어집니다.

 

예전부터 내려오는 말에 부모사랑은 내리 사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아이와 부모와의 대화 역시 그런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화는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자유롭게 표현해야 제대로 된 대화라고 할 수 있는데, 아이들의 표현은 아무래도 부족하고 다양하지 못한데도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그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이미 알고 있으며 또 그 말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눌하거나 모자란 표현에도 그 말을 해주는 아이가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는 대화가 있는냐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얼마나 말이 어른스럽고 완벽하거나 아름다운지는 상관이 없을 것입니다.

 

신자라면 누구나 기도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교회에서 직분을 맡게 되면 크고 작은 모임에서 대표기도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주일예배와 같이 성도들이 다 모인 예배에서 기도순서를 맡게 되면 누구나 긴장을 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래서 주일예배 대표기도 순서가 되면 토요일 저녁시간 조용한 시간을 마련하여 미리 기도 준비를 합니다.

 

어떤 날은 기도 준비가 잘되어 곧 마무리할 때도 있지만 또 어떤 날은 준비가 되지 않아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대부분의 경우 기도의 내용이 강의안 같기도 하고 연설문 같기도 합니다.

 

아마도 제 마음 속에는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는 적어도 대표기도인 경우 완벽한 내용과 문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내가 누구에게 기도하는지 잊고 성도들이 듣기 좋게 매끈하고 아름다운 기도문을 작성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난번 대표기도 준비하는 시간이 꼭 그런 경우였습니다. 자정이 되어도 준비가 덜 되었을 때 갑자기 그 아이와 집사님이 생각났습니다. 곧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새 종이에 새롭게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머리카락 숫자도 세시는 분,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시는 주님, 또 주시려고 우리가 말하기를 기다리시는 아버지 하나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지며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612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 <17>| 광야에 있는 싯딤나무(조각목)_전정식 장로
편집부
3519 2013-06-11
611 |가야산 기슭에서| 자유의 날개를 달다_김영자 사모
편집부
2976 2013-05-28
610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 16>| 시험보기 하루 전 (19)
편집부
4486 2013-05-14
609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 <15>| “훈수는 하지 마세요”_전정식 장로 (23)
편집부
2639 2013-04-16
608 |들꽃향기처럼| 어머님 전상서_윤순열 사모 (22)
편집부
3032 2013-04-16
607 |치악골아침사색| 거룩한 성화의 수레바퀴 밑에서_변세권 목사 (28)
편집부
3002 2013-04-16
606 |채석포에서 온 편지| 사람의 두 얼굴들..._김영자 사모 (16)
편집부
2911 2013-03-19
605 |살며 생각하며| 인내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_윤순로 사모 (133)
편집부
5080 2013-02-19
604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 <14>| 내가 보는 이정표_전정식 장로 (12)
편집부
2466 2013-02-19
603 |채석포에서 온 편지| 어느 날 갑자기_김영자 사모 (146)
편집부
4375 2013-02-05
602 |치악골 아침사색| 캄캄한 밤하늘의 빛나는 등대가 되어_변세권 목사 (169)
편집부
5255 2013-01-22
601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 <13>| 손씻고 들어오세요!_전정식 장로 (23)
편집부
2547 2013-01-08
600 |치악골 아침사색|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_변세권 목사 (19)
편집부
2672 2012-12-11
599 |채석포에서 온 편지| 나, 그대 있음에...김영자 사모 (115)
편집부
4331 2012-12-11
598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 <12>| 작은 얼굴, 롱 다리_전정식 장로 (170)
편집부
6839 2012-12-11
Selected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 <11>| “내 아이가 말을 시작하면”_전정식 장로 (22)
편집부
2743 2012-11-27
596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인생의 추락과 욕망의 함수 관계_최에스더 사모 (14)
편집부
3136 2012-10-16
595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10>| “교회 나오세요”_전정식 장로 (27)
편집부
2642 2012-09-28
594 |치악골의 아침사색| 어두운 밤하늘의 빛나는 불빛이 되어..._변세권 목사 (16)
편집부
2560 2012-09-28
593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 <9>| 내가 받을 인사가 아닌데... _전정식 장로 (18)
편집부
2440 2012-09-18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