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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씻고 들어오세요!

 

< 전정식 장로, 남포교회 >

 

 

“나중 믿는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도 아무 감각 없는 경우 많아”

 

 

오늘은 오랜만에 돌잔치를 앞둔 둘째 손자가 오는 날입니다. 하루 진료를 끝내고 발걸음도 가볍게 퇴근 했습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욕실에 들어가 손을 씻는데 마음이 바빠서 그랬는지 흐르는 물에 손을 잠깐 드리우고는 물기를 수건으로 닦았습니다.

 

언제 보았는지 아내는 “손 씻으러 왔다가 물만 묻히고 가지요” 하면서 ‘깊은 산속 옹달샘’ 곡조에 맞추어 노래를 합니다. 순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으나 오기가 생겨 오늘 내가 손을 몇 번이나 씻었는지 아느냐고 항변했습니다. 주로 작은 아이들을 진료하는 저는 하루 종일 수도 없이 손을 씻습니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는 수십 번 손을 씻는 날도 있었습니다.

 

아주 작게 태어난 미숙아들은 너무 일찍 태어나 인체의 모든 기능이 모자라기 때문에 이런 아기들만을 위한 특수 시설인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양육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숙아는 특히 면역력이 약합니다. 그래서 누구를 막론하고 아기를 다루는 의료진은 철저히 손을 열심히 닦은 후 신생아중환자실을 들어갑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손에는 늘 잡균이 있는데 이러한 잡균이 건강한 사람에게는 병을 일으키지 않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작은 아기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손을 많이 사용합니다. 먹고 마시는 일이나 작업을 하거나 청소를 할 때도 손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손은 깨끗한 것뿐만 아니라 더러운 것과도 접촉을 하기 때문에 누구나 손에는 잡균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잡균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눈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기 손에 그런 잡균이 생존하고 있다는 것은 깨닫지 못하고 삽니다. 그리고 그런 자기 손의 잡균이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는 상상도 안 합니다.

 

저는 복음서에서 예수님 앞에 온갖 가난한 자와 병자와 귀신 들린 자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무의촌에 세워진 무료 진료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갖 약한 사람들이 예수님 앞에 값없이 쉽게 갈 수 있었던 것은 그분은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시고 상한 마음을 제사보다 귀히 여기시는 분이시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면 그런 예수님을 만나고도 예수님을 따를 수 없었던 당시 유력한 종교지도자들은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그들이 모두 그 사회에서 인정받고 또 대접도 받고 있는 사람들로 자신들이 예수님의 고침이나 사함을 받아야하는 병자이며 죄인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인간사회의 전통과 관념으로부터 오염된 믿음의 소유자들로 자기가 오염되었다는 사실을 인지 못한 것입니다. 오염된 믿음의 소유자는 믿음이 약한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으로부터 칭찬이 아닌 저주의 말씀을 듣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처음 예수를 믿게 되어 교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교회에 오래 다닌 사람들은 모두 굳건한 믿음을 가졌을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먼저 믿은 성도들에게 일반 사회인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과 윤리 기준을 기대합니다. 그리고는 성도간의 교제가 깊어지는 과정 중에, 교인들 특히 직분을 가진 사람들이 기대 이하의 행동을 하면 큰 상처를 받고 교회를 떠나는 경우 까지도 생깁니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먼저 믿은 많은 사람들이 교회생활을 사회생활과 별반 다름없이 생각하기 때문에 나중 믿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도 아무 감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말하자면 자기의 믿음 생활이 세상 가치관과 통념에 오염된 사실을 인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 자신도 먼저 믿은 사람이요 또 사회 속에서 열심히 살면서 세상 가치관에 익숙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저도 세상의 가치관에 오염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른 교회생활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보다 더 노력하고 싶은 마음을 갖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그런즉 너희의 자유가 믿음이 약한 자들에게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전 8:9), “그러므로 만일 음식이 내 형제를 실족하게 한다면 나는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아니하여 내 형제를 실족하지 않게 하리라”(고전 8:13)는 바울 사도의 말씀이 저에게 좋은 지표가 됩니다.

 

새해에는 환자를 위해 열심히 손을 씻는 것처럼 바른 교회생활을 위하여 세상적인 가치관에 오염되지 않도록 말씀을 읽는 시간을 더 가지며 기도하는 시간도 더 늘려야겠다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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