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그 사랑 어디서 오는지

 

< 추둘란 집사, 수필가, 홍동밀알교회 >

 

 

“주님은 모든 것 준비해 놓고 구원 이루시는 분”

 

 

복지관 프로그램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초긴장입니다. 준비물이 하나라도 빠지면 프로그램 진행에 차질이 생기므로 살피고 또 살핍니다. 그리고 모든 준비물이 확인되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이 깡통인 자가 주님 가라 하는 곳에 순종하여 갑니다. 성령으로 함께 해주세요. 그들의 마음을 알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으나 주님이 책임지고 만지시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소서.”

 

기도를 마치고 자동차 시동을 겁니다. 복지관으로 가는 내내, 식물 모종은 싱그러운 이파리를 흔들어대고 모종삽은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냅니다. 어르신들께 선물로 드릴 요술풍선 꽃은 비닐과 마찰하면서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냅니다. 그 물건들과 함께 나도, 주님 일하시는 곳에 준비물로서 가고 있는 것입니다.

 

작년 연초에 주님은 디모데전서 4장 말씀을 주셨습니다. ‘내 속에 있는 은사를 소홀히 여기지 말 것, 힘써 행할 것, 내가 발전하는 모습을 모든 사람에게 나타내 보일 것, 그리하여 나도 구원하고 내 말을 듣는 사람들도 구원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을 받았다고 하여서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을까요? 없었습니다.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을 직접 책임지셨습니다. 그리고 모든 환경과 주위 사람들을 움직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딱 1년 만에 주님이 나는 원예치료사가 되어 주님과 함께, 몸도 약하고 마음도 약한 사람들을 만나러 다닙니다.

 

이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나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한, 팍팍한 마음을 가졌던 사람입니다. 자식마저도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버거워하고 힘들어했던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퍼줄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던 사람이 사랑을, 이해를, 희망을, 복을 나눠주러 다니다니….

 

특별히 중증 치매 어르신들을 만나는 날에는 가슴 한구석이 미어집니다. 그분들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2010년 겨울, 주님이 친정아버지를 구원하는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친정 식구들은 사돈의 8촌까지 불교 신자들입니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둘째 아들로 태어났지만 맏아들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 책임감으로 조상, 제사, 족보, 명예, 체면을 너무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평소의 아버지라면 복음을 받아들일 분이 아니었습니다.

 

목사님께 어떻게 할지 여쭈니, 나더러 4영리 책자를 갖고 가서 직접 영접하게 하라고 하였습니다. 그 말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말보다 더 큰 두려움을 주었습니다. 3남매 중에 아버지와 사이가 가장 나빴던 나보고 영접을 하도록 하라니….

 

그러나 싫고 좋고를 따질 겨를도 없었고 방법은 그것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가면서 나는 지인들에게 기도를 부탁했고 심지어 버스 안에서 핸드폰으로 기도를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믿기지 않지만, 복음을 전하니 아버지는 순진한 아이처럼 복음을 받아들였습니다. 급성폐암 말기의 극심한 고통 가운데서도 영접 기도문을 또박또박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목사님의 기도를 받았습니다. 십자가에 매달렸던 한편 강도에 대해 목사님이 말씀을 전하니 “내가 목사님의 말씀을 믿겠습니다”라고 고백까지 하였습니다. 그리고 영면하신 그 순간에 햇빛 같이 밝은 얼굴을 보여주어 친정어머니를 비롯한 모든 식구들이 놀라고 신기해하였습니다.

 

그동안 친정 식구들의 영혼 구원을 위하여 주님은 나에게 계속 기도하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자주 뵐 기회도 없고 복음은 더더욱 전할 기회가 없으니 다른 사람이 전도해주려나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기도했던 바로 그 딸을 사용하셨습니다. 반대하는 결혼을 고집하여 아버지의 체면을 구긴 딸을, 가문에 없는 장애아를 낳아 아버지 마음을 아프게 한 그 딸을 사용하셨습니다.

 

사생결단을 하고 기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생각나면 가끔 하는 기도, 때도 모르고 방법도 모르는 막연한 기도였습니다. 그런데도 주님은 모든 것을 완벽히 준비해 놓으셨고 구원을 행하셨습니다.

 

친정 아버지는 감기인 줄 알고 주사 한 대 맞으러 병원에 갔다가 그 길로 입원하였고 열흘만에 돌아가셨습니다. 모든 일이 너무 빨리 진행되는 바람에,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천국에 계시다는 확신이 없다면, 그곳에서 아이처럼 뛰어논다는 주님의 답변이 없다면, 이 땅에서 아버지와 딸로 살면서 서로를 아프게 했던 회한이 나를 평생토록 괴롭혔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모든 것을 그 반대로 돌려놓으셨습니다. 아버지가 천국에 계시다고 생각하면 기쁨이 날마다 샘물처럼 가슴에 고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아버지에게 드리지 못했던 그 사랑이 내게 남아 있다는 것도 느껴집니다. 주님은 바로 그 기쁨과 사랑을 지적하시며, 그것 가지고 세상에 나가자 하십니다. 주님과 함께 나가서 연약한 영혼들에게 그 기쁨 나눠주자, 그 사랑 나눠주자 하십니다.

 

이와 같은 일은 주님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 그 일로 인한 영광도 주님만이 받으셔야 합니다.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592 |채석포에서 온 편지| 아름다운 사람들_김영자 사모 (32)
편집부
3066 2012-09-04
591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 <8>| 아이들만 아는 천국_전정식 장로 (23)
편집부
2356 2012-08-21
590 |치악골의 아침사색| 캄캄한 밤하늘의 빛나는 별이 되어... (361)
편집부
8180 2012-08-21
589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영원과 인생의 가치_최에스더 사모 (89)
편집부
3879 2012-07-10
588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7>| 생후 8일의 지혜_전정식 장로 (359)
편집부
9324 2012-07-10
587 |채석포에서 온 편지| 주님! 감사합니다_김영자 사모 (134)
편집부
7056 2012-06-26
586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6>| 엄마의 희생_전정식 장로 (19)
편집부
3191 2012-05-14
585 |수필| 제주도는 고사리 축제 중_김혜연 사모
편집부
3590 2012-05-01
584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싸움_최에스더 사모
편집부
3594 2012-05-01
583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5>| 엄마의 힘 _전정식 장로
편집부
2608 2012-05-01
582 |치악골의 아침사색| 지금은 하나님의 구속적 통치를 실천할 때 입니다_변세권 목사 (102)
편집부
4124 2012-04-17
581 |수 필| 지난 겨울은 따뜻했네_남춘길 권사
편집부
2961 2012-04-17
580 |채석포에서 온 편지| 제자리 뛰기’와 망신살_김영자 사모
편집부
3236 2012-03-20
579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4>| 아기에게 배우는 진리_전정식 장로
편집부
3000 2012-03-06
578 |들꽃향기처럼| 된장 가족_윤순열 사모
편집부
3152 2012-03-06
577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 <3>| 아바 아버지_전정식 장로
편집부
3324 2012-02-07
576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2012년 벽두에 생각하는 소망_최에스더 사모 (1)
편집부
3295 2012-01-10
575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 <2>| 웃는 얼굴_전정식 박사
편집부
2948 2012-01-10
Selected |살구나무 그늘 아래서| 그 사랑 어디서 오는지_추둘란 집사
편집부
2854 2011-12-27
573 |치악골의 아침사색| 그래도.. 나는 목사다_변세권 목사 (105)
편집부
4545 2011-12-27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