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작은 불편도 헤아리시는 주님

 

 

< 추둘란 집사, 수필가, 홍동밀알교회 >

 

 

“사소한 모든 것까지도 배려해 주시는 주님의 손길 느껴”

 

그날 밤 이불 속에서 주님께 간곡히 기도했습니다.“주님! 내일부터 시작이군요. 저는 두렵습니다. 지금이라도 하지 말라 하시면, 등록비 환불받고 그만두겠습니다. 넉 달 동안 서른 번을 찜질방에서 자고 새벽기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데 시간, 체력, 돈 어느 모로 보나 도저히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주님은 여전히 똑같은 대답을 주셨습니다. “가라. 너의 행복을 위해 가라. 너 자신보다 내가 너의 행복을 더 잘 아노라.” 그리고 이튿날 아침, 주님은 주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던지던 베드로 이야기를 QT 본문으로 주셨습니다.

 

3년 전입니다. 성경공부 과정 가운데 하나님은 제게 1년 계획과 10년 계획을 써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10년 계획 가운데 원예치료가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던 분야였는데 막상 써 놓고 보니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여건상 바로 시작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이 하라 하신 일이기에 기도수첩에서 제목을 지우지 않았고 계속하여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1월 마지막 주에, 하나님이 자꾸만 건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라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홈페이지를 열어보니 그 주 월요일부터 건대 미래지식교육원에서 원예치료사 과정을 모집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염려와 걱정을 뒤로하고 등록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개강일이 되어, 함께 공부하게 된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예년에 비해 일주일 앞당겨 모집하는 바람에 2월초에 모집 공고가 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등록을 하지 못하고 대기자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학기마다 두세 번 대기자로 밀려 있다가, 이번에는 아예 컴퓨터 앞에서 등록 시작 시간을 카운트다운 하면서 기다렸다가 간신히 등록을 하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남들처럼 열심히 정보를 검색하며 준비한 사람도 아닌데, 하나님이 종용하지 않았으면 나 같은 시골뜨기는 등록조차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이 계획한 일이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잇달아 일어났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야간 수업을 들으러 서울을 가야 하니, 아이들 끼니를 미리 챙겨놓고 가야 합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친정 어머니가 마을 추첨 행사에 당첨되었다며 전기밥솥을 보내왔습니다. 우리집에 있던 전기밥솥은 고장은 안 났지만 10년 넘게 쓴 것이라 냄새가 좋지 않습니다. 그것을 아시고 하나님이 가장 좋은 때에 새 전기밥솥을 보내주신 것입니다.

 

생각지도 않던 승용차도 한 대 주셨습니다.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던 언니가 학원차로 쓰던 것인데, 자기에게는 애물단지이니 제발 가져가라며 무상으로 주었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홍성역까지 버스편이 많지 않아서 불편한데, 하나님이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남편과 차를 따로 쓸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것입니다.

 

전기밥솥이나 승용차는 내가 기도하지 않은 것이었고, 불편을 감수하라고 하면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순종하는 딸의 마음을 어여삐 여기셔서 어떻게든 불편이 없도록 섬세하게 배려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마음도 정리되고 스케줄도 확정되니 희한하게도 유혹이 밀려왔습니다. 인턴교사 자리가 있다고 소개가 들어오고, 생협 직원으로 오지 않겠냐는 제의가 들어오고, 오카리나 지도자 과정 이수하면 수천만원 연봉을 보장해줄 테니 함께 하자는 제의도 들어왔습니다.

 

한 푼이 아쉬운 우리 형편에 그 가운데 한 가지 제의만 받아들여도 당장 이번 달부터 빚내지 않고 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베드로의 그물만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지고 살았지만 이번만은 하나님이 책임지겠다는 그 약속을 믿기로 한 것입니다.

 

하나님이 얼마나 꼼꼼하고 철저하신지 대중교통 시간을 확인해 보면서 나는 ‘아!’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홍성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동서울터미널에 내린 다음, 건대입구까지 지하철을 타면 수업시간 20분전에 도착합니다. 저녁으로 샌드위치라도 먹을 여유 시간을 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찜질방에서 자고 일어나 건대입구역의 첫 전철을 타면 왕십리역에서 중앙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갈아타는 곳에서 1분만 기다리면 전철이 도착합니다. 그것을 타고 용산역에 내려 무궁화호 기차를 타면 출발 시간까지 딱 5분이 남습니다.

 

부정맥이 있어서 지하철역 계단을 숨가쁘게 뛰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에게, 하나님은 평상시의 내 걸음으로도 기차를 놓치지 않도록, 혹여 피곤한 몸으로 지하철역이나 기차역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도록 모든 것을 조정해 놓으셨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다음 주부터는 야간에 듣는 수업말고도 낮 시간에 임상실습을 해야 하는데, 서울 강남과 강서에 있는 치매센터와 장애인복지관, 요양원, 경기도 성남의 어린이집을 돌며 실습보조를 합니다. 그런데 그 어떤 곳도 시간이 터무니없이 남거나 부족한 곳이 없습니다. 모든 실습지에 정시에 도착하거나 10분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내가 결정자요 책임자이면 이런 준비된 행운을 만나도 기쁨이 없을 터인데, 결정권과 책임을 하나님께 내어드리니 사소한 모든 것을 조정하시고 배려해 주시는 주님의 손길을 곳곳에서 느끼게 됩니다. 그러므로 지하철 안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강의실 안에서도 내가 있는 어느 자리이든, 감사의 기도를 올려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572 |청진기로 바라보는 세상<1>| 아름다운 만남_전정식 박사 (16)
편집부
2925 2011-12-27
571 |채석포에서 온 편지| 채석포교회 잔칫날_김영자 사모
편집부
3783 2011-11-29
570 |들꽃향기처럼| 깊어가는 가을에_윤순열 사모
편집부
3130 2011-11-15
569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예레미야의 눈과 한국교회 현실_최에스더 사모 (16)
편집부
3907 2011-10-04
568 |살구나무 그늘 아래서| “주가 크신 은혜 내려 나를 항상 돌아보고”_추둘란 집사
편집부
3305 2011-09-20
567 |채석포에서 온 편지| 아날로그식 사랑과 행복_김영자 사모 (2)
편집부
3344 2011-09-07
566 |치악골의 아침사색| 조금만 덜 똑똑합시다_변세권 목사 (1)
편집부
2867 2011-08-24
565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여름방학과 이사야 통독의 기쁨_최에스더 사모 (1)
편집부
3759 2011-08-02
564 |들꽃향기처럼|바울 사도의 발자취 담긴 그리스_윤순열 사모
편집부
3180 2011-07-20
563 |채석포에서 온 편지|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면서_김영자 사모
편집부
4077 2011-07-20
562 |살구나무 그날 아래서| 섬김도 헌신도 주님보다 앞설 수 없네_추둘란 집사 (1)
편집부
3339 2011-07-06
561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요한 사도의 삶과 계시록 통독_최에스더 사모 (1)
편집부
3694 2011-06-08
560 |들꽃향기처럼| 초대교회의 땅, 터키 방문록_윤순열 사모
편집부
4405 2011-04-06
559 |채석포에서 온 편지| 진달래꽃과 쭈구미_김영자 사모
편집부
3736 2011-04-06
558 |치악골의 아침사색| 인생을 제대로 아는 자에게는_변세권 목사
편집부
3395 2011-04-06
Selected |살구나무 그늘 아래서| 작은 불편도 헤아리시는 주님_추둘란 집사
편집부
3760 2011-03-23
556 |하늘이슬로 쓴 편지| 끝END에 시작이 있습니다_이영란 사모
편집부
3625 2011-03-09
555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부부로 사는 것과 현실_최에스더 사모
편집부
3933 2011-03-09
554 |치악골의 아침사색| “당신은 알지”_변세권 목사
편집부
3706 2011-02-23
553 |채석포에서 온 편지|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_김영자 사모
편집부
3506 2011-02-23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