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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3 (13:15:44)

카페에서 남편과 함께

 

< 윤순열 사모, 서문교회 >

 

 
“잔잔하게 들려오는 음악에 취해 끝없는 이야기 나눠”


중요한 일을 앞두고 남편이 기도원에 갔습니다.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기도원이기에 느즈막이 챙겨 주는 짐을 가지고 남편은 떠났습니다.

 

남편이 없는 며칠 동안은 집안이 썰렁할 것 같습니다. 아들은 기숙사에 가 있고 딸은 아침 일찍부터 나가 있으니 하루 종일 혼자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떠난 지 하루 만에 저도 남편이 있는 기도원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일찍 서둘러 버스와 전철을 타고 2시간을 달려왔는데도 집회는 이미 시작되어 있었습니다. 마음이 답답할 때 마다 가끔씩 오는 기도원은 항상 올 때마다 새로운 힘을 얻는 곳이기도 합니다.

집회가 끝난 후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벤치에서 남편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루를 떨어져 있었는데도 하루 동안에 쌓였던 이야기들이 많아 시간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2시가 넘어 저는 남편을 남겨두고 집으로 가려고 서둘러 전철역으로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날씨는 잔뜩 구름이 끼어 빗방울이 후두둑 후두둑 떨어집니다. 마침 준비해간 양산을 받쳐 들고 20분정도 내려와 전철역 가까이 왔을 때 핸드폰 벨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발신자 표시에 ‘달링’이라는 남편의 애칭이 떠있었습니다.

전화를 받으니 남편이 ‘여보, 어디야 전철 탔어?’라고 황급히 물어왔습니다. ‘아니요’라고 말하자 ‘그럼 나하고 산책하면서 놀다가 저녁때 가지. 거기 어디야? 데리러 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혼자 비를 맞으며 가는 길이 쓸쓸했는데 남편의 전화를 받으니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오늘따라 남편도 저도 헤어지기가 무척 아쉬웠나봅니다.

잠시 후 남편은 검은 우산을 받쳐 들고 단숨에 저 있는 곳에 달려왔습니다. 흑기사처럼 말입니다. 저는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둘이는 우산을 받쳐 들고 예술 공원길을 걸었습니다. 우리는 중매로 만난 지 2개월 만에 결혼을 해서 이런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길 겨를도 없이 결혼식을 올린 커플입니다.

“여보 어디가지?” 남편이 물었습니다. 기도원에서 점심은 먹었으니 식당은 안가도 되고 저는 그 멋있는 카페가 생각났습니다. 가끔씩 이곳에 올 때마다 지나치는 그 카페를 떠올렸습니다. 평소에 눈여겨보고 한번쯤 들어가 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저 위로 한참 걸어 올라가면 멋있는 카페가 있는데 그 곳에 가서 커피 마실까요?” 비도 오고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카페라서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카페인지라 남편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그랬더니 의외로 남편이 “그럼 갈까” 하면서 흔쾌히 대답했습니다.

원래 남편은 저하고 단둘이 그런 곳에 가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한번은 첫눈이 오는 날 예전에 모임에서 갔던 장작불이 타오르는 카페 생각이 나서 가자고 했다가 ‘눈 오는데 그런데는 청승맞게 왜 가노’ 하면서 핀잔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가까운 교외로 드라이브를 나가면 남편은 항상 어디 맛 집이 없나, 영양탕은 어디가 잘한다는데 하면서 그런 곳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흔쾌히 대답하는걸 보니 반갑기도 하고 마음이 변할까봐 발걸음을 빨리 재촉하였습니다.

드디어 카페에 들어서니 은은한 커피 향과 함께 잔잔한 음악이 들려왔습니다. 실내는 깔끔하면서도 멋스럽게 배치된 각양각색의 가구와 인테리어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사방의 벽면에는 멋있는 그림으로 장식을 해놓아 이곳이 갤러리인지 카페인지 혼돈이 생깁니다. 담배냄새 하나 없는 이곳 분위기는 신선한 곳을 찾는 사람들의 모임 장소로 너무나 훌륭한 곳 같았습니다.

영국 왕실에서 사용하는 것같은 화려한 모양의 의자에 우리는 자리를 잡았습니다. 카푸치노 커피 두 잔을 시키고 잔잔하게 들려오는 음악에 취하여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누구보다도 이 좋은 곳에서 남편과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저의 마음에 너무나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전날 밤 딸과 함께 12시가 넘도록 한 이야기들을 남편에게 들려주고 멀리 기숙사에 가 있는 아들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에 시간은 훌쩍 두 시간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남편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요 복이 아닐 듯 싶습니다. 언제나 옆에 있어주어 들어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동행자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낍니다. 부부는 오래 살면 닮아간다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지금은 눈빛만 보아도 마음을 알 수 있고 통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때는 가끔씩 내가 노래를 흥얼거리면 남편이 내가 그 노래를 부르려고 하는 참인데 당신이 부르니 이상하네 하면서 서로의 텔레파시가 통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 깜짝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언제나 곁에 있어 마음을 나눌 수 있고 힘들고 어려운 인생길 고비마다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평생의 동행자 남편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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