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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5 (14:15:03)

암흑의 3일

 

< 김영자 사모, 채석포교회 >

 

 

“악몽 지나자 다치지 않고 남겨진 성도들 감사하는 계기돼”

 

방학과 휴가철을 맞이하여 많은 사람들이 쉼과 삶의 재충전을 하기 위해 바닷가와 소나무 숲이 있는 채석포와 주변 바닷가를 많이 찾아옵니다. 그동안 이곳은 주변에 많은 소나무가 있고 해풍이 불어오기 때문인지 그다지 더운 줄 모르고 여름을 보냈었습니다.

 

올해 여름은 예년과는 달리 잦은 비와 높은 기온으로 인하여 무척이나 힘든 여름이었습니다. 반면에 가을 어장이 시작되면서 잡히는 많은 꽃게를 보면서 성도와 주민들은 가을 어장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생활형태가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정보 사회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도회지로 떠나고 나이든 어른들만이 고향의 지킴이가 되어 있는 것이 농어촌의 현실이 된지도 오래입니다. 조상들이 물려준 고향의 땅에 터를 잡은 이들은 수확한 여러 가지 농작물을 자식들에게 나누어 줄 것을 생각하며 구부러진 허리에 힘들고 피곤한 것을 참으며 날마다 일터로 나갑니다.

 

그날도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동네 분들은 일기예보를 듣고서 어장으로 나갔고, 밭에 나가 막바지 붉은 고추를 따느라고 분주했습니다. 일기예보에서는 비와 태풍이 온다고 했지만 오보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너무나 맑은 하늘과 소나무가 간간이 흔들리면서 바람까지 불기도 했습니다. 성도들은 어둑해 질 무렵 하던 일을 내일로 미루고 수요일 밤 예배를 드리기 위해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일을 마무리 했을 것입니다.

 

예배를 마치고 성도들과 서로 안부를 물어가며 즐겁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는데 갑자기 가까운 곳에서 벼락을 치는지 순간적으로 유리창에 번쩍이는 불빛과 천둥소리에 놀라 무의식적으로 귀를 막고 머리를 베개 속으로 묻었지만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그 동안 안방과 남편의 서재에 큰 유리창이 있는 것이 자랑이었습니다. 창문만 열면 큰 소나무 사이로 멀리 보이는 바다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과 위로를 받으며 행복한 시간들을 가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아름다운 경치를 선물한 유리창 너머로 소나무를 뿌리 채 흔들리게 하는 광풍은 심장을 멎게 할 만큼의 무서움과 두려움이었으며 바다 위로 뿌옇게 흩날리는 물보라와 굉음소리를 내는 성난 파도는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계절마다 변화되는 집 주위의 풍경을 정원처럼 느끼고 싶어서 유리창이 유난히 많은 집이었으나 아름답게 보였던 그 모든 것들이 무서운 무기가 되어 우리를 무섭고 떨게 만들었습니다.

 

광풍으로 인한 광음들과 뇌성으로 인해 고막은 찢어질 것 같았고 나무가 부러지고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서움으로 몸 하나 까닥할 수 없었습니다. 벼락으로 인해 전기는 나가고 온 세상이 캄캄한 속에서 무서운 자연의 소리만이 온 밤을 무서움으로 보냈습니다. 무서운 밤도 지나고 바람이 조금 잔잔한 이른 새벽에 남편은 성도들의 집이 걱정되어 안위를 살피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는 마당으로 나와 주위를 살펴보았습니다. 밖으로 나와 보니 교회 마당에는 부러진 아름드리 소나무 둥치와 건물 파편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으며 소나무 가지가 수북하게 널려져 있었습니다. 작은 텃밭의 작물들과 주위의 식물들은 거센 바람으로 인해 넘어졌으며 밤새 내내 불안에 떨게 했던 소나무들은 밑 둥이 잘리고 주위의 많은 나무들도 부러지고 넘어져 있었습니다.

 

한참 만에 돌아온 남편은 성도들의 가정에는 인명 피해는 없지만 건물과 논과 밭과 어장에 큰 피해가 있으며, 모든 길이 막혀서 차량통행이 불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농사를 지으려면 꼭 있어야 하는 비닐하우스가 다 날아가 버린 것은 기본이고 창고가 무너지고 지붕이 날아가고, 담도 무너졌습니다. 임시 주택으로 사용한 콘테이너는 광풍으로 넘어진 체 도로에 누워 길을 막아 자동차를 다닐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밭에 남겨진 고추와 농작물은 손을 댈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망가지고 흩어져 있는 건물의 파편들을 보고 망연자실했습니다.

 

도로의 전신주와 가로수, 주위에 있는 큰 나무들이 부러지고 넘어져서 도로를 막고 있어 돌아보지 못한 성도들이 걱정되어 수화기를 들었지만 전화와 핸드폰까지도 불통이었습니다. 수돗물도 단수가 되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넋이 나간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나이 들고 힘이 없는 놀란 가슴으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텔레비전에서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던 재난의 소식들이 우리에게 닥쳤습니다. 멀리서 포크레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도로에 엉켜 있는 나무들을 치우기 위해서입니다. 전쟁을 겪어 보지 못한 나였지만 이런 모습들이 전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습니다. 각 가정마다 피해가 속출되어 일손이 너무나 부족했습니다.

 

방송을 본 도시에 있는 자녀들의 긴급출동으로 무너진 하우스와 어지럽혀진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십자가가 있는 용마루가 흩어져 날아가고 주변의 나무들은 다 부러지고 넘어졌으며 몇 십 년 된 소나무도 몇 그루 뽑혔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주변을 밝히기 위해 촛불을 밝히면서 어릴 때 호롱불을 켰을 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남포로 불을 밝히고 환해진 불빛으로 책을 읽으면서 기뻐했던 기억을 생각해 보면서 빛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특별한 날에나 사용했던 촛불 두 개를 모아서 불을 밝혔습니다. 삼일 동안 모든 것들이 암흑과 정지 상태였습니다. 소식도 끊기고 냉장고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은 쌓여가고 시간이 지나 갈수록 불편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암흑의 삼일을 보내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에게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시시때때로 하나님의 솜씨에 감탄과 찬양은 했지만 하나님의 진노에 대해서는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내 삶 속에서도 태풍과 같은 수많은 시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복케 하셨으며, 그 모든 것들은 내가 감당할 만큼의 시련이었음을 시간이 지난 뒤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주일날 성도들의 모습은 너무나 지치고 힘들게 보였지만 태풍으로 인한 상흔들은 점차 회복되고 그 악몽의 밤에도 다치지 않고 남겨진 우리들의 모습으로 감사하며 찬양하는 성도들을 볼 때 시편 말씀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그 노염은 잠간이요, 그 은총은 평생이로다. 저녁에는 울음이 기숙할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라.” 너무나 두려운 태풍의 잔해들이 남겨졌지만 하나님의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태풍으로 인해 뒤집혀진 바다는 더 많은 고기가 생산되고 노후 된 나무들의 간벌(?)로 말미암아 새로운 어린 나무들이 자라서 아름다운 강산이 될 것입니다. 지금도 놀란 가슴을 다독이며 암흑천지의 삼일을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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