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작은 화단의 아기 손

< 김영자 사모, 채석포교회 >



"새 싹으로 다가 온 성도들 제 자리 잡기를 기도해"


변화무쌍한 기온으로 두꺼운 옷을 선뜻 벗지못하고 있지만 계절을 따라 새순
들이 뾰족이 나오고 작은 꽃들이 하나 둘 피기 시작하는 봄이 왔습니다. 이
때쯤이면 퇴색한 풀잎 속에서 파란 작은 잎이 살짝 보이는 것이 너무나 경이
롭기만 합니다.



새순 돋는 봄기운 널리 퍼져



봄에는 입맛이 없는 때라서 가족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주부들은 밥상 걱정으
로 고심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곳 농촌마을에서는 호미와 작은 칼만 있
으면 들에 나가 지천에 널려있는 냉이와 달래와 쑥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봄
나물들로 밥상을 가득 채우며 잃었던 입맛을 되찾습니다.
시장에 나가면 그 모든 나물들을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자기가 채취한 여
러 종류의 나물들로 식단을 바꿔 가면서 상을 차리릴 때의 뿌듯함과 행복은
남다르기 마련입니다.
요즘 남편은 교회
주변에 많은 꽃나무들을 심어놓고 주위를 돌아보며 산에
가서 부엽토를 가져와 화분 갈이와 가지치기를 하면서 밖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무와 화분가꾸는 것을 보면서도 30년을 훨씬 넘
게 생활한 부부이지만 성격만큼이나 취향도 너무나 다른 것을 세삼 느낄 때
가 있습니다.
집 안에서 관리하는 화분 하나를 보더라도 우리는 너무나 다릅니다. 남편은
분재나 큰 화분을 좋아하는 반면에 나는 다육식물과 선인장, 그리고 뿌리를
내리고 새끼를 쳐서 심어놓은 작은 화분들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기른 꽃나
무들은 성도들에게 특별한 날에 사랑의 편지를 담아서 선물로 주기도 합니
다.
며칠 전 밖에서 전정가위를 들고 주변 나무들의 가지치기를 하던 남편이 집
안에 있는 나를 성급하게 불렀습니다. 밖에 나가보니 집 앞 작은 화단에 고
개를 숙이고 무엇인가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작년 가을에 이웃 목사님 집 화단에 흩어져 있던 씨앗 몇 개를 주워와서 우
리 화단 한 곳에 모래와 흙을 섞어 심어놓았던 것이었습니다. 작년 겨울에
혹한과 많은 눈으로 행여나 싹이 트지는 않을까 염려를 했었
는데 어느새 새
싹이 그 모습을 들어내놓고 있었습니다. 그 나무는 마로니에였습니다.
우리에게 젊음이 있던 학창시절에 "그 사람 이름은 있었지만"이라는 가요가
있었는데 그 노랫말에 마로니에가 나옵니다. 어쩐지 이국적인 느낌이 있고
마로니에 나무는 나에게 사랑과 꿈을 줄 것같은 그러한 막연한 기다림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기 손 같이 생긴 다섯 잎의 마로니에가 모양을
갖추고 화단 한 곳에서 솟아나 우리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새싹이 시간이 지나면서 잎이 무성해지고, 꽃을 피워
향기를 내고, 꽃이 진 후에는 한 여름 뙤약볕에 풍성한 그늘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풍요롭기만 합니다. 그때 다섯 개의 씨앗을 심었
지만 그 중에는 싹을 내지 못하고 흙 속에서 썩은 씨앗도 있었습니다.
많은 세월 제멋대로 굳어진 소나무가 정원수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불
필요한 가지를 잘라주고 다듬어 주면서 정원수로서의 모양으로 만들어져 가
야 합니다. 어쩌면 목회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번 부활절에도 새벽에 바다에 나가는 성도들과 농사를 짓는
성도들을 생각
하면서 새벽과 저녁에 기도회를 가지면서 부활의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그러
나 정작 보여야 할 부부 집사님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후에 이 지
역에서 연합으로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찬양을 드려야 하는데 성가대의 일원
인 집사님이 출석을 못했으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남편보다 늦게 교회 다니기 시작한 여 집사님은 성가대와 구역장으로 봉사
를 열심히 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끔씩 남편의 욕설과 구
타로 인하여 많은 상처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집사님이 마음 아파할 사
모님을 생각하니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울면서 전화를 해왔습니다. 항상 혼자
서 속 끓이며 내색하지 못했지만 이번 봄에 사위를 맞이한 일도 있고, 나이
들어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
만 나는 그 집사님에게 무어라고 위로의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참으라
고 하는 말도 이제 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부가 같이 배를 타고 고기를 잡아 생활도 넉넉한 편이지만 교회 봉사하는
일에는 늘 인색했습니다. 생활 속에서 하나님에게 드려지는 삶보다 욕심 때
문에 벌어지는 불의의
사건들 속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지 못하는 그
가정이 항상 위태위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가정을 포기할 수 없어서 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예수
님 안에서 한 지체이기 때문입니다.
여 집사님이 눈물 흘릴 때 예수님이 나 때문에 눈물흘리신 것처럼 나도 눈물
을 흘리며 그 가정의 성숙되지 못한 믿음을 보며 아파합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화되지 않고 외향적으로만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그러한 믿음이
변화되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성도들의 살림살이와 형편을 낱낱이 알 수 있고 숨겨지지 않은 일들이 때로
는 우리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할 때도 있습니다. 같은 날짜에 똑 같은 씨앗
을 심지만 싹이 트는 것도 있고 또 싹이 트였다고 해서 다 성장하는 것은 아
닐지라도 우리들은 모두 다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그 여 집사님의 부부가 새
싹의 티를 벗고 성장하여 믿음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주기를 기대하는 것입니
다.
오늘은 밖에 있는 남편을 내가 큰 소리로 불렀습니다. 너무나 신기한 것이
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책상 서랍에 사 놓았던 오래 된 연꽃 씨앗이 있었습

니다. 그 씨앗은 너무 딱딱하여 하루 정도 물에 불린 다음 한 쪽 끝을 잘라
내고 작은 병 속의 물에 담가 놓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그 딱딱한 껍
질에서 파란 싹이 보였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연 잎이 생길 것이고 그
러면 작은 병에서 조금 넓적한 그릇으로 옮겨야 할 것입니다.



성숙해서 자라기까지 돌봐줘야



아기 손 같은 마로니에 나무에 꽃이 피고 더위를 식혀줄 그늘이 생길 때까지
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하듯이 새 싹으로 내게 다가 온 성도들도 성장해서
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많은 시간이 흐른 뒤 함께 환하게 웃을 날을 기다립
니다.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552 |들꽃향기처럼| 천국에서 해같이 빛나리_윤순열 사모
편집부
4555 2011-02-23
551 |수 필| 제임스의 이야기_김영숙 사모
편집부
3779 2011-02-23
550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동성애자들에 대한 자세_최에스더 사모 (3)
편집부
4334 2010-12-22
549 |살구나무그늘아래서| 강제로 구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_추둘란 집사 (1)
편집부
4048 2010-12-15
548 |수 필| 눈물젖은 송이버섯_김영숙 사모
편집부
4990 2010-12-08
547 |하늘이슬로 쓴 편지| home, homeless_이영란 사모 (7)
편집부
4319 2010-10-13
546 |노트북을 열며| 조금만 강박증에서 벗어납시다_변세권 목사 (96)
편집부
5150 2010-10-13
545 |채석포에서 온 편지| 암흑의 3일 _김영자 사모 (18)
편집부
5216 2010-09-15
544 |수필| 추석이면 생각나는 이야기_김영숙 사모 (1)
편집부
4516 2010-09-15
543 |들꽃 향기처럼| “아 픔”_윤순열 사모
편집부
5037 2010-09-08
542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303가족캠프_최에스더 사모 (16)
편집부
6098 2010-08-18
541 |살구나무그늘아래서| 6년간의 영적 훈련, 그리고 <파브르 식물이야기>_추둘란 집사 (21)
편집부
4560 2010-08-03
540 |채석포에서 온 편지| 남편이 차려준 밥상_김영자 사모 (1)
편집부
4779 2010-07-21
539 |하늘이슬로 쓴 편지| 나의 고민, 나의 사랑_ 이영란 사모 (1)
편집부
4641 2010-07-07
538 |들꽃 향기처럼| 카페에서 남편과 함께_ 윤순열 사모
편집부
5233 2010-06-23
537 |살구나무그늘아래서| 트레이너이신 예수님_추둘란 집사 (1)
rpress
4500 2010-04-28
536 |들꽃 향기처럼| 바지의 수난_윤순열 사모
rpress
4929 2010-04-14
Selected |채석포에서 온 편지| 작은 화단의 아기 손 _김영자 사모 (1)
rpress
4853 2010-04-14
534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이 봄을 맞이하면서_최에스더 사모
rpress
4242 2010-03-17
533 |살구나무그늘아래서| 아가야! 열심 특심이 아니어도, 너니까 사랑한다
rpress
4632 2010-03-03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