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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4 (00:00:00)
바지의 수난

< 윤순열 사모 , 서문교회 >



“신체적 동질감 느끼는 유전인자 배치 신기해”



우리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입니다. 그런데
이 아들에게는 여자처럼 약간 큰 엉덩이 때문에 고등학교 3년 동안 수능 스
트레스에 플러스한 바지 스트레스까지 겪으며 3년을 보내야 했던 에피소드
가 있습니다.



엉덩이 부분
찢어지는 일 자주 겪어



얼마 전에는 학원에서 공부하고 밤 12시가 다되어 파김치가 되어 들어오면
서 “엄마, 나 바지가 또 찢어졌어요”라고 하면서 울상입니다. 바지를 보
니 얼마 전 세탁소에서 기워준 엉덩이 부분이 또 찢어져서 속에 입은 줄무
늬 팬티가 다 보이고 있었습니다. 알록달록 줄무늬 팬티가 다 보이는 찢어
진 바지를 입고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시간을 버스를 타고 집에 왔으니 아
들이 얼마나 난감했겠습니까.
아들은 울상이다 못해 짜증을 내면서 저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저는 제 엉
덩이 때문에 엄청
불만이에요. 멋있고 타이트한 청바지를 입으려고 하면 안
들어가고 교복은 툭하면 엉덩이가 찢어지고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아세요? 그
리고 제가 학교에서 별명이 뭔지 아세요? 오방이에요. 여자처럼 엉덩이가 크
다고 오리방뎅이의 줄임말 ‘오방’으로 통해요. 저도 남들처럼 엉덩이가 작
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옆에 있는 누나에게 말했습니다.
“누나 나 엉덩이 다이어트 좀 해야 할 까봐. 엉덩이하고 허벅지살만 빼는
다이어트는 없을까? 수술을 해서라도 엉덩이하고 허벅지 좀 줄여야겠어.”
아들은 유난히 큰 엉덩이 때문에 당하는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다 쏟아놓으
며 야단법석입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아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아들아, 네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아니? 바로 그 볼록 튀어나온 엉덩이
에서 나오는 것이야. 그 엉덩이가 작아져 버리면 너는 곧 힘이 없어져서 네
가 잘하는 운동 실력도 사라져 버리는 것이야. 삼손이 긴 머리털에서 힘이
나왔던 것처럼 네 운동 실력도 큰 엉덩이와 튼튼한 허벅지에서 나오는 것이
야. 그러니 감사한 줄 알아라.”
아들은 외모와는 다르게 힘이 굉장히 좋습니다. 달리기, 농구,
태권도 공인4
단, 팔씨름 등 못하는 운동이 없습니다. 처음에 학교에 입학했을 때 자기
반 아이들이 곱상하고 순하게 생긴 얼굴을 보고 아무 힘도 없는 줄 알고 시
비를 걸어와서 그걸 참느라고 무척 힘들었다고 하였습니다. 나중에 아들의
운동 실력과 태권도 실력을 알고 나서 감히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실세가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 찬 표정입니다. 아들은 얼굴이 다른 사람
들보다 작은 편에 속하는 동남아스타일의 곱상한 외모를 가졌습니다. 짙은
눈썹, 쌍꺼풀진 서글서글한 눈, 오똑한 코, 도톰한 입술 등이 작은 얼굴에
오목조목 질서정연하게 붙어있어서 보는 이들에게 호감을 주는 호감형 얼굴
입니다.
우리 부부외모와는 전혀 닮지 않은 모습에 사람들은 아들을 보고 신기해하
고 농담처럼 입양해 오지 않았느냐, 수입해오지 않았느냐 하면서 처음 보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합니다. 그러나 돌아가신 시아버님의 얼굴을 보면 한눈
에 허씨 가문임에 틀림없구나고 말 할 수밖에 없을 만큼 얼굴 부분은 시아버
님을 빼어 닮았습니다. 그리고 허스키한 목소리는 저희 남편을 닮았고 손은
저를 닮
아서 왼손잡이입니다. 어쩌면 유전인자가 그렇게 배치되었는지 신기
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그 유난스러운 엉덩이가 엄마인 저의 엉덩이를 쏙 빼
어 닮아서 그렇게 크게 생겼던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상체는 95사이즈인데 엉덩이 부분에 이르러는 100사이즈가 넘어서니 옷을 입
을 때마다 윗옷 부분은 날씬하게 쑥 빠지는데 아랫동네에 오면 큰 엉덩이 때
문에 쉽게 바지를 입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조금 넉넉한 사이즈로 입으면
괜찮으련만 조금이라도 날씬하게 보이려고 몸에 꽉 끼는 바지를 입으니 조금
만 세차게 움직여도 실밥이 터지고, 지퍼가 고장 나고, 엉덩이 부분이 찢어
지는 난리를 저도 수없이 겪으며 자라왔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을 아들도 똑
같이 겪고 있으니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말합니다. “아들아 조금 넉넉한 사이즈를 입으면 되지 않겠
니?” 그랬더니 아들은 “그러면 아저씨 바지 같잖아요” 그러면서 여전히
몸에 꽉 끼는 바지를 입고 조심조심 다니다가 얼마 못가서 엉덩이 부분이 찢
어지는 수난을 당하면서 제가 했던 것처럼 똑같이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며
저를 웃게 만듭니다
.



신체 닮은 아들 통해
옛 추억 되살려



제가 청소년기에 친정어머니에게 들었던 “얘 조금 넉넉한 사이즈로 입으면
안되겠니?” 했던 말씀을 듣지 않고 큰 엉덩이에다 작은 바지를 입고 수난
을 당했던 것처럼 우리 아들도 똑같은 엉덩이로 인한 바지수난을 당하며 학
교에 가곤 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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