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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명의 삶 속에서 피어난 꽃


김영자 사모, 채석포교회



“자식에 대한 부모 마음은 항상 미안함과 아린 마음뿐”


‘모라꼿’이라는 이름을 가진 태풍으로 며칠간 심한 폭우와 비바람으로 많
은 상흔을 남겼지만 오늘의 아침 햇살은 눈이 부신 또 다른 모습의 아침입니
다.

태풍 후에 찬란한 아침 맞이해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름에 휴가를 얻어 잃어 버
렸던 꿈을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자녀들에게 꿈과 추억을 실어 주기위해 여
행을 준비하고 떠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채석포 바닷가에서는 예년과 달리 15일 빠른 금어기를 맞이했습니다. 금어기
에는 어장이 쉬기 때문에 금전적인 어려움이 따르지만 한편으로는 어민들에
게는 휴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 황금같은 시간입니다.
어민들은 그동안 바다 일을 하면서 몸이 아팠지만 병원 갈 시간을 가질 수
없었는데 아픈 곳을 진단 받고 치료를 받기도 하고, 가을 바다에 나가기 위
해 그물
손질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특별한 목표를 세우고 노력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여름동안 운전 면허증을 취득한 50대의 젊은(?) 여자 집사님에게 격려를 했
더니 운전면허를 취득한 수줍은 미소 뒤에 숨겨진 자랑스러운 모습을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교회 뒤에 소나무 숲이 있는 산과, 앞으로 바닷가가 내다보이는 이곳에 여름
마다 많은 교회에서 수련회를 갖습니다. 우리나라의 문화와 생활수준이 향상
되어지는 모습들을 이곳에서도 느낄 수가 있습니다.
10여 년 전만 하여도 교인들이 모여서 예배드리고 며칠간 같이 생활할 수 있
는 장소만으로도 만족 했지만 이제는 에어컨에 온수가 기본 사양입니다. 만
족한 시설은 아니지만 지친 영혼들이 며칠간의 공동생활로 인하여 재충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며 남편과 나는 이곳에서 한 여름을 보내고 있습
니다.
금년 여름은 남편과 나에게 슬픈 추억이 될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 집에
는 여러 마리의 애완견이 있습니다. 동물을 몹시 사랑하는 사람으로 외관상
보여지는 남편의 인상 때문에 이들 모두가 다른 집에서 우리 집으로 거처를
옮겨온 것입니다.

울 아파트에서 주인과 같이 거주할 수가 없어서 우리 집에 맡겨진 ‘똘
이’가 있었습니다. 퍼그종이라 굳세게 보이는 모습과 이름과는 달리 암컷으
로 착하고 온순한 녀석이었습니다. 이곳으로 보내 질 때 동물병원 진료 카드
와 ‘똘이’가 사용하였던 치약과 칫솔, 그리고 샴프 등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인이 바뀐 이곳에서는 아파트 생활이 아니라 마당 한 쪽에 집을 만
들어 주고 그곳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자연과 더불어 기거하도록 했습니다.
오는 날부터 우리들이 외출해서 돌아오면 수문장이 되어 현관을 지키고 검
고 큰 눈은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측은지심을 일으키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녀석은 누구보다 아이들이 모이는 주일날을 기다렸습니다.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간식을 주고 난 부스러기라도 맛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우리들이
외출할 때면 차에 오르기까지 못 본체 하고 무관심속에 있는 것 같았으나 집
으로 돌아오는 우리를 현관에서 길게 누워서 기다리고 있던 ‘똘이’였습니
다.
그 ‘똘이’가 며칠 전부터 이상했습니다. 먹을 것이라면 콧소리까지 내고
숨을 헐떡거리며 좋아했는데 먹을 것을 보고도 시큰둥했습니다.
뜨겁게 햇볕
이 내리 쪼이는 한낮에 풀밭에 누워서 우리가 있는 사택을 바라보고 있었습
니다. 그날 저녁에 먹이를 주러 똘이 집에 다녀 온 남편이 “편히 가셨네”
하면서 울적해했습니다.
처음에 그 말이 무슨 말 인줄 몰랐었는데 똘이가 죽은 것이었습니다. 우리
와 같이 보낸 시간이 10년이었습니다. 우리가 이곳 채석포교회에 부임할 때
함께 왔던 녀석이 하필이면 남편의 생일날 저녁 시간에 고개를 묻고 얌전히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교회 뒷산 소나무 숲에 ‘똘이’를 묻고 온 남편과 나는 한 동안 말을 잃었
습니다. 친한 이웃을 잃은 것 같은 허전함이 몰려왔습니다. 말 못하는 짐승
이지만 우리와 정을 주고받은 시간들이 10년 세월이었으니 깊은 정이 들었
고 녀석의 빈 자리가 눈에 선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똘이’가 우리 곁에 있어서 즐거웠던 일들을 기억하며 허전
하고 슬픈 생각들은 엷어지게 되겠지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사랑하고 만나
고 헤어지면서 그렇게 추억은 하나하나 쌓여가나 봅니다.
잠시 동안 ‘똘이’로 인해 우울했던 시간들이 우리 집에 새 가족이 생겨서
쉽게 벗어 날 수가 있었습니다. 둘째 아들이
결혼을 해서 며느리를 가족의
일원으로 합류시켰습니다. 아들만 있는 나에게 둘째는 딸과 같은 자상함으
로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늦게 신학을 공부한 아버지 때문에 부모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에 많
은 것을 놓아 버리게 한 부모 마음은 항상 미안함과 아린마음뿐이었습니다.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누구나 자녀를 위한 기도가 있을 것입니다.
나의 기도 제목은 이러했습니다. 큰 아들을 위해서는 “다윗과 같이 하나님
말씀에 합당한 자”이기를 원했고, 둘째 아들은 “요셉과 같이 꿈을 가지고
다니엘과 같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아이”가 되기를 원하면서 기도 했습니
다.
자식은 장사의 수중의 화살 같다고 했습니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생
수 같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마르지 않고 물이 펑펑 솟아나는 그러한 샘물
일 것입니다.
둘째 며느리가 새 가족으로 아버지 집에 와서 같이 예배를 드리는 날, 감사
찬송으로 즐거워했습니다. 목회를 하는 부모님 때문에 많은 것들을 참으면
서 자기들 나름대로 고통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목회하는 부모님들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하는 큰 아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많이 성
장했구나 하는 생
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주위를 두루 살펴보니 걱정 했던 목회자 자녀들도
다 잘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장마의 비구름이 걷히고 뿌연 안개 속으로 살짝 얼굴을 내미는 햇살 속으로
고추잠자리가 맴돌고 있고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수많은 풀벌레 소리와 매
미의 합창이 마지막 여름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꽃 피워가길

나뭇가지 하나는 금방 부러지지만 나뭇가지를 여러 개 묶어 놓으면 누구라
도 함부로 부러뜨릴 수 없듯이 내 생명의 삶 속에서도 가족이라는 이름의 끈
으로 꽃을 피워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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