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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이별, 그리고 재회



< 김영자 사모, 채석포교회 >



“첫 목회지에서 뿌린 씨앗 아름다운 결실로 다가와”


겨우살이 준비와 한 장 밖에 남아 있지 않는 달력을 보며 지나간 세월의 흔
적들을 생각하면서 깊은 상념에 잠겨있을 때 전화 벨 소리가 울렸습니다. 전
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는 20여 년의 시간들이 지났지만 금방 알아들
을 수 있는 목소리였습니다.



20년만에 반가운 목소리 들려와



목소리의 주인공은 우리를 매우 사랑했지만 멀리 이사를 갔기 때문에 떠날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이 남는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여 집사님이었고 당시의
몇몇 여집사님들과 함께 사모님과 목사님이 계시는 곳에 방문하고 싶다는 내
용이었습니다.
마당에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니 기러기의 행렬이 보였습니다. 따뜻한 남쪽나
라로 가는 여정을 위해 제 식구들과 일행들끼리 한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기
러기 떼의 모습이 일사 분란한 국군장병의 분
열의식을 생각나게 합니다. 기
러기 떼들은 남쪽나라로 날아가지만 귀소본능이 있어 저희들이 살았던 우리
나라를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내 기억들을 더듬어 보려고 합니다.
남편은 늦은 나이에 신학을 하면서 신학교를 졸업하면 곧 바로 개척을 해야
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즈음에 한 선배로부터 사당동에 위치한 한 교
회를 소개하면서 가보라고 해서 주일 예배를 그곳에서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때 나는 남편과 두 아들의 학비와 생활을 돕기 위해 직장에 나가고 있었
을 때였습니다.

시간에 맞추어 그곳에 가보니 교인 몇 명이 모인 조그마한 상가 2층 교회였
습니다. 예배를 드리면서 남편에게 “이곳은 아니다”라고 내 의사를 전달하
면서 남편과 무언으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교회를 맡고 계신 목사님께서
광고 시간에 목사님 후임으로 오실 분을 소개한다면서 우리 부부를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너무나 황당했지만 말씀하신 목사님과 몇 명되지 않은 성도들 앞에서 엉거주
춤 우리 부부는 그렇게 첫 사역지인 교회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정해
진 사역지로 다음 날 떠나신 목사님께서는 바쁘셨겠지만, 아직
준비되어 있
지 않았던 남편과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소개한 성도들에 대한 신뢰의 문제
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때 그 시절은 아파트 재건축과 신도시가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방으
로 새 아파트 입주를 위해 떠나가고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성도들 몇 명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남편은 신학교를 졸업하
고 나름대로 뜨거운 열정으로 성도들과 교제를 나누며 사랑을 키워 나가면
서 제자 훈련과 전도를 열심히 하면서 목회자로서의 꿈을 하나씩 이루어나갔
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근방의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헐리면서 성도들은 신도시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였고 이사 오는 사람들은 드물었습니다. 그 성도들과
있을 때 강도사 인허와 목사 안수를 받기도 하고 40일 금식기도를 하면서 서
로에게 힘과 용기를 얻어 가는 듯싶었으나 철새처럼 그들은 하나 둘 떠나가
고 우리들에게 상처와 아픔만 남겼습니다.
아이들 학비와 생계를 위해 직장에 나갔던 나는 나름대로 성도들과 같이 하
지 못함에 늘 죄지은 것처럼 자책감에 시달리기도 했고, 사춘기를 겪고 있
는 큰 아들의 말없는 반항에 마음 아
프기도 했었습니다.
목회 생활을 하면서 헤어졌지만 가끔씩 목회의 첫사랑인 그들을 생각하면서
그들 중에는 행여나 남편의 강직한 말로 인해 상처받았을 사람도 있을 것이
라고도 생각하면서 준비되지 않은 시행착오였다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
습니다.

11월의 첫 토요일에 첫사랑이었던 그들이 이곳을 방문하겠다고 했을 때 내
마음은 묘했습니다. 목사 사모로서의 처음 가졌던 나의 첫사랑, 아니 그것
은 나의 첫사랑이 아니고 남편의 첫사랑이었습니다. 직장에 나갔던 사모였기
에 여자집사님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은 내가 아닌 남편이었으니까.......
이곳에서 같이 식사할 수 있는 곳을 예약하라고 했지만 그들에게 따뜻한 밥
상으로 맞이하고 싶었습니다. 만남의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주름진 나의 모습
이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으나 누구에게나 세월의 흔적은 있을 꺼라 생각하
며 귀한 음식들을 준비하였습니다.

각자 흩어진 곳에서 한곳에 모여 버스를 타고 태안 터미널에 도착하였고 시
간에 맞추어 남편이 마중을 나갔습니다. 조금 후에 낯익은 얼굴들의 모습을
다섯 명이나 볼 수 있었습니다. 준비해 놓은 맛있는 식사
를 하면서 마냥 즐
겁게 이야기 하는 얼굴에서 사랑과 기쁨들이 넘쳐났습니다.
그들에게 들은 놀라운 소식은 서로가 각자 흩어졌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 같이 했던 사람들 7명이 계속 만남을 유지하며 그 모임의 이름을 그때
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청목회’로 명명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이해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도 이야기했습니다.

내게 가장 큰 아픔으로 남아 있었던 “사모님은 멋 부리며 직장에 나가고 목
사님은 너무나 불쌍했다”라는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교회에서 자녀들의
학비와 목회자의 생활을 책임질 수 없고 물질적으로 비생산자인 목회자를 이
해하기보다는 직장에 나가는 사모가 미웠다고 했습니다.
20여 년 만에 만나서 그간의 아픈 마음도 풀고 다 나누지 못했던 사랑도 나
누었습니다. 이분들 중에는 남편에게 처음 세례를 받고 그 세례증서를 지금
껏 보관하고 계신 분도 있었고 각자 흩어진 교회에서 권사로 중직을 맡아 열
심히 봉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처음 전도해서 얻은 열매의 신자들이 20년이 지난 지금
도 그 신앙을 잃지 않고 잘 간직하고 있으니 목회
가 헛되지 않았음을 감사하
였습니다. 서로 울고 웃으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
을 서로가 이야기 하면서 기뻐하였습니다.



처음 목회 헛되지 않은 것 감사해



그들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시골집 굴뚝의 연기가 너무나 따뜻하
게 느껴지면서 항상 가슴 한 편에 아픔이 되어 떠올랐던 첫사랑 성도들의 얼
굴들이 기쁨의 얼굴들로 승화되는 것을 느끼면 마음껏 행복을 누려보았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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