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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5 (10:45:19)

매개물을 거두라

 

< 나종천 목사, 한사랑교회 >

 

 

“매개물이 있는 한 하나님은 작게 보이기 마련”

 

교수신문은 지난 2010년 사자성어를 ‘장두노미’(藏頭露尾)로 결정했다. 기던 타조가 급한 나머지 덤불 속에 머리만 숨긴 채 꼬리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이 말은, 이미 그 실상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진실을 감추려 하는 세태를 풍자하는 말이라 한다. 이 사자성어가 오늘 우리 조국 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든다.

 

예수님 당시 예루살렘 성전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마음속에 자신들의 신앙생활을 강화시켜주는 장소가 아니라 자신들을 통치하고 힘겹게 하는 장소로 그 의미가 굳어져갔다. 제사장들은 종교세, 인구세 등 막대한 세금을 백성들로부터 거두어들이는데 관심의 큰 부분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그들의 중요 정책 중 하나가 하나님과 백성들 사이에 매개물들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너희 백성들의 제사를 직접 받아 주시지 않으신다.” “우리 제사장들을 통해야만 한다.” “너희들이 제사용으로 밖에서 사온 비둘기는 인정할 수 없다.” “우리가 파는 비둘기라야 한다.” “너희들의 편의를 생각해서 흠 없는 비둘기만 성전에서 팔 테니, 편하게 성전에서 사서 그걸 바치면 된다.”

 

물론 그 값은 밖에서 사는 것보다 네 배 이상 비싼 것이었다. 돈도 미리 바꾸어 내야 했다. 이런 것들은 종교의 이름으로 백성들의 어깨를 누른 몇몇 예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 이렇듯 수많은 방식으로 백성들의 가는 허리를 조른 사람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시의 제사장들이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종교기구, 종교의식을 신비스럽게 보이도록 만들어 놓고 백성들의 의식속에서 그 조작된 신비가 깊이 침투에 들어가 백성들이 이를 마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도록 여러 가지 방법들을 고안했다.

 

이런 성전에 예수님이 들어가셔서 성전을 정결케 하셨다. 성전 정결 사건은 성전에서 상업 행위를 금지시킨 것만이 결코 아니다. 마가는 당시 모습을 “아무나 물건을 가지고 성전 안으로 지나다님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막 11: 16)라며 묘사하고 있다. 여기서 물건이란 제사용 물건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말씀이다.

 

즉 성전의 제사적 기능을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성전의 상업적, 경제적 기능을 중단시켰을 뿐 아니라 그 종교적 기능까지도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집은 그런 제사용 물건들의 사용 없이도 만민이 누구나 자유롭게 기도드릴 수 있는 집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그들에게 괴롬을 당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삶의 본래적인 의미와 참 신앙의 기회가 회복되고, 제공되는 사건이었다.

 

이 천년 전에 일어났던 이 이야기는 여전히 오늘날 우리에게도 깊은 의미가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어느 틈엔가 우리는 또 다시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많은 매개물들을 만들어 놓았다. 함께 모이는 행위 자체가 교회인데 ‘건물’이 교회인줄 알고 자꾸 건물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뿐만 아니라 종교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매개물들이 교회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모른다. 예수의 죽음과 함께 찢어졌던 그 커튼이 어느 틈엔가 슬슬 다시 꿰매어지기 시작한 종교 현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심정이 든다. 매개물이 있는 한 매개물만 크게 보일 뿐 하나님은 작게 보이거나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바라기는 오늘의 상업화되어 가고 있는 종교현실에서 매개물들이 중요하게 부각되려 할 때마다 더구나 그것이 교리의 이름으로 종교의 이름으로 우리와 하나님의 사이를 막으려할 때 그것들이 어떤 종류의 것이든 우리는 그것들을 단호하게 거부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인 구상 선생과 몇몇 사람들이 앉아서 식사를 할 때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 정말 세상이 온통 어둡습니다. 온통 흙탕물입니다. 이럴 때 크리스천들은 어떻게 살아야합니까?” 구상 선생님이 대답하시기를 “크리스천으로 맑은 물을 계속 흘러 보내어야합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또 물었다. “선생님, 온 세상이 흙탕물인데 크리스천이 물 몇 방울을 보낸다고 이 세상이 맑아지겠습니까?” 이 반론에 대한 구상 선생의 대답은 “그래도 크리스천은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세상이 악하다고 비관하거나 비판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로 진정 우리가 있는 그 자리에서부터 크리스천답게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하나님을 대신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우리 앞에 남겨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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