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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8 (00:00:00)
http://www.rpress.or.kr/files/sinhak/355jo.hwp열정과 냉정 (딤전 3:14-15)


조병수 교수/ 합신 신약신학


처음부터 생각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글에 묘미가 없다. 내용이 어떻
게 전개될 것인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글을 읽을 때 재미가 더해지는 법이다.
물론 글의 성격에 따라서 아예 머리부분에 말하려는 주제를 선명하게 걸어놓
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뭔가
잡힐 듯 말 듯한 내용이 흘러야 한다. 그때 글을 읽는 사람이 긴장감을 늦추
지 않고 꾸준히 따라온다.

사도 바울은 이 편지에서 꼭 중간쯤에 도달하면서 느닷없이 편지를 쓰는 목
적을 언급하고 있다. 언뜻 보면 이것은 정말 글 쓸 줄 모르는 사람의 작문이
겠거니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이것이야말로 잠시라도 이 편지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놀라운 기법이다.

사도 바울은 비로소 편지의 한 가운데서 글을 쓰는 목적을 적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 편지는 전반부와 후반부를 예리하게 나누는 현상을 보여준다. 다
시 말하자
면 편지의 앞과 뒤를 분리시키는 경계지점에서 편지를 쓰는 사도 바
울의 목적이 환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디모데에게 속히 가기를 바라는 중에
이 편지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만일에 자신의 방문이 지연되면 이 편지가 디모데에게 목회를
가르치는 지침서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런데 이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
면 여기에서 사도 바울의 뛰어난 신앙정신을 발견할 수가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외면적으로 드러난 편지의 목적보다도 그 아래 숨어있는 신앙정신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여기 언급된 편지목적은 이 편지에만 해당되는
것이지만 신앙정신은 이 편지 뿐 아니라 사도 바울의 모든 활동에 관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꽉 막힌 사람이 아니었다. 만일 누군가가 사도 바울을 주님을
섬기는 데 오직 한 가지 방법만을 고집하는 고집불통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굉장히 큰 오해이다. 그는 주님을 섬기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가기를 바라면서도 편지를
쓰고 있다. 이것은 사도 바울에게 있어서 사역의 다양성을 잘 보여
준다.

그는 사람을 찾아가야 할 때는 발을 사용하고, 편지를 보내야 할 때는 손
을 사용한다. 그는 경우에 따라서 발로 사람을 찾아갈 수도 있고 손으로 편지
를 쓸 수도 있다. 이것이 사도 바울의 신앙정신이다. 그는 한 가지 방법이 통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좌절해 버리는 그런 사람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는 한 가지 방법이 막히면 다른 방법을 찾는 사람이다. 발이 아니면 손으로!
신앙이란 길이 막힌 듯이 보이는 자리에서 새로운 길을 여는 힘이다. 이렇게
사도 바울은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은사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주님을 섬겼
다.

사도 바울의 영혼에는 불같이 타오르는 열정이 있다. 그가 디모데에게 가기
를 바라는 중에도 편지를 쓰는 것은 바로 이 열정이 그를 강권하고 있기 때문
이다. 사도 바울은 주님을 위하여 언제나 적극적이다. 그는 선한 경우로는 절
대로 만족하지 않는다. 사도 바울은 최선이 아니면 주님을 위한 섬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선은 최선의 적이다. 이것이 사도 바울의 신앙정신
이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가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것
은 선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가기를
희망하는 중에도 편지를 쓰는 또 다른 시도를 첨가한다. 그것이 최선이기 때
문이다. 이렇게 사도 바울은 주님을 섬기는 데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적극성을 보여주었다.

뜨거움과 더불어 냉정함은 사도 바울에게서 나타나는 신앙정신의 중요한 국
면이다. 사도 바울은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다. 그가 디모데에게 이 편지를 쓰
는 것은 방문이 지연될 때 디모데가 해야 할 일을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그
는 차분하게 방문이 지연될 가능성을 예상하였고 그럴 경우에 디모데가 어떻
게 대처해야 할지 설명해주는 이성을 발휘하였다. 사도 바울은 현실적인 상황
을 주시하지 못할 정도로 열정주의에 빠진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주님을
섬기는 것은 열정만으로는 안되고 반드시 이성이 동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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