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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30 (00:00:00)

<수 필>



김금희 집사_충만교회



소설 ‘태백산맥’에 흠뻑 빠져있던 대학 1학년 여름, 나는 아버지와 함께
지리산에 다녀왔다. 그 날의 경험은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들을 만날 때마다
선명한 기억으로 되살아난다.

아버지 따라 노고단 아침 맞이해

밤기차를 타고 구례에 떨어져 새벽 4시부터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칠흑같
은 어둠에 묻힌 우리는 어디가 오르막길이고 내리막길인지 구분하기 어려웠
고 한 걸음도 나아가기가 두려웠다. 하지만 거기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앞
서가시는 아버지를 더듬으며 길을 따라 걷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걷다가 안
개 속인지 구름 속인지 분간할 수 없는 꿈결같이 아름다운 노고단의 아침을
맞이했었다.
3년 전, 학교를 옮기면서 나의 오랜 숙원이었던 학업을 시작했다. 새로 옮
긴 직장은 내가 어느 덧 중견의 나이에 접어들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고,
그에 합당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내 자녀가 학교에 들
어가게 되면서 돌보아야 할
가정사는 더욱 늘어났다.
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형설을 밝혀 공부하는 생활이 그렇게 내가 바라던
것만큼이나 열정적이지도, 낭만적이지도 않았다. 그저 알 수 없는 캄캄한 길
을 더듬어 찾았던 그 해 여름처럼 막막하고 두려웠으며, 늦은 밤 잠자리는
돌베개를 베고 자는 것처럼 고단했다. 넓은 지식의 바다에서 문맹자와 같은
나의 처지를 깨달을 때는 참담하였다. 고단했던 근자의 3년 간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향한 나의 마음이 한결같도록 지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하나님께 감사의 고백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직장과 학업과
가정의 모든 일들이 나의 능력에 과분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잘 해내기 위해
서 어떻게든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금요 기도는 일주일간 숨 가쁘게
달리던 나를 멈춰 세우고 내 주변의 일들을 하나님 앞에서 다시 생각하게 하
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하나님의 뜻과 이웃을 위해 중보 기도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다
른 기도 때문에 나를 위한 기도를 잊게 되어도, 또한 내가 스스로 조바심 내
어 취하지 않아도, 하나님께서는 나의 필요에 맞게 때에 따라 채워주시는 것
들을 발견하
게 되었다.

나의 갈 길 인도해주시는 하나님

어려운 고비마다 기도하면서 이제 겨우 학업을 마치게 되었다. 캄캄하고 막
막한 길을 더듬으며 나의 앞에 먼저 가시던 아버지만 믿고 따라갔던 그 여름
의 일은 내 평생의 복선이자 이루어야할 과업이 되었다. 앞으로 가야 할 알
수 없는 내 인생의 여정 속에서 흔들림 없이 한결같이 아버지를 따라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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