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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수상>



내 어릴 적에 불렀던 ‘예수 사랑하심은’

이은국 목사_용연교회



“주님 향한 처음 사랑 결코 변하지 않아”

병원에 한 번 가 볼 수 있도록 차량 지원을 부탁해 왔다는 소식이 닿았다.
불신 가정이면서도 용기를 내서 교회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며칠동안 말이
어눌해 지고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몸져누운 남편을 보살펴 온 최할머
니가 반색하며 나를 맞이해 주었다.

최할머니의 어려운 부탁 받게 돼

스스로 가눌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진 몸을 겨우 부축해서 앉히고 나서는 한
층 더 어려운 부탁을 건네 왔다. “목사님!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슴니더!
어떻게 좀 도와주이소!”라며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몇 마디 들어보니 딱
한 형편이라서 어느 병원에서부터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지도 모르니 목사님
이 좀 도와주시면 좋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태워드리기만 하면 되는 그런 부
탁인줄로 알았다가 그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뒤 늦게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탁을 받은 나 역시 돈도 없고 뾰족한 수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부랴부랴 찾아 간 곳은 겨우 알고 지내 온 인근의 노인병원으로 가서 원장한
테 들이밀듯 사정이나 해 보자는 계산이 떠올랐다. 어떻게든 도와 드려야겠
다는 마음 하나로 어렵사리 병원을 찾았으나 오늘따라 원장은 출타중이란
다. 부탁도 제대로 못해 본 체 별 도리가 없었다.
겨우 사정을 해서 다른 한 의사를 통해 간단한 진료를 받아 소견을 들어 볼
수 있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뇌경색에 의한 구강주변의 마비 현상으로 음
식물을 삼킬 수 없으며 보다 중한 상태로 진행될 수도 있으니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가보는 것이 좋겠다”는 말이었다.
환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와 시늉을 하면서 그냥 집으로 돌아갈 것을 요
구하는 듯 했다. 기왕지사 시작된 걸음이니 일반병원으로 가 보기나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가서 응급진료를 해 본 결과 뇌경색으로 확인되었고
곧장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술 전에 비용을 지불해야 만
이 진료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저 발을 동동 구르며 함께 한 가
족은 환자를 휠체어에 앉혀 둔 채 돈을 구
하러 어디론가 자리를 뜨고 나 또한 이렇게 어려운 사람을 교회가 한 번 도
와야 할텐데 어쩌나 하는 생각과 마음뿐 아무것도 더 이상 해 드릴 수가 없
었다. 이 날 그들과 함께 한 시간동안에 나는 마치 죄 지은 듯한 심정이 되
었고 그저 안타까움으로 가득한 가슴을 매만지며 패자의 발걸음으로 돌아서
야만 했다.

이 일을 겪은 후 몇 차례 마을 이장에게 부탁을 해서 이렇게 어려운 가정이
있으니 도와 주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얘기를 드렸지만 그 집은 도시에 사는
아들 하나가 사는 형편이 괜찮아 도움을 줄 수가 없다는 답변 밖에 없었다.
교회를 비롯한 몇몇 단체를 통해 다만 간헐적인 도움의 손길이 하나 둘 이어
졌을 뿐 그 어려움은 계속되었다.
아마 서너 달 지났을 무렵이다.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오시게 되었고 그 때
부터 최할머니는 뜻밖에 교회에 다니겠노라며 첫발을 내딛었다. 주일낮과 밤
시간은 물론 최할머니의 열심은 놀랍게도 수요일 밤과 새벽기도회까지 이어
졌다. 시간마다 꼬박 꼬박 출석을 하면서 짧은 기간 동안에 함께 하는 교인
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은혜로운 나날이 계속되어 오던 어느 날 “할머니가 쓰러졌슴니더!” 누군가
로부터 다급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개인적으로 자유롭
게 기도하는 시간에 최할머니가 그만 졸도하는 일이 벌어졌다. 어느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사건으로 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119를 부릅시다!” “우
짜겠노!” “이제 더 이상 늦은 것 같아요...”
조용했던 기도회 시간은 금방 어수선하고 초조한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갑
작스레 일어난 일로 어찌할 줄을 몰랐다. 다만 할머니의 두 손을 꼭 붙잡고
아무 말 없이 기도할 뿐이었다. “주님, 결코 주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이 없
으시기를...” 이 한가지 간절한 기도뿐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최할머니
는 정신을 회복하셨고 비로소 성도들의 죄여든 가슴이 트이고 온갖 두려움
은 사라지게 되었다.
어찌된 일이었을까? 최할머니는 그 날 새벽 감기몸살로 인해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기에 어렵고 몹시 힘겨워 하신 것이었다.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
고 여전히 주님 앞에 나와서 힘껏 견디다 견디다 정신을 잃고 그만 쓰러지
고 말았다며 되레 송구스러워 하면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어쩔
줄 몰라 하셨
다.
아- 하! 주님을 향한 처음사랑이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많은 성도들에게 좋
은 본보기가 되었다. “목사님, 이상하게도 새벽기도 시간이 되면 잠에서 깨
어나고, 내 맘속에서 얼마나 기쁨이 넘쳤든지...... 이번 일로 생긴 어지러
움증이 가시면 곧장 교회로 달려갈 것입니더!”
약을 타 먹기도 힘들고 차편을 이용하는 일 마저도 쉽지 않은 최할머니, 수
술 후 주사바늘을 통해 음식물을 공급받아야 하는 남편을 두고 살아가는 힘
겨운 가운데서도 오히려 최할머니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셨다. “지금까지
네 번 제사를 지내왔으나 이제부터는 하나님께 예배드림으로써 모든 것을 새
로 시작하렵니더!”
어떻게 그런 어려운 결정을 내리시게 되셨느냐는 물음에 환히 웃으시며
“내 어릴 적에 불렀던 찬송 때문입니더!”라는 전혀 예상을 초월한 답변을
내 놓으셨다.
할렐루야! 칠십여 년 동안 마음속에 묻혀서 갇혀야만 했던 그 고백이 고난
의 풍파를 통해서 다시금 주님 앞으로 나아올 수 있게 하셨고, 이제 그 입으
로 주를 시인하며 새롭게 주님을 만날 수 있게 하신 성령의 역사하심을 감
사 드릴뿐이다.


십 년 가슴에 묻었던 찬송 불러

“예수 사랑하심은 거룩하신 말일세 우리들은 약하나 예수 권세 많도다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그 날 최할머니의 집에서 울려 퍼진 눈물어
린 고백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감동적이고 복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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