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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신앙> 

폭설의 산맥에서 체험한 이웃 사랑

 

< 이재홍 목사_ 모항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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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경에 처한 우리를 두 번씩이나 도와 준 누군지도 모르는 그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다 1992년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미 동부 뉴저지 주에서 1년을 살고 서부 로스앤젤레스로 이사를 했다. 19933월 중순쯤 동부에서 서부로 자동차를 타고 대륙횡단을 한 이사 길이었다. 도중에 버지니아 주의 셰넌도어 산맥에 있는 관광 명소 루레이 석회암 동굴에 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산맥을 넘어가는데 예상치 못하게 1m 넘는 폭설이 내렸다. 거대한 산을 넘어가려다 눈 속에 갇혀 다시 돌아 갈 수도 없었기에 조심조심 진행하면서 내리막길로 차를 운전했다. 눈길이 얼어붙어 그토록 조심했는데도 끝내 차가 미끄러지더니 내리막길 우측 눈이 많이 쌓인 곳에 처박히고 말았다.


   눈은 계속되고 차량 통행도 드문 깊은 산길이었다. 많이 기다리던 중 멀리서 차량 한 대가 다가왔다. 눈구덩이에 빠진 우리 차를 보고 멈추더니 백인 남자의 가족이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차에서 삽과 도구를 꺼내어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한참을 치우더니 차에 줄을 연결하여 눈 속에 박힌 차를 빼내 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일이 그리 쉽진 않았다. 그래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오랫동안 시도했다. 마침내 차가 눈 속에서 간신히 빠져 나왔다. 무척이나 감사했다.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미국 땅 인적 없는 폭설의 산속에서 옴짝달싹도 못했을 텐데 말할 수 없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들은 당연히 할 일을 했다며 그들의 길을 다시 갔다. 우리도 한숨을 돌리고 목적지인 루레이 동굴을 향해 출발했다.


   그 당시 미국 동부지역은 갑자기 폭설이 내려서 가는 곳마다 눈으로 덮여 있었다.

조심조심 목적지를 향하다가 루레이 동굴 근처에서 또다시 차가 미끄러져 눈 속에 빠져버렸다. 3월이라 애초에 눈을 대비한 도구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탓이었다. 이번엔 더 큰 일이 났다. 계속된 눈으로 인해 드물게 오가는 차마저 거의 기대할 수 없었다.


   한참을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기적처럼 차 한 대가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까 도움을 주었던 바로 그 차가 아닌가? 일을 보고 돌아오던 길인 것 같았다. 그들은 우리를 보더니 온 가족이 또 차에서 내려 싫은 기색도 없이 눈을 치웠다. 그리고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줄을 연결해 눈 속에 박힌 차를 다시 빼내 주었다. 사랑과 희생의 마음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같은 상황으로 두 번째 도움을 받고 우리는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은혜의 주님께서 그들을 보내주신 것이 분명했다.


   그때 절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 바로 이웃 사랑의 의미이다. 성경에 가장 큰 계명은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라 했다. 그러므로 이웃 사랑을 몸으로 실천해야겠다는 마음이 새삼 들었다.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5:16)고 했다. 이웃사랑은 구체적인 착한 행실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한다.


   해마다 주민 초청 잔치를 한다. 지역 주민을 품고 기도하며 섬기고 복음을 전하는 행사이다. 이 과정에서 매번 느끼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웃을 위해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착한 행실을 보여줘야겠다는 것이다. 이웃을 이해하고 돕고 고통을 함께 극복해가는 것이 이웃 사랑의 실천일 것이다.


   폭설의 산맥에서 곤경에 처한 우리를 두 번씩이나 도와 준 누군지도 모르는 그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감사와 감동이 밀려온다. 우리도 곤경에 처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랑을 실천한다면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진정한 이웃이 되어 오랜 감동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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