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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4 (18:42:35)

쓸개도 없고 속도 없는 아내

 

< 이은상 목사, 동락교회 >

 

 

“말만 앞세우는 사랑은 도리어 아내의 마음 힘들게 할 수 있어”

 

 

제 아내는 목사인 남편을 두었습니다. 7년 전 제가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개척교회를 시작할 때 룻처럼 순종으로 따라나선 여자입니다.

 

온갖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목회자의 아내가 된 것입니다.

 

제 아내는 ‘목사 아내는 남편이 없다’는 말처럼 남편에게 말로만 사랑받고 실제로는 별로 관심 받지 못해 사랑결핍증이 약간 있는 연약한 사모입니다. 그럼에도 여느 개척교회 사모처럼 교회의 요구대로 겉모습은 선머슴처럼 힘이 세고 팔뚝도 굵습니다.

 

또한 성도들에게 화려하지도 초라하지도 않게 보이려고 화장대 앞에 좀 오래앉아 있는 중년여인입니다. 교인들의 바람에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할 말이 많아도 침묵으로 꿀꺽하기를 잘하고 가정에 고난이 와도 실실 잘 웃습니다.

 

그리고 제 아내는 남다른 점이 있는데 그것은 속도 없고 쓸개가 빠진 여자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제 아내는 세 달 전 위암 판정을 받고 위와 주변 임파선과 쓸개 절제수술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그때부터 제 아내는 저에게 소갈머리 없는 여자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합니다. 그래도 저는 제 아내가 행복하다고 확신합니다. 그 이유는요?

 

스트레스로 속 썩일 일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하하! 속이 없으니까요. 사모의 자리는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자리입니다. 특히 현대사회의 목회자 사모는 정확한 정체성도 부여받지 못한 채 여러 가지 역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먼저 과거로부터 전통적인 사모상을 요구받습니다. 가령 사모는 언제나 따뜻하고 언제나 웃는 얼굴이어야 하며 사모는 자랑도, 실수도 없어야 합니다. 사모는 수수한 옷차림에 무던한 성격이어야 하며 부지런해야하고 미덕이 많아야 합니다.

 

또한 사모는 현대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과거와 또 다른 사모상을 요구받습니다. 가령 사모는 돈도 있어야 하고 재치도 만점 모든 일에 능한 슈퍼우먼이어야 합니다. 전도도 잘해야 하고 한명의 교인도 놓치지 않도록 구역도 잘 돌봐야 하고 설거지도 깨끗이 해야 하고 음식도 맛깔스러워야 하며 인테리어에도 눈썰미가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과거와 현대 사이의 이중적 사모역할은 사모로 하여금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할 것입니다. 이런 중압감을 밖으로 표현할 수 없으니 소화불량이 걸려도 몇 번 걸려야 하겠죠? 그러나 저의 아내는 속이 없으니 소화불량도 없을 겁니다.

 

저의 아내가 행복한 이유는 남편의 사랑을 진짜 받기 때문입니다.

 

목사들은 말을 잘하기 때문에 아내를 사랑하는 방법도 말로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내에게 말로만 사랑할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저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안 됩니다. 왜냐하면 저의 아내는 환자이기 때문에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설거지 하느라 얼마나 힘드냐’고 말하면 안 되고 설거지를 해줘야 합니다. ‘배가 얼마나 고프냐’라고 말로하면 안되고 죽이든 밥이든 끓여줘야 합니다. 물론 생각만 해줘도 얼마나 좋겠냐고 하는 남편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 사랑’은 성도들로부터 너무 많이 받아 와서 이제는 지겹기까지 합니다.

 

사모는 약자입니다. 그러므로 사모에게 정말 필요한 위로는 생각도 아니고 말도 아니고 행동입니다. 병든 자에게나 가난한 자에게는 립서비스가 소용없습니다(약2:16). 아니 말만 앞세우는 것은 도리어 마음을 힘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만 해놓고 실제로 행동한 것처럼 착각하는 남편은 사모에게 큰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저의 아내는 저의 행동사랑을 받고 살아가기에, 헌심(獻心)이 아닌 헌신(獻身)을 받기 때문에 아마 지난날보다 행복할겁니다.

 

이 땅에, 지구촌 구석구석에 땀 흘리며 사모자리를 지키는 여인들에게 사모곡을 불러 보겠습니다.

 

속없는 여자들이여, 쓸개 빼고 사는 사모님들이여 힘을 내세요 힘을 내세요 우리 주님이 아시잖아요.

 

성경구절이 생각납니다. 우리의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한 부분을 알고 계십니다. 이 땅에 계실 때 그분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시험을 받으셨습니다(히 4:15).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목회자 아내들이여! 주께서 다 아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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