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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6 (19:23:12)

긍휼로 여는 아침

 

< 김수환 목사, 군포예손교회 >

 

“하나님의 긍휼 없이 한순간도 살 수 없어”

 

 

퇴직한 어느 친구가 얼굴이 시퍼렇게 멍이 든 모습으로 모임에 나타났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친구들의 다그침에 어렵게 입을 열었다. 며칠 전 새벽 잠자리에서 눈을 뜨고 기상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부인이 나타나서 “왜 죽지 않고 눈을 떴느냐?”고 화를 내면서 얼굴을 때렸다는 것이다.

 

평생 일밖에 모르고 가부장적 권위주의자로만 살아왔던 남편들이 퇴직 후 가정에서 겪게 되는 일화들을 풍자해서 만든, 일명 삼식(三食) 시리즈 버전 중 하나이다. 젊은 날 애틋한 사랑의 추억들을 예금해 두지 않고, 간 크게 살아가는 남편들께서는 조만간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치밀한 기상작전이라도 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 새벽예배를 위하여 일어나다가 문득 부인에게 얼굴을 맞았다는 그 남편의 이야기가 떠오르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눈을 떠도 괜찮은 사람인가......?”

 

그러고 보니 아무에게도 자신이 없다. 가족들 앞에도, 교인들 앞에도 미안하고 부끄러움뿐이다. 하나님 앞에 너무 송구스럽고, 내 자신에게 마저도 너무 한심스러워 잠시 눈을 감은채로 있었다.

 

기회를 놓칠세라 마귀는 죄책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내 생각에 틈타고 들어와 “그러고도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고, 그러니까 목회가 그 모양이지” 하면서 마지막 남은 몇 방울의 의욕마저 무력화 시켜 버리고 만다.

 

이내 마음이 바윗돌처럼 무거워 진다. 그리고 그 무거운 감정은 이내, 남은 인생과 목회에 대한 부정적인 회의로 급속히 번져간다. 나도 모르게 깊은 한 숨이 터져 나왔다. 바로 그때 예상치 않았던 주님의 말씀이 내 영혼의 귓전을 때린다.

 

“여호와의 자비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 함이니이다. 이것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이 크도소이다”(애가 3:22-23).

 

그렇다. 우리는 여호와의 긍휼이 없이는 단 하루도 눈을 뜰 수도 없다. 아니, 떠서도 아니 되리라. 그냥 눈을 감은채로 생을 끝낼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리가 눈을 뜨고, 오늘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무궁한 여호와의 긍휼 덕분이다. 무궁한 여호와의 긍휼과 자비가 나의 연약과 수치와 죄악을 다 덮어 주시기 때문이다. 여호와의 긍휼의 이불은 나의 모든 실수와 죄악까지도 다 덮고도 남을 만큼 아주 길고 넓은 것이다.

 

나는 믿음으로 눈을 떴다. 양쪽 눈가에는 이미 굵은 이슬방울들로 촉촉이 젖어 있었다. 오래된 체증이 내려간 듯 가슴이 시원해져 왔다. 교회를 향해 걸어가는 발걸음이 더 가볍고 빠르게 느껴졌다.

 

우리는 어제 하루 동안도 떳떳할 만큼 거룩한 삶을 살지 못한다. 그리고 그러한 삶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든다. 꿈속에서 조차도 죄를 짓고, 불순종하며 우리의 욕심대로 산다. 그럼에도 그 다음 날 아침에 변함없이 눈을 뜬다.

 

우리가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너무나 특별하고, 과분한 일이다. 실로 무궁한 여호와의 긍휼과 자비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 매일 아침마다 반복된다.

 

만일 여호와께서 단 하루라도 실수해서 긍휼과 자비를 거르시는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애굽의 장자 재앙 때와 같이 거대한 죽음의 바다가 될 것이요, 정전 때와 같이 우리의 모든 삶이 일시에 멈춰 버리는 비상사태가 발생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성실하신 하나님은 단 하루아침도 실수하지 않고 우리에게 긍휼과 자비를 베푸신다.

 

우리는 하나님의 긍휼 없이는 한 순간도 살아갈 수가 없다. 밥을 먹는 일도,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는 일도, 운전하는 일도, 책을 보는 일도 하나님의 긍휼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직 자기 의로써 하나님의 긍휼이 필요 없는 사람처럼 살아간다. 하나님의 긍휼은 약하고 실수 할 때 뿐 만이 아니라, 강하고 성공할 때에도 필요하다. 우리가 약할 때는 낙심하고 좌절해서 문제지만, 강하고 성공할 때는 우쭐대고 교만해서 넘어진다(잠 18:12).

 

우리 인간은 약하면 약한 대로, 강하면 강한대로 문제요, 시험거리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 동안도 열등과 우월, 교만과 낙심의 경계선을 수도 없이 넘나든다. 따라서 삶의 근간을 우리 자신에게 두고 살아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자신을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하심에 두게 될 때, 교만하거나 낙심하지 않고 겸손하며 담대하게 살아갈 수 있다. 과연 하나님의 긍휼만큼 우리를 소망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예레미야는 절대 절명의 위기에 처한 이스라엘의 유일한 소망은 오직 무궁한 여호와의 자비와 긍휼이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 은총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매일 아침마다 새롭다고 하였다. 오늘날 우리의 소망 역시도 무궁한 주님의 긍휼뿐이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애를 써도 우리는 여전히 유한한 인간이요, 별 수 없는 죄인들이다. 주님의 긍휼이 없이는 매일 아침 눈을 뜰 수도 없고, 순간도 버틸 수 없는 존재들이다.

 

나는 오늘 아침도 여호와의 긍휼로 눈을 뜨고, 하루를 연다. 그리고 그 긍휼로 나와 가족과 교인들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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