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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9 (19:58:27)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을 알았네

 

< 임애랑 사모, 제주 동산위의교회 >

 

 

“하나님은 내가 사람을 의지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불쌍히 여기셨습니다”

 

 

첫째 날 - 난소혹 수술

 

수술하러 간다는 생각이 안 든다. 감기 앓아 주사 맞으러 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마침 언니도 휴가를 내어 함께 해주셨다. 수술준비 소리가 귀에 들려온다. 수술도구들의 철커덕거리는 소리, 분주히 움직이는 간호사들의 소리를 들으니 조금 긴장이 된다. 그래도 감사하다. 염려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게 되어서 이 모든 것이 성령님의 은혜이다.

 

마취과 선생님이 오셨다. ‘마취 들어갑니다. 같이 새세요.’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 그 다음은 모른다. 마취가 깨고 ‘아이고 배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 머리, 목도 아프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산소 호흡기가 동원되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셔요. 크게 쉬세요.’ 간호사 선생님의 소리가 들린다.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그래도 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첫째 날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작은 언니가 어머니처럼 보듬어 줬다. 내 마음을 읽어주고 고통을 함께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셋째 날 - 한심한 간병인

 

나름대로 열심히 도와준다. 휴가 온 건지 병원에 간호하러 온 건지 도서관에 온 건지 할 일이 너무 많은 남자. 자기 코가 석자다보니 환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가 보다. 제자훈련 양육준비, 설교준비, 전화심방 바쁘다 바빠. 링거수액이 다 들어가서 피가 10cm까지 올라와도 보이지 않는 남정네. 한 가지 일에 빠지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하나님의 설계상 그렇게 한다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하다.

 

여자의 마음은 옆에 찰싹 붙어서 모든 것을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인데 이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렇게 될 수도 할 수도 없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자. ‘야, 이 남정네야 정신 좀 차리고 니 각시 잘 봐.’ 그래도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청소하고 밥챙겨주고 씻겨주고.

 

밤에 화장실 가야되는데 자는 사람을 깨울 수도 없고 나 혼자 하려니 힘들다. 둘째 날 밤에 네 번씩이나 혼자 낑낑대며 화장실에 드나들었다. 한 번도 깨지 않는 무심한 남자. 드르렁드르렁 맛있게 잘도 잔다. 차마 깨울 수가 없었다. 수술부위가 너무 아프다. 옆으로 뒤척이며 혼자 잘도 잔다. 그래도 한심한 간병인이라도 옆에 있으니 감사하고 다행이다.

 

다섯째 날 - 조기퇴원

 

집에 일찍 간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왜 일찍 가냐고 주변 사람들은 성화이다.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링거를 맞는 것도 아니고 주는 약, 주는 밥만 먹는 시간이 지루하다. 하루라도 빨리 집에 갈 수 있어서 좋다. 교우들이 근심어린 눈으로 들어온다. ‘고생하셨어요. 아프셨죠.’ 기도해주고 걱정해줘서 너무 고맙다.

 

퇴원하는 나를 두고 성도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슈퍼우먼처럼 참지 못하고 일을 해버릴 것이라고, 색안경을 써서 더러운 것 아무것도 보지마시라고 한다. 걱정하는 것은 좋지만 기분은 안 좋다. 옆에 있던 집사님 왈 ‘아픈 사람이 알아서 하실 건데 뭔 걱정 이예요.’ 그 말이 위로가 된다.

 

성도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나는 막무가내로 일만했다. 나의 속사정은 아무도 모른다. 그대들이 하지 않으니 아파도 아픈 내색하지 않고 할뿐이다. 성도들은 나를 홍길동, 슈퍼우먼이라고 표현한다. ‘나도 그대들과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편하게 앉아 있고 싶다오. 그대들이 하지 않으니 내가 하는 것이오.’

 

나에게는 늘 교회를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다보니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화장실, 마당, 교회, 식당입구, 텃밭 등 일하는 나의 모습이 부담스러운가보다. 그러나 나는 아랑곳 하지 않을 것이다. 내 집도 아닌 주님의 집을 아름답게 하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지.

 

과정, 방법적인 것이 불편하고 못마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해야할 과제가 아닌가. 누구 때문에 일을 하고 못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내가 주님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지 성도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어떠한 말을 할지라도 잘 골라듣고 내 소신껏 할 것이다. 이제는 이런 것들 때문에 아파하지 않을 것이다. 늘 나만 손해였다. 나의 영과 육이 망가졌다.

 

돌이켜보면 난소에 혹이 생긴 것도 3-4년 전부터이다. 과다 생리와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었다. 내 자신을 늘 외롭게 두고 나도 모르게 나를 학대한 것이다. 자책감, 원망, 감사하지 못하는 삶, 주님을 바라보기보다는 사람을 바라봤던 모습, 주님이 나를 어떻게 볼까보다는 성도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내 안에 깔려있었다.

 

모든 것을 치유하신 하나님

 

하나님은 이것들을 깨닫게 하기위해서 아픔을 주셨다. 사람을 의지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던 것이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자에게는 사람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데 나의 영혼에 병이 들어 이것을 치유하시기를 원하셨다. ‘나의 영과 육을 치료하여 주심을 감사합니다. 내가 누구를 두려워 하리요, 살아계셔서 역사하시는 주님만 두려워 할 뿐입니다.’

 

내 속에 역사하는 두려움은 떠나갔다. 질병도 떠나갔다.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을 알았습니다. 예수님이 나를 사랑하심을 알았습니다.’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예수 사랑하심 찬송을 주시며 위로해 주셨다.

 

퇴원과 동시에 나의 묶은 것을 청산하시기를 원하시는 주님.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살 것이다. 건강하게 주님의 일을 하다가 집에서 편안하게 쉬는 것처럼 자다가 주님께서 돌아갈 것이다.

 

여러 목사님과 사모님들이 찾아오셨다. 함께 아파해주는 동역자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입원을 통해서 사랑을 받게 해주셨다. 사랑하는 남편으로부터 시작해 가족, 성도, 동역자들로부터 혼자가 아니라 함께 라는 것을 알게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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