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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6 (19:26:31)

어머니, 꽃구경 가요

 

< 남춘길 권사, 남포교회, 크리스찬문인협회 회원 >

 

 

“잠들듯이 하나님 나라로 가는 것이 노년 모두의 간절한 소망”

 

 

얼마 전 장사익씨가 부르는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노래는 들을 적마다 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별히 그날 들은 "어머니, 꽃구경 가요"라는 제목의 노래는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차오르는 뭉클함이 있었다. 먼저는 곡을 넣어 불렀고 나중에는 가사를 시 낭송으로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꽃들이 만개한 어느 봄날 아들은 노모에게 꽃구경 가자고 권했다. 가랑잎처럼 바싹 여윈 노모를 등에 업으니 깃털처럼 너무 가벼워 아들은 가슴이 아팠다. 산에는 진달래, 철쭉, 개나리, 산수유며 이름 모를 들꽃들이 꽃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꽃에 취하고, 봄바람에 취하고 아들은 잠깐 슬픔을 잊었었다.

 

연분홍빛 철쭉이 구름 떼처럼 피어있는 산속은 이 세상이 아니고 낙원 같았다.

 

“어머니. 꽃좀 보세요.”

 

아들의 목소리에 잠든 줄 알았던 어머니가 답했다.

 

“쉬엄쉬엄 가거라, 다리 아프겠다.”

 

노모의 가느다란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아들의 가슴은 찢어졌다.

 

끝없이 펼쳐지던 꽃 바다가 끝나고 소나무 동산이 나왔다. 아들의 등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노모가 퍼뜩 정신이 든 듯 갑자기 팔을 뻗어 솔잎을 따 뿌리기 시작했다.

 

“어머니, 솔잎은 왜 자꾸 따서 뿌리세요?”

 

“아들아, 혼자 내려 올 때 길 못 찾을라.”

 

“아아. 어머니!”

 

자식은 어머니를 버릴 수 있어도 어머니는 절대로 자식을 버릴 수 없으리라. 제주도 구경을 마친 후 버림받은 노모가 끝끝내 아들의 연락처를 함구했던 슬픈 일화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있다. 아무리 힘들고 고단한 삶이라도 죽는 것보다는 살고 싶다는 얘기다.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데도 천년만년 살 것처럼 삶의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아등바등 살아간다.

 

고령화 시대의 심각성 앞에 젊은이들의 장래를 걱정하면서도 100세 건강을 염두에 둔 듯 9988234를 농담 삼아 외쳐댄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만 아프다가 죽고 싶다는 뜻이다.

 

새로 태어나는 아기들은 점점 줄어드는데 노인들만 넘쳐나는 두려운 세상이 곧 다가온다는 것은 커다란 재앙이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만큼 귀하고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태어남과 죽음은 피었다 지는 꽃처럼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자연의 이치 일 것이다. 누가 감히 절대자가 하시는 일을 거스를 것인가.

 

희망 사항이지만 건강한 사고력으로 내 이웃을 배려할 수 있을 때 까지는, 자식들의 고단한 삶을 쉬어갈 넓은 그늘이 되어줄 수 있을 때 까지는, 나를 아끼고 따르는 후배들이 자기들 곁에 머물러 주기를 진심으로 원할 때 까지는, 나의 두 다리로 가고자 하는 곳을 갈 수 있을 때 까지는, 맛있는 음식을 제 맛을 느끼며 즐겁게 먹을 수 있을 때 까지는,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할 때 재미와 감동과 슬픔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때 까지는 살아있을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물론 건강이 따라 줄 때 말이지만.

 

자식들이 짐으로 느끼기 전에 주위의 모든 분들이 떠남을 아쉬워 할 때, 잠들듯이 하나님 나라로 가는 것이 노년 모두의 간절한 소망일 것이다.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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